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니 일조량도 많아지고 기온이 올라가 신진대사가 급해진다. 1. 맑은 소면 말이
남편이 소면을 워낙 좋아해서 부엌 한켠에 꼭 두고 먹는데, 휴일 점심이나 음주한 다음 아침 혹은 출출할 때 야식으로 그만이다. 국물은 주로 다시마, 멸치, 가다랑어 포나 표고버섯을 적절히 섞어서 만드는데, 고기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맛이 나고 게다가 개운하기까지 하다. 맑은 물에 다시마, 대파, 표고를 넣고 우려서 간장으로 색을 내고 소금으로 남은 간을 맞춘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소면을 삶다가 막 끓어 넘치려 할 때 찬물을 한 번 부어 다시 한 번 끓을 때 불에서 내리는데, 그렇게 하면 면이 탄력 있게 익는다.
평안도에서태어난내아빠는‘소면’하면 어김없이‘김치말이’를 고집하신다. 엄마가 맛있게 담근 김치 국물을 맑은 국물과 적당히 섞어 조선간장과 참기름 약간, 깨를 뿌려 마무리 하고 소면을 말아 드신다. 면을 다드신 후에는 밥까지 말아서 마무리 하시는데, 이때 한 김이 빠진 녹두전을 한데 넣어 퍽퍽 꺼뜨려가며 드시면‘이북맛’난다고하신다.
2. 볶은 쌀국수
말 그대로 쌀로 만든 쌀국수는 동남아에서 주식으로 먹는 면이다. 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밀가루 면보다 소화가 잘 되고 포만감도 오래 간다. 국물만 계속 끓이고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도 쉽게 말아낼 수 있기 때문에 동남아 현지에서는 길거리에도 쌀국수 노점이 즐비하다. 쌀국수는
밀가루 면보다 덜 풀어지기 때문에 볶음 요리의 재료로도 손색이 없는데, 면이 얇으면 삶는 과정도 필요없이 그저 물에 좀 불렸다가 바로 쓰면 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각종 야채를 채 썰어 볶다가 불려둔 국수를 넣으면 되는데, 특히 숙주나 고수 혹은 부추와 같이 그 풋내가 다소 진
한 야채들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 우리 식의 멸치 액젓과 다름없는 동남아‘피쉬소스’를 조금 넣고 간장과 설탕, 참기름으로 마무리한다. 같은 볶은 국수지만 에그 누들이라 불리는 계란면이나 도톰한 밀면으로 볶아서 중국풍의 맛을 내고 싶다면 간장과 피쉬소스를 대신하여 발효시킨
굴소스를넣어간을맞추면된다.
3. 이태리식 파스타
밀가루에 올리브유를 졸졸 흘려가며 반죽을 하여 만든 면을 통칭‘파스타’라 부르는데, 이탈리아인들의 주식이다. 우리의 주식인 쌀의 종류가 여럿 되듯이 그들의 파스타도 그 종류가 다양한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스파게티’도 십여가지의 파스타 종류 가운데 하나다. 몸에 좋은 기름
으로 알려진 올리브기름에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항암 효과까지 있다고 평가받는 토마토를 곁들이면 이태리식 가정식을 만들 수 있다. 토마토는 껍질을 벗기고 올리브기름에 다진 버섯 등과 함께 볶다가 물을 자작하게 부어서 졸여내면 토마토소스가 되는데, 한 통 만들어서 냉장고에 두고 쓰면 편리하다.
당장에 토마토소스가 없다면 케첩에 생 토마토를 썰어넣어 그런 대로 흉내는 내볼 수 있다. 파스타가 우리식의 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삶아낸 다음 찬물에 헹구지 말아야 한다는 것.
파스타는 다소 덜 익은 채로 소스에 비벼져 식탁에 오르게 되는데, 다시말해서 우리가 먹는 사이에도 면은 조금씩 익고 있는 셈이 된다. 그래서 식사 초반에는 꼬들꼬들한 면 맛과 고소한 밀 맛이 나지만 면은 점점 부드러워지고 소스가 폭 배어들어가기 때문에 단일재료로 만든 단순한 요
리일지라도 다양한 식감을 느끼게 된다.
‘국수’하면 생각나는 아빠의 절친한 친구 분이 있는데, 그 아저씨는 국수를 드실 때에 한 번도 끊지 않고 목으로 넘기신다. 국수를 한 번 젓가락으로 딱 잡으면 꾸역꾸역 계속 입에 넣다가 입 안에서 잠시 우물우물, 그러다가 곧 꿀떡 넘겨버리는 거다.
어릴 적 나는 아저씨의 국수 드시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왜 그렇게 드시냐고 여쭈었다. 아저씨는 그냥 면을‘끊는’것이 싫다고 하시며 한 입 가득 또 소면을 우물거리셨다. 지금 생각해보니결혼식을‘국수먹는날’ 이라고 부를 만큼 국수는‘긴 인연’을 상징하는데, 매정하게 싹둑 끊지않고 먹는 버릇은 그대로 또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한 달 후면 결혼식을 올리는 내 친한 친구에게도 국수를 끊지 말고 먹어보라고 한 번 권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