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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통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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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고금 / 해인승가대학 대교반 2005년 07월 281호
쓰윽, 쓰윽~~
무슨 소리지? 아침에도 점심에도 가끔가다가 저녁 때에도 들릴 때가 있다.
‘음~ 오늘도 발우공양을 했었군!’하고 이제는 그냥 흐뭇한 웃음이 먼저 나온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처음 해인사에서 행자생활을 할 때였다. 사시공양 지으러 가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쓰윽~퍽! 쓰윽~퍽!’ 이런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예민할 터라, “오늘 어디서 공사하는가?” 하고 둘레둘레 주위를 살펴보고 있는데 관음전 쪽(행자실 바로 옆 정수당 입구통로)에서 소리가 들렸다. 스님들의 모습도 간간이 보이면서…. 자세히 보니 발우공양통에 모래를 담아서 물 붓고 아주 멋있는 폼(?)으로 잘 섞고 있었다.
아주 다정하게 웃으면서 즐겁게 작업(?)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섞은 후 낡은 플라스틱발우에 담고 다시 섞고 담고… 한참을 하다가 그냥 들어가는 것이었다. ‘모래도 그대로고 주변도 깨끗하게 정리해놓은 걸 보면 오래 할 것 같지는 않겠군’ 생각하고는 그냥 지나쳤다. 며칠이 지났을까? 다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높은 고성(?)도 나오고 분위기가 사뭇 전과는 달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섞고, 담고 섞고, 담고… “마늘쪽 모양이… 왜 안 나오는거야….”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제 그만 쉬세요” 라는 어떤 스님이 휙~ 던진 한마디 말로 그제서야 느릿느릿 정리하고 다시 관음전으로 들어가는 스님의 뒷모습을 보고 ‘불가에서는 오신채라고 해서 마늘을 금하는데…. 뭔가 잘 안 되시나보네…!’ 여러 가지 생각과 함께 ‘도대체 무엇을 하길래… 도대체…’ 하는 궁금증은 더욱더 커졌다.
해인사 강원에 방부해서 들어가니 행자 때 보았던 행익연습(일명: 공양통 연습)들에 대한 궁금증들이 하나하나 풀어졌다. 신입 방부생들을 모두 모아놓고 상반스님께서 설명을 해주신다.
“예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온 발우공양! 그 가운데 행익이라는 것이 있는데, 천수는…” 이렇게 시작한 행익 연습, 그 가운데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비중있게 습의 해준 것이 공양통 행익이었다. “낡은 공양통에 모래와 물을 적당하게 섞어서 너무 질거나 뻑뻑하지 않게 잘 섞어서 긴 주걱(약50㎝)으로 자~ 이렇게… 모양은 마늘쪽 모양이 나와야 되고. 신속하게 그리고 깔끔하게….” 그때부터 우리는 정신없이 모래를 뒤집고 또 뒤집었다.
큰방에서 하는 발우공양 행익에 직접 참여하고부터는 그야말로 매 공양 때마다 실수의 연속이었다. 한번은 너무 긴장을 했는지는 몰라도 공양주걱을 부러뜨린 일도 있고, 발우를 공양통에 빠뜨린 일(밤톨같은 밥알이 발우에 덕지덕지 붙어서 나온 광경은 참 가관이었다)들을 지금 생각해보면 웃고 넘어가지만 그땐 왜 그리 진짜 큰일이 난 것처럼 행동했는지… 하여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수당 통로(연습장소)는 아직은 우리들 차지였다.
처음에는 잘 안 되었다. 모래는 공양처럼 찰지지도 않고 느낌이 꼭 공사판에 온 기분이 들었다. 더군다나 큰 주걱(흥부전에나 나오는 뺑덕어멈이 쓰는 듯한 그런…)을 잡는 것도 힘이 들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늘쪽 모양이었다. ‘참, 왜 하필 마늘쪽이지? 공양만 잘 하면 되지, 모양은…’ 등등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일단, 열심히 열심히… 모래를 모아다가 발우에 … 쓰윽~ 퍽!
“아니야, 아니야!” 바로 뒤에서 상반스님들의 자비스러운 음성(?)이 들려온다.
“손모양은… 발모양은… 힘은 이렇게….” 한참이 지나고 상반스님들이 지나가자마자 “아휴~ 우리가 미장이도 아니고…” “그냥 대충 퍼면 안 되나?”등등 여러 가지 의문들이 올라올 때였다. 지나가던 또 다른 상반스님이 보시곤 “힘들죠? 이것도 수행이에요! 옛날부터 공양은 평등공양이라고 들어보셨죠? 물론 덜고 더함이 있지만,
이 주걱으로 마늘쪽모양을 내면 약 3홉(?) 정도로 일정하게 되어서… 몸의 모양은 앞발과 뒷발의 각도가… 한 마리 학이 날개짓을 하는 듯하게….”
멋있고 능숙한 그 솜씨에 ‘우리는 언제 그렇게 될까…?’ 싶기도 하고 시종 어깨를 툭툭 치면서 해주신 격려에 다시 힘을 내기도 하고, 또 다른 지나가던 스님들께 혼쭐이 나기도 하면서 모래섞는 소리 “쓰윽~”, 공양통 움직이는 소리 “딸그락 딸그락”, 이런 소리와 함께 한 달, 두 달….
연습하는 장소는 신도님들은 출입금지구역이지만 스님들이 많이 다니는 정수당 입구 쪽이어서 연습하고 있으면 오며가며 도반스님, 상반스님, 어른스님 … 등 많은 분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 그냥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지나가는 분도 있지만, 한번씩 시범을 보여주시는 분, 따뜻하게 자신의 지난 일을 떠올리며 본인이 연습할 때 이야기를 해주는 분… 여러 스님들을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소이자, 수행의 또 다른 한 공간이었다.
몸은 힘들지만 지나가는 스님들의 격려와 법문(?)들로 인해 필요없고 쓸데없는 연습이라는 생각에서 점점 벗어나고… 그렇게, 그렇게 조금씩 연습하다보니 어느 사이인가 점점 팔에 힘이 붙으면서 마늘쪽 모양이 나오기 시작할 즈음~ 우리들도 이제 많은 실수담과 따뜻한 관심을 품고 하반스님들을 가르쳐야 할 때가 온건가… ‘휴우!’
처음 출가한 승려들이 여러 가지 승가의 위의와 의례를 철저히 배우는 이곳 해인사 강원!
공양 한 가지만 보더라도 이런 식으로 철저하고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서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뒤에서 열심히, 조금의 실수도 반복을 용납치 않게 노력하여 몸과 마음에 스님노릇 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그런 전통들이 너무나 정겹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런 해인사 강원의 정신이 이어지는 한 그곳에는 언제나 때묻은 행익통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로 있을 것이며, 그곳을 오가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은 그때 능숙하게 행익하던 따뜻한 상반스님처럼… 잘 안 될지는 몰라도 오늘도 발우공양 했으니 한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