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수사리의 가르침을 따라 남으로 내려간 선재동자는 드디어 승락국에 도착하여 그 나라를 편력하고 묘봉산에 다다랐다.
동자는 그 산에 오르자 덕운 비구를 찾아 사방팔방을 다닌 이레 후에야 겨우 그를 볼 수 있었다. 비구는 조용히 명상하며 반복해서 걷는 경행經行을 하고 계신 듯 했다. 동자는 비구에게 다가가 그 발 아래 무릎 꿇고 합장하였다.
“성자님 저는 깨달음에의 길을 구하러 이곳에 왔습니다. 부디 저에게 가르쳐주십시오. 어떻게 보살행을 시작해 실천하면 좋을지,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실천하면 좋을지, 어떻게 보살의 보현행을 완성하면 되는지를……. 성자는 보살들에게 가르침을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저에게 어떻게 보살이 위 없는 깨달음을 성취하는지 알려주십시오.”
“착한 이여, 그대가 위 없는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발심하고 보살행에 대해 묻다니 이 얼마나 선한 마음가짐인가.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자유자재한 해탈의 힘으로 깨끗한 지혜의 눈을 가지고 지혜의 광명을 비추며 아무런 막힘없이 널리 모든 세계를 볼 수가 있다. 모든 부처님을 마음에 깊이 새겨 언제까지나 잊지 않으면 그 미묘한 안력眼力에 의해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경지가 뚜렷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나는 시방의 각각 부처님 세계에 계시는 많은 부처님을 눈앞에 볼 수 있는 것이다. 동방이건 남방이건 티끌처럼 한량없는 세계에 한 사람의, 백 명의, 아니 수천만, 아니 수억만 참으로 한없는 모습의 무수한 부처님을 볼 수 있다.
멀리 바라보면, 부처님들께서는 각각의 방향에서 여러 가지 다채로운 색과 모습으로 나타나시어, 다양한 신통변화를 나타내며, 각가지 빛살의 그물을 놓아 각각 맑게 장식된 궁전에서 세상의 중생들의 원願에 따라 부처님의 경지를 드러내고 계신다. 그 중에 여래께서 여러 부처님 가운데 뛰어난 모습으로 사자후의 대설법을 하고 계신다.
착한 이여, 이렇듯 나는 그저 모든 부처님의 경지가 드러나 그 보인 모습을 두루 보는 제불억념의 광명이라는 법문을 알고 있을 뿐이다. 어찌 내가 무량의 지혜가 청청한 비구들의 수행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할 수 있을까.
남쪽으로 가거라. 착한 이여.
사가람카, 해문海門이라는 이름의 나라가 있고 거기에 해운海雲이라는 비구가 살고 있다. 보살은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그것을 실천할지 그 비구에게 물어라.
착한 이여, 그 선지식은 그대에게 착한 마음을 생기게 하는 자량의 원인을 밝히고 그 무량한 자량의 지위에 들게 할 것이다. 광대한 대승의 광명의 원인을 생기게 하며 광대한 보살행의 바다에 들어갈 길을 밝혀줄 것이다.”
선재동자는 덕운 비구의 말씀을 음미하며 정례하고 그 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