踏雪野中去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不須胡亂行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今日我行跡내가 오늘 남긴 발자국은
遂作後人程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결정, 98년 조계종사태 멸빈징계자에 대한 조계종 특별심사위원회의 감형 결정, 피선거권이 없는 현법 스님의 종회의원 당선. 지난 3월 우리 불교계의 주요 이슈로 꼽을 수 있는 사안들이다. 위 세 가지 사안을 보며,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마지막까지 틀어진다는 속담 속에 담긴, 평범하지만 지극한 삶의 이치를 확인한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정치적 이해득실의 산물이다. 애초에 환경 문제는 부수적인 고려 사항이었을 뿐이다. 새만금 문제의 시작은 대통령선거가 있던 87년이다.
5월에 전두환 정부가 서해안 간척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고, 그해 6월 민정당은 노태우 씨를 대통령후보로 선출했다. 노씨는 12월 전북 전주를 방문해 새만금 간척 사업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에 민주당 대통령후보였던 김영삼씨도 새만금 사업 추진을 공약했다. 전라북도의 표를 모으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은 새만금 간척사업은 경제성이 없으므로 군장(군산ㆍ장항) 지구를 개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건의했다.
경제적 타당성을 무시하는 정치논리는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졌다. 정치논리를 우선하는 결과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으로 온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갯벌과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 땅의 용도 또한 불분명하다. 농림부는 애초 농지 조성을 사업 이유로 내세웠는데, 지금은‘복합 개발’운운하고 있다. 우선 메우고 보자는 것이 정부의 계획인데, 6월이 되어야‘새만금 간척지 토지활용계획’이 나온다. 정상적이라면, 먼저 계획이 세워지고 이 계획에 따라 일이 진행되어지는 것 아닌가.
아직‘새만금’은 끝나지 않았다. 갯벌을 생활의 터전으로 살아온 2만명에 이르는 지역주민들의 생활 보장과 이주 문제가 남아 있다. 조성되는 담수호의 수질을 공업용수와 농업용수로 쓰이도록 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토의 개발과 보존이라는 중대한 문제가 경제성ㆍ환경성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우리 사회의 퇴행 구조는 언제쯤 변화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실마리조차 풀지 못하고있다.
호계원은 지난 3월 9일 제8차 특별심사위원회를 열어 지난 99년 해종행위자특별조사위원회의 기소를 통해 멸빈 처분을 받은 스님 8명을 대상으로 재심을 진행해 정영 스님에게는 문서견책을, 월탄, 정우, 원학, 현소, 남현, 성문 스님에 대해서는 공권정지 10년을 판결했다. 현근 스님
에게는 동일 결정(멸빈) 판결을 내렸다.(불교포커스, 3. 9.)
종단의 화합을 위한 조치였다. 호계원장 월서 스님은“이번 심판 대상자들이 한때는 애종심이 많았던 스님들이고 지난 기간 동안 뉘우침의 시간을 가졌던 만큼 종단 화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길 당부한다”는 말로 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화합을 위한 조치였음에도 잔치 분위기는 아니다. 절차의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헌과 특별법의 상충’이 논란의 키워드다. 월서 스님은“종헌과 특별법이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그동안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법규위원회 심의를 걸쳐 확정된 만큼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법규위원회에서 특별법이 종헌에 상충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98년 당시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했던 도법 스님의 생각은 월서 스님의 주장과 180도 다르다. 도법 스님은 수경 스님과 함께 특별심사위원회 결정 다음 날 성명서를 냈다. 두 스님은‘총무원, 중앙종회, 호계원, 법규위원스님과 사부대중들께 제안을 드립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98년 종단 사태는 종헌 종법 질서를 함부로 취급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일 뿐 그 무엇도 아니다”라고 규정하고“승려대회 정신과 종헌질서를 지킴으로써 진정한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힘의 논리를 갖고 일방적으로 관철시켜가는 저의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감형판결등을비판했다.
수경ㆍ도법 스님은 이어 ▷종단의 제도권 안과 밖, 출가와 재가가 모두 함께하여 반성과 참회, 과오를 바로잡는 바람직한 대책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상설적인 특별 대책기구를 만들어 운영 ▷특별 대책기구가 정화운동정신, 개혁정신, 종헌정신을 실현해 갈 내용이 창출되도록 사부대중 모두가 토론하는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법 스님과 관련된 사안은 단순하다. 종헌과 종법을 지키지 않은 스님은 중앙 종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현법 스님은 개발제한구역법을 어겨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 년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중에 있으며, 사설사암의 종단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는 종헌 9조 3항[ “본종의 승려가 사설사암을 창건하였을 때는 반드시 종단에 그 사암(재산)을 등록하여야 하며…”]을 위반 하였다.
또 중앙종회의원선거법 11조1항에서는“본종 소속 승려로서 사설사암을 소유하고도 종단에 재산등록을 하지 아니 한 창건주 및 그 운영권자”는‘피선거권이 없는자’라고명시하고있다.
따라서 당연히 현법 스님의 중앙종회 의원 당선은 원인무효가 된다. 그럼에도 현법 스님은 자진 사퇴하지 않고 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종회 또한 재선출, 제명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종헌과 종법을 지키지 않은 사안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우리들이 만든 질서를 우리 스스로 흔드는 격이다. 정치적 영향력과 역학 관계가 질서를 규정하는 매우위험한상황을초래할수있다.
이 세 가지 일은 우리가 지금 단추를 잘못 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눈 덮인 들판을 어지러이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한 가슴으로 돌아보게 하는 선지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