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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부처님 복장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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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편집실 2006년 01월 287호
지난해는 해인사 창건 이래 가장 영광스럽고 상서로운 해였다. 팔만대장경 전각인 법보전에 모셔진 비로자나부처님 개금을 위해 복장물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부처님의 조성연대를 의미하는 묵서명이 발견된 것이다. 묵서명의 내용에 의하면 이 부처님은 통일신라시대 헌강왕 9년(883)에 조성되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목조불상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해인사 대적광전에 모셨던 비로자나 부처님과는 그 크기와 형태가 일치하여 두 분 부처님의 조성내력 및 역사적 의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두 분 부처님의 크기와 형태만 같은 것이 아니라 복장물도 똑같이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동일한 형태의 후령통과 각종 경전 등 인쇄자료, 후령통 내에 봉안된 복장물 및 그 의궤 또한 동일하여 두 분 부처님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해인사 두 분 비로자나 부처님의 주요 복장유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복장물腹臟物
복장물은 불상을 조성하면서 내부의 빈 공간에 봉안하는 여러 가지 성물을 말한다. 복장물을 넣는 이유는 성물을 넣음으로써 경배의 대상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영원한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복장의식과 복장내용은 조선 후기에 ‘조상경’으로 정립되면서 정형화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사리와 오보병五寶甁을 담은 후령통喉鈴筒을 중심으로 경전과 다라니를 가득 채워넣게 된다. ‘조상경’에 의하면 사리와 사리함, 오보병, 원경, 오곡과 오색사, 경전류, 의복, 다라니 등을 넣는다.

후령통喉鈴筒 및 후령통 내부 유물
복장물의 핵심인 후령통은 금속이나 나무, 혹은 종이 등으로 제작되며 그 형태는 사각이나 원통형이 일반적이다. 목재나 돌, 금동 등으로 불상을 조성한 후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후령통을 납입함으로써 예배의 대상인 부처님으로 모시게 되는 것이다.
후령통 내부에는 오방병과 사리함, 오보함을 배치하며 한지에 사경한 진언과 도형을 납입한다. 해인사 두 분 비로자나부처님의 후령통은 1490년대에 제작된 원통형으로 그 후대의 후령통은 방형方形과 원통형圓筒形이 일반적이나 이들 후령통과 같이 사람의 심장과 같이 생긴 것은 매우 보기 드문 경우이다.
후령통 내부에는 범梵자로 오륜종자를 사경한 여섯 묶음의 오색천과 각종 씨앗, 오보五寶 등 수십 가지의 소입물이 봉안되었다. 오보병 보자기는 동, 서, 남, 북, 중앙으로 방위에 맞게 배치된 것으로 중앙에는 보주형寶珠形, 즉 원형의 황색 보자기가 자리하고 있고 동쪽에는 청색(사각형), 서쪽은 백색(원형), 남쪽은 적색(삼각형), 북쪽은 흑색(반원형)이 발견되었다. 이들 유물은 당시의 의류 및 생활상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복식사와 사회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후령통 내부의 맨 위쪽과 맨 아래쪽에는 양면 원경이 각각 배치되어 내부에 봉안된 소입물 등이 거울의 상하에 서로 서로 중중무진하게 비추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해인사 비로자나부처님의 경우에는 맨 위쪽에 한 개씩의 양면 원경(지름 142㎜)만이 봉안되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후령통 내부에 봉안된 은제 연봉銀製蓮峰은 복장의궤에 의한 납입물은 아니지만 비로자나부처님을 주불로 하는 화엄경에 설하고 있는 연화장 세계를 표현하는 장엄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흑수정과 백수정이 함께 봉안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흑백의 수정을 함께 봉안한 예는 보기 드문 경우이다. 후령통 내부에는 무공수정으로 구멍이 없는 수정을 납입하게 되며 그 의미는 심주를 표현하여 백색의 수정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발원문發願文과 연기문緣起文
두 분 비로자나부처님의 복장에는 각각 두 장의 연기문이 납입되어 있었다. 푸른 비단에 붉은 주사朱砂로 사경한 중창 연기문(海印寺 重創 緣起文, 총 52행, 692×543㎜)은 후령통 외부 황소폭자 안에서, 황색 비단천에 사경한 소연기문(小緣起文, 310×354㎜)은 후령통 내부에서 발견되었다. 그 내용은 해인사 장경판전 및 대적광전 등 각 법당을 중창한 내력과 당시 왕실의 안녕을 축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으며 해인사 중창 연기문을 축약한 내용이 황색 소연기문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유물 중의 하나는 주서와 묵서로 발원문이 적힌 직령포(주서·묵서 발원문 직령포 朱書·墨書 發願文 直領袍)이다. 이 유물 역시 후령통 속에 봉안되어 있었는데 시주자들의 발원문이 붉은색(법보전 비로자나부처님) 및 검은색(대적광전 비로자나부처님) 글씨로 저고리에 쓰여져 있었다.
여기에서 시주자들은 조선시대 상궁들로 그 이름을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다. 시주자 이름은 ‘현시 갯동’, 곧 현씨 성에 개똥이라는 서민의 이름이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 같은 이름이 다른 복장 유물인 성종 21년(1490) 해인사 중창 연기문의 불사를 도운 왕실 왕후, 귀인, 상궁, 나인들 명단에도 들어 있다. 따라서 시주자는 평민의 이름을 썼던 궁중의 하급 상궁 혹은 무수리(나인)로 보인다. 이는 해인사의 중창 내력을 담은 연기문에 상전과 같이 이름을 올린 궁중 나인이 복장물을 넣을 때 별도의 발원문을 저고리에 적어넣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한겨레 2005. 12. 13. 1면)
발원문의 내용은 살아서는 복과 수명을 누리고 아미타불을 친견하여 성불할 것을 염원하는 수명장수, 성불염원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법보전 비로자나부처님의 복장유물인 주서朱書 발원문의 경우 언문(한글)으로 작성된 점이 특이하여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복장물에 한글 발원문을 넣은 것도 매우 이채로우며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이 지역별, 계층별로 널리 보급되었음을 일러주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또한 대적광전 비로자나부처님의 복장에서는 같은 종류의 직령포에 검은색 글씨(墨書)로 적은 다른 상궁의 한문 발원문이 발견되었다. 이들 직령포는 당시의 복식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는 유물이다.
이 외에도 후령통 내부에서 다량의 유물이 발견되어 법보전 비로자나부처님의 경우는 모두 73점, 대적광전 비로자나부처님의 경우는 44점을 수습하였다.

