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오어사吾魚寺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이 달의 이야기 - 일릉/능인중학교 교법사 2004년 07월 269호
7월의 바다. 여름 내음이 물씬 풍기는 바닷바람과 산자락을 찾아 일상 탈출을 꿈꾸는 이에게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소리가 해맑은 곳 오어사. 잘 정돈된 농촌 들녘을 따라 대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포항으로, 포항에서 양북을 거쳐 동해안으로 나가보자.
형산강을 건너 포항제철을 끼고 큰길을 따라 11㎞를 달리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뒷산을 등지고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고찰,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 오어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부담없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한적함과 신심을 돋우기에도 적합한 도량이기도 한 곳이다. 오르는 길에 오어지를 따라 걸으며 혜공 스님과 원효 스님의 장난끼 어린 음성이 연못의 물결에 묻어 들리는 듯한 환상에 젖어보는 것도 마음을 쉬는 한 방편이 되리라.
오어사吾魚寺는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34번지 운제산雲梯山에 자리하고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 불국사의 말사이다.
가는 길은 포항시내에서 포항제철을 지나 31번 국도를 타고 구룡포를 향해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양포, 오천읍으로 빠지는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1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용산2리를 지나 오른쪽에 용산LG주유소가 보이는 작은 삼거리에 도착하면 우회전하여 항사리로 향한다. 오어지를 지나 도로 끝나는 지점까지 들어가면 오어사가 나타난다. 주변에는 1964년에 완공된 만수면적 12만 평에 수량도 500만 톤에 이르는 넓은 오어지의 초록빛 물이 눈길을 끌며, 운제산의 아름다운 산세와 어우러져 세속의 번뇌를 잠시 잊게 하는 승경을 빚는다.
오어사는 《삼국유사》에도 그 이름이 나오는데, 신라 진평왕(眞平王, 재위 579~631) 때 자장 율사가 창건하여 처음에는 항사사恒沙寺라고 하였다. 그리고 창건 이후 혜공惠空, 원효元曉, 자장慈藏, 의상義湘 등이 주석하여 신라 사성四聖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혜공과 원효 스님에 대해서는 절 이름과 관련된 설화가 전한다. 옛날 오어사에서 원효 대사와 혜공 대사가 수도하고 있었다. 하루는 둘이서 계곡 상류에서 놀다가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서로 법력을 시험하여 보자고 하여, 고기를 낚아 다시 살리는 재주를 겨루었다. 그런데 둘의 실력이 막상막하여서 좀체 승부가 나지 않다가 딱 한 마리 차이로 승부가 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 고기 한 마리를 놓고 서로 자기가 살린 고기라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나 오吾자와 고기 어魚자를 써서 오어사吾魚寺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기를 놔준 곳이 지금 오어사 앞에 있는 오어지吾魚池이다.
그래선지 오어사 앞 연못에는 물고기가 유난히 많다. 유유히 노니는 고기떼가 예사롭지 않다. 녹음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산사. 산새의 울음이 해맑다.
길을 떠나는 나그네의 심정으로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잠시 원효 스님의 발자취를 좇아 오어사를 찾는 것도 좋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리라.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하지 않던가.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떠나보자. 발길 닫는 대로 정처없이 떠나는 것도 좋지만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어지러운 마음마저 내려 놓을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리라.
돌아오는 길에 오어사를 4㎞쯤 벗어난 삼거리에서 경주~양북으로 이어지는 낯선 길. 여기서 동해로 향해 보는 것도 좋다. 양북까지는 20여km. 기림사를 잠깐 참배하고 경주~감포간 4번 국도와 만나면 화사한 햇살이 내리쬐는 7월의 푸른 바다가 저만치서 손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