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개구리들을 잡아 버드나무에 꿰어 놓고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 채 눈앞에 솟은 미륵전. 여러 층으로 구성된 불전들은 백제 땅에서만 볼 수 있는 장엄함인데다가
흔치 않은 풍경이라 볼 때마다 낯선 기대감 같은 것이 들곤 한다.
처음 이곳을 찾아왔을 때, 법당 안 미륵장륙상의 웅장함에 놀라 한동안을 그야말로 그냥 서 있기만 했었다.
절을 올리고 난 후, 그제야 고개가 꺾어져라 올려다본 주불과 보살상.
그리고 그 아래에 한없이 작게 서 있던…… 지금도 여전히 작아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부처님 앞에서 작아지고 나면 편안해진다. 부처님과 보살이 전하는 깨달음의 내용이 나타나 있다는 수인手印을 본다.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마음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며…….
전날의 고단함을 떨치고 새벽의 신선함과 예불의 엄숙함을 맞이한다.
어머니의 산, 모악산母岳山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시간.
범종각과 대장전 뒤, 어둠속 대나무 숲속엔 바람이 잠들어 있다.
법당의 불빛이 마당에 늘어지고, 모악산 능선이 푸른 하늘 아래 모습을 나타낼 때
“스슥 탁탁! 트스스 트득!” 대나무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바람이 일렁이며 깨어나자 나무들도 서서히 몸을 부딪친다.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는 짙푸른 아침하늘을 보며……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