경전經典과 다라니
두 분 비로자나부처님의 복장에서는 다량의 경전과 다라니가 발견되었다. 경전과 다라니는 후령통 이외의 복장공간을 채워 후령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거나 법사리로서 납입된다. 고려 초기에는 범어梵語로 된 다양한 형태의 다라니를 제작하였는데 해인사 비로자나부처님의 복장에서는 원자형圓字形과 만자형卍字形의 다라니(일체여래비밀전신사리보협진언一切如來秘密全身舍利寶眞言), 범자대장梵字大藏 등이 봉안되어 있었다. 이들 다라니는 마찬가지로 시주자들의 발원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획기적인 가치를 지니는 인쇄 유물로는 초조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初雕藥師琉璃光如來本願功德經을 들 수 있다. 이는 고려시대의 유물로 현재 해인사에 보존되고 있는 팔만대장경보다 150여 년 앞서 제작된 초조 대장경본이다. 이 대장경 초판은 거란의 침입에 의해 소실되어 인경본이 일부 일본에 남아 있을 뿐이었으나 이번에 60축 이상이 발견되었다. 초조 대장경이 소실됨에 따라 이후 몽골의 침입 당시 현재의 국보 제32호 팔만대장경이 다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인도의 고승 지공指空 스님이 고려에 2년 간 머물면서 <무생계>를 설하였는데 당시 사용된 계첩(문수최상승무생계법文殊最上乘無生戒法)이 대적광전 비로자나 부처님의 복장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절첩본(수첩형)으로 된 특이한 양식이며 수계 장면이 담긴 변상도를 갖추고 있고 그 내용도 비로자나불이 설하고 문수보살이 전한 수준 높은 계율사상이다. 계첩이 보관된 주머니는 각 색의 천을 배색하여 면을 분할하고 이어서 화려하게 장식된 사경낭이다.
이 외에도 대방광불화엄경, 금강명경, 반야바라밀다심경, 불설아미타경 등 각종 경전과 다라니가 납입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인쇄자료들은 비로자나부처님의 내력이나 복장의궤, 당시의 출판문화, 인쇄 양식을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서 하나하나가 국보급에 해당하는 문화유산이다.

두 분 부처님 친견 및 개금 복장 불사 계속 진행
이상으로 해인사 두 분 비로자나부처님의 주요 복장물의 내용을 일부 살펴보았다. 전체적인 복장유물은 11~15세기 고려, 조선 초기의 것으로 모두 400여 점에 이른다. 이들 유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은 단순히 종교적인 문제를 뛰어넘어 우리 민족의 고귀한 문화유산에 대한 국가적 사안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개금불사 과정에서 우리 시대의 복장물을 새롭게 조성하여 정성껏 봉안하는 것은 부처님께 귀의하는 불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세이다.
두 분 비로자나부처님 100일 친견대법회는 회향식을 가졌지만 두 분 부처님의 친견과 개금 및 복장불사는 동안거 결제 기간 중 해인사 보경당에서 계속 진행된다. 동안거 해제일인 음력 정월 대보름에 개금에 들어가 음력 1월 20일경 점안식을 가질 예정이다. 두 분 비로자나부처님의 친견과 개금 복장불사에 불자님들의 정성스런 동참을 바란다.□


복장유물 자문:현응 스님, 경암 스님
개금 및 복장불사 동참 및 복장유물 기념달력 주문
해인사 보경당 (☎ 055-934-3022, 3077)


경전과 다라니
경전과 다라니는 후령통 이외의 복장공간을 채워 후령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거나 법사리로서 납입된다.
위로부터 초조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初雕藥師琉璃光如來本願功德經,
일체여래비밀전신사리보협진언(一切如來秘密全身舍利寶眞言, 원자형圓字形과 만자형卍字形 다라니), 범자대장梵字大藏


발원문:후령통 내부에 봉안된 시주자들의 발원문이 저고리에 쓰여져 있었다. 시주자 이름은 ‘현시 갯동’으로 이들 직령포는 당시의 복식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는 유물이다.

수정+연봉:은제 연봉銀製蓮峰은 비로자나부처님을 주불로 하는 화엄경에 설하고 있는 연화장 세계를 표현하는 장엄물이며, 흑수정과 백수정이 함께 봉안되어 있었다.

오보병+오색실:오보병 보자기는 동, 서, 남, 북, 중앙으로 방위에 맞게 배치된 것으로 이들 유물은 당시의 의류 및 생활상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복식사와 사회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후령통+내부:후령통은 1490년대에 제작된 원통형으로 내부에는 범梵자로 오륜종자를 사경한 여섯 묶음의 오색천과 각종 씨앗, 오보五寶 등 수십 가지의 소입물이 봉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