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수기병삼령 伽倻秀氣炳三靈 가야산 수려한 기운 삼령처럼 빛나는데
일도암천구곡청 一道巖泉九曲淸 한 길 암천은 아홉 굽이 맑아라
귀호신가천재비 鬼護神呵千載秘 귀신이 보살펴 천 년 동안 감췄는데
종연화아슬금성 淙然和我膝琴聲 물소리 내 무릎 위 거문고 소리와 어울리네
이 시는 구곡시 가운데 서곡에 해당하는 <가야산>이다. 가야산 남쪽 제1곡 관어대로부터 북쪽 제9곡 옥량폭까지 10리 남짓한 구곡의 그윽한 경관을 차례로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전경을 읊은 것인데, 가야산 수려한 경관이 삼령三靈[해 달 별]처럼 빛나고 아홉 굽이 암천이 맑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곳은 일찍이 인적이 이르지 않아 천 년 세월 동안 그윽히 감춰진 곳이었는데, 병계가 이곳의 동주洞主가 된 후로 이 사이의 한 조각 돌 한 굽이 물, 아침 노을 저녁 구름이 모두 그의 차지가 되지 않음이 없었다. 그 무렵 가야산에 흐르는 맑은 물소리는 병계가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와 어울려 주자의 무이산처럼 병계의 가야산도 역시 문득 그의 천석泉石이 되었다.
일찍이 죽천과 병계가 명명한 구곡 위치를 지금 찾을 수 있을지, 또한 죽천의 팔분체 석각石刻이 3백년 남짓한 세월의 풍우에 마멸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옛적 강성서의 시가 병계로 하여금 구곡시를 이루게 할 생각을 불러일으켰다면, 지금 병계의 시는 또한 후인으로 하여금 가야 구곡을 답사하고 싶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