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으뜸의 가르침인데…
종교는 말 그대로 으뜸의 가르침이다. 각 종교 내적으로는 그 종교의 원리와 표현 방법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게 정의되겠지만, 삶의 근원적인 문제 즉, 죽음, 태도, 가치관, 관계 등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근원적인 가르침이라고 개념 짓는다.
경제가 고도화하고, 개인주의적인 풍토가 더욱 확장되면, 영국의 종교학자인 니니안 스마트가 표현한 대로 “종교축제가 아니라 축구경기를, 순례가 아니라 관광을, 성당이 아니라 극장을…”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의 영역은 세속적인 것들이 더 확장되는 만큼 비례하면서 커진다는 것이 종교사회학자들의 한결같은 보고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종교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기존의 종교적 원리와 작동 방법이 아닌 새로운 원리와 작동 방법이 가동된다는 것이다. 니니안은 이것을 ‘신종교 운동’이라고 지칭한다. “종교는 분명 그 자체로 사회변동으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신종교 운동들은 이러한 변화와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고 성장한다. 이러한 신종교 운동들은 기존의 신화와 상징들을 보존하면서 다양한 가치들을 창조적이고도 새롭게 결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역동성을 갖는다.”(종교와 세계관, 김윤성 역, 이학사, 221쪽)
종교 내 역동성 회복해야
종교의 영역이 줄어들면, 사회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의 장으로 악화되어갈 것이다. 그런데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복제 논란과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각 종교의 대응과 방법은 기존 종교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종교 내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할 절박한 시기이다.
배아복제에 대해 천주교와 개신교의 반대운동이 격렬한데, 반대의 논리는 기독교의 교리에 기초하고 있다. 한마디로 배아복제를 위해 쓰이는 난자도 인간의 생명과 같은 존재로 여기므로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생명을 파괴하는 반윤리적 행위라는 것이다. 가톨릭의 생명윤리에 따르면, 정자와 난자가 합쳐져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신성불가침한 인간 생명이다. 그런데 황우석 교수팀이 시도한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이용한 배아복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성된 수정란이 아니다. 가톨릭에서도 이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배아복제가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한양대 의대 생화학교실의 이상훈 교수는 “(성체줄기세포를) 배아가 아닌 태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윤리적인 문제가 된다. 성체줄기세포가 완벽하게 배아줄기세포의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전문가적 입장에서 본 견해가 아니라고 본다”며 분명히 그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홈페이지 ‘생명윤리 뉴스’, 2005. 5. 30, 고대신문 인용)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한 종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복제 연구에 대해 기독교계가 극구 반대하는 것을 보며, 기독교계의 오만을 본다. 기독교가 생명윤리의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한 채 황 교수의 연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학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과학자들과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정서와 전면으로 배치된다. 사회의 보편적 인식과 간극이 커질 때 종교는 오만의 상징으로 전락한다. 그 종교가 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오만의 강도는 더 크다.
황 교수의 조작과 생명윤리는 별개
또 하나, 지적할 것은 황우석 교수의 ‘2005년도 논문 조작’과 생명윤리 문제는 별개라는 점이다. 조작은 과학에서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든지 옳지 않은 행위이다. 황 교수는 분명 큰 잘못을 저질렀다. 이후 연구를 통해 체세포 배아복제를 성공시킨다 해도 잘못은 씻어지지 않는다. 황 교수의 조작이 바로 체세포 배아복제가 반윤리적이라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데 천주교에서는 이 기회에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를 반윤리적이라고 규정짓고 성체세포를 이용한 배아복제 쪽으로 나아가려 한다. 만약에 이렇게 된다면 시중에 떠도는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것이고, 우리 사회는 진흙탕 같은 꼴이 될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천주교와 개신교계의 반대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개정한 사립학교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고, 법률 불복종 운동까지 벌이겠다고 한다.
개정 사립학교법의 골자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 개방형 이사제란 사학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이사 정수의 4분의 1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초·중·고등학교에 해당)와 대학평위원회가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선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주교에서는 “모든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그 운영상의 자율성을 위협한다”(천주교 사회주교위원회 성명), “비리 척결보다 기존의 이사회를 바꾸기 위한 것”(이문희 대주교)이라고 주장한다.
기독교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통령이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2월 23일 종교계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이 법이 상당히 오랫동안 국회에서 토론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잘 알고 이 과정에서 많이 깎고 다듬는 과정 또한 있었다. 사학이 내걸고 있는 건학이념과 자율성이 유지되는 속에서 투명성·개방성이 인정돼야 한다.” “그리고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전교조에 의한 학교 장악은 여러 가지로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본다. 학교 현장에는 전교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총, 한교조 등 여러 교사단체가 분립돼 상호 견제하고 있고, 현직 교사가 이사가 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것을 앞세워서 (반대)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실천불교승가회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종교계 11개 단체는 성명을 통해 사학법 개정을 지지했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사학법 개정 내용은 상식적 수준으로 종교인이 먼저 나서서 도입하자고 했어야 했다”며 “사학의 부정부패를 없애고 학교가 민주화되기를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 온 국민의 바람에 함께 하는 것이 종교의 본래의 임무이며, 진정한 교육의 의무”라고 밝혔다.
생명윤리와 사립학교법에 대한 찬반을 가르기 이전에, 문제는, 종교가 자꾸 사회의 보편적 인식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앞서 지적한 대로 자기 종교의 윤리적 잣대의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한 채 절대적 가치로 사회와 과학을 재단한다는 것이며,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데 있다. 이는 종교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