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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완전히 새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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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종현 2006년 04월 290호
절에 살다보니 늘 자연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중 계절을 달리하며 뿜어 나오는 자연의 소리는 벅찬 감동마저 불러온다.
그중에서도 일반 새의 울음이 단음인데 반해 네 가지 음을 한꺼번에 내뱉는 새가 있다. 그래서 한번 들으면 잊혀 지지 않는다. 요즘 코미디 프로의 스테파니가 재잘대는 ‘안녕하세요.’ ‘레미파솔라’와 음곡이 거의 똑같아서 새 이름을 스테파니 새라 지어도 될 듯싶다.
절에서는 이 새의 이름을‘홀딱 벗고 새’라 부른다. 홀딱 벗고 새의 이야기는 내가 출가했을 즈음 그 전설을 듣게 되었다.
“출가한 애인을 그리워하다가 한으로 복받쳐 절 앞산에서 홀딱 벗고 목매어 죽은 처자가 있었는데, 그 여인이 후생에 몸을 받은 것이 홀딱 벗고 새이고… 아무데서나 울지 않고 비구스님들 거처하는 절 주위에서만 운다는데… 그것도 밤에만….”
누가 전설을 만들었는지 참 솔깃하게 한다.
그 새가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울 때 마다 맺지 못한 사랑을 그리워하며 울부짖는 여인의 한 맺힌 절규 같아 서글퍼지기도 한다.
같은 새소리를 듣고 전 해인사 학감이자 시인이었던 법장 스님은‘홀딱 벗고 새의 전설’이란 시(월간 해인1996년6월호)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누구에게 무담시 홀딱 벗으라느냐.
그 산엔 ‘홀딱 벗고’하고
울다가 가는 새가 있었네.
<중략>
이상하네! 이상하네!
그놈의 새가 ‘홀딱 벗고’하고 울면
겹으로 겹으로 옷을 입은 만큼이나
삼줄 같은 굵은 무엇으로 마음을
칭칭 동여 놓고 벗지 못해서
마음이 막 두근두근 거려져.
그놈의 홀딱 벗고 새가…

한없이껴입어움켜쥐고벗어던지지못하는우리네욕심을표현하신것같다. 스님의 표현에 감탄할 따름이다.
수도암 선원에 있을 때의 얘기다. 공양주보살이 신심이 두터워 스님들께 공양주를 자처하면서 스스로도 틈만 나면 참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에게도 나태하거나 망상으로 일관하고 있으면 따끔한 일침도 서슴지 않았다. 가끔은자존심을건드려서일부러피해다니기도했다.
어느 날 공양주보살과 함께 포행을 하는데 마침 이‘홀딱 벗고’새가 지저귀는 것이었다. 나는 자랑스럽게 홀딱 벗고 새의 전설을 이야기하며 여자들의 병적인 집착을 은근히 꾸짖었다.
그러자 이 보살이 약간의 비웃음 섞인 미소를 띠며 한 마디 했다.
“스님, 저 새는 ‘홀딱 벗고’ 우는 게 아니라. ‘밥만 먹고 똥만 싸고’ 이 소리예요.\' \'밥만 먹고 똥만 싸고…’ 저 새가 누구한테 들으라고 하는 것 같은데…”
뭐, 내가 죄진 것이야 없지만 이날도 내가 진 것 같다.
이렇듯 듣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들리며 우리네 귀를 즐겁게 하는 이 새 이름이 ‘검은 등 뻐꾸기’란다. 독자 여러분! 인터넷 검색해서 새소리를 들어보시라. 과연 여러분께는 어떤 소리로 다가올지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