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 불교신문의 해외란에서 ‘부처님을 팔아서 돈을 번다고?’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은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불상이나 불교에 관련된 여러 도상들이 단지 상업적인 디자인으로 쓰이는 것에 대한 내용과 이러한 경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긍정적인 시각에 대한 것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곳 LA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LA의 대표적인 패션, 가구나 장식품 가게들이 몰려 있는 나브레아와 베버리 등지에는 한결같이 모든 가게에서 동남아시아의 불상이나 티베트의 불화 등을 비롯하여 불교와 관련된 많은 소품들을 팔고 있다. 심지어 불상은 찻집이나 레스토랑의 입구나 실내의 장식에도 이용되고 인테리어 잡지나 패션 잡지에도 자연스럽게 장식품의 하나로서 불상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종교성이 배제된 미국인들에게 불상은 단지 박물관이나 갤러리에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미술품으로 여겨왔기에 조금 값이 싸다면 집안이나 가게의 장식품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돌멩이 하나라도 불상으로 모시고 정성스럽게 공양과 예를 올리는 우리네의 마음가짐과는 사뭇 달라 길거리에 서 있는 불상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전시가 많은지 아니면 불교와 아시아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기에 불상 등을 파는 것이지 그 선후는 알 수 없지만 미국의 박물관들은 앞을 다투어 인도, 네팔, 티베트를 비롯하여 동아시아에 대한 전시를 하고 많은 미국인들이 발걸음을 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박물관 전체를 티베트의 특별전으로 꾸며 약 1년 가까이 전시를 하고 있는 산타아나(Santa Ana)의 바우어스 뮤지엄(Bowers Museum)을 소개하고자 한다. 산타아나는 LA에서 남쪽으로 약 40마일 정도 떨어진 곳으로 디즈니랜드가 있는 곳에서 아주 가깝다. 이곳은 1936년에 찰스 W. 바우어스 기념관으로 문을 열어 시에서 운영해 오다가 경제적인 사정으로 문을 닫은 후 92년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거쳐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 연간 멤버십 회원이 5천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박물관은 갤러리 외에도 식당과 예식장, 어린이 뮤지엄 등으로 꾸며져 있다. 주택가에 자리 잡은 박물관은 마치 이웃집에 들어가는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주어 들어설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다른 상설전은 없고 특별전만 하는 이곳은 안에 들어가니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 12일까지 ‘티베트: 세계의 지붕에서 온 보물들(Tibet: Treasures from the Roof of the World)’을 전시하고 있었다. 200개가 넘는 전시품은 대부분 티베트의 포탈라궁과 다람살라 박물관 등에서 협찬을 받았고 간혹 오래 된 작품도 있었으나 18세기 이후의 작품들이 대부분으로 미국에서의 공개는 처음이며 이후에도 내년까지 텍사스, 샌프란시스코 등지로 순회전시를 한다고 한다.
이곳은 특별전을 위하여 내부를 완전히 개조한 듯 입구는 좁은 통로로 되어 있고 점차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구조를 하고 있다. 벽은 붉은 자주색으로 칠했으며 높은 천장에는 번幡이 달려 있었다. 전시는 1)티베트의 역사와 문화 2)의례용품 3)불화, 조각 그리고 염직 4)티베트 승려와 왕실의 일상생활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의례용품에는 주로 화려한 향로, 컵, 나팔 등의 악기들이 전시되었는데 컵은 사람의 두개골로 만들었고 악기는 정강이뼈나 턱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인도와 티베트의 탄트리즘 불교에서는 육체의 무상함을 깨달아 덧없는 육체와 물질적인 것들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에서 사람의 뼈가 의식용의 용기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특히 요가수행자들은 마을과 떨어진 묘지에서 살면서 썩은 시체들 속에서 무상관無常觀을 닦았다고 한다.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이러한 사람의 뼈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화려한 보석들로 치장한 탓에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고 단지 장식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두개골로 만들어진 화려한 컵 앞에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불상으로는 여래입상(높이 약20센티, 네팔 7~8세기)이 눈에 띄었다. 6세기 인도 굽타 시대 불상의 양식으로 허리를 약간 틀고 왼발에 힘을 주어 왼쪽 대퇴부와 무릎이 강조되어 있는 삼굴三掘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통견通肩의 대의는 몸에 밀착되어 있으며 옷 주름은 가슴에서부터 발목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굴의 인상은 거의 인도인에 가까웠다. 또 하나 주목하고 싶은 작품으로는 하나의 광배에 굵은 연꽃 줄기에서 본존인 여래가 중앙에서 화생化生하고 양쪽 줄기에서 두 제자가 서 있고 그 뒤로 연꽃 줄기가 올라가면서 16나한이 연꽃에서 화생하는 모습을 투조透彫 형식으로 만든 것이 있었다. 조각으로 16나한이 연꽃에서 화생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이는 13세기 티베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외에도 염직물이나 티베트의 불화인 탕카 등에서도 연꽃 장식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심지어는 티베트의 신들인 그린 타라(Green Tara)나 화이트 타라(White Tara) 상에서조차 불교의 보살들처럼 연꽃 장식은 많이 쓰이고 있었다.
7세기경에 네팔과 중국의 왕녀와의 결혼을 통하여 티베트를 불교 국가로 만들었던 송첸 캄포(Songtsen Gampo) 왕을 관음의 화신으로 보고 머리 위에 아미타불을 새겨 넣은 상이 있었으며 송첸 캄포 왕을 비롯하여 다른 불교적인 왕인 트리송 텟션(Trisong Detsen, 재위740~798년)과 트리 라팔천(Tri Ralpachen, 재위814~836년)을 각각 관음, 문수, 세지보살의 화신으로 바꾸어 모셔 놓은 불화도 있었다. 궁중 의상 등에서는 용이나 구름, 목단 등의 문양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인도의 영향뿐만 아니라 중국의 영향도 많이 받은 듯 하였다.
자주 언급을 했듯이 미국에 처음 불교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주로 티베트 불교였으며 현재도 달라이라마 스님의 영향력은 대단하고 티베트 불교의 명상 센터가 압도적으로 많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지역의 불교이든 간에 많은 미국인들이 불교에 귀의하여 단지 장식품에 불과하던 거실의 불상에 향을 사르고 절을 올리는 신자들로 바뀌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께 간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아이는 작품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를 빌려 주니 혼자서 관심 있는 번호를 눌러 가면서 이것저것 듣고 다닌다. 나오면서 방명록에 티베트나 스님들에 대해 너무 몰랐으며 이를 계기로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남기면서 박물관의 입구에 걸려 있는 종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박물관이 아니라 교회로 여기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까지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