橋忌通馬牛 後人信此規7월에 가고 싶은 곳을 써 보라는 주문이다. 그것도 몸과 마음이 후련해지는 곳으로 말이다. 7월이라면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지난봄에 다녀온 히말라야 산맥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정도라면 모를까, 우리 나라 어딘들 한여름 삼복더위에서 청량한 곳이 있을까?
그렇다고 안 가 본 곳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과거에 다녀온 곳은 두뇌가 워낙 띄엄띄엄 한 관계로 기억을 더듬을 수가 없다. 뜨문뜨문 기억을 더듬어 동해바다와 설악산 쪽을 쓸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진부한 느낌이 앞선다. 그렇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제 철에 새삼 멀리 나들이하기도 그렇고,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 속담을 가르침 삼아 가야산 해인사를 써 보면 어떻겠냐고 편집장에게 전화했더니, 오케이란다.
그때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이 바로 용탑선원 입구 계곡에 걸려 있는 외나무다리였다.
용탑선원 입구에서 국립공원 화장실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통나무 하나로 만들어진 외나무다리가 걸려 있다. 다리 밑의 계곡이 상당히 깊고 주위의 그늘이 짙푸르러 시원하기 짝이 없다. 거기에다 외나무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노라면 웬만한 더위쯤은 절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더위가 가시지 않으면 아래쪽의 깊숙한 계곡을 내려다보면서, 옆에 설치된 철제난간을 잡지 말고 건넌다. 그래도 서늘함을 느끼지 못하는 분이라면 한번 눈을 감고 건너 보시기를(?)…….
앞서 제시한 게송은 외나무다리 건너 석주에 쓰여 있으니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아마도 후세 사람들이 여름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 계속 외나무다리로 남겨 놓으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다리를 건너 왼편 홍제암 방향으로 가다보면 고추밭이 나타나고 이를 지나 오른편으로 석조계단이 나타난다. 이 계단을 오르면 아름다운 잔디밭이 펼쳐지고 용성 대선사와 고암 대종사의 사리탑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은 사방이 고즈넉하면서도 정면은 매화산, 후면은 가야산 정상이 보일 정도로 툭 트인 맛이 있다. 잔디밭에 앉아 새소리 계곡물소리 들으며 참선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잠시 그늘에 앉아 마음을 쉬어가도록 한다. 마음이 헐떡이면 몸이 더욱 더운 법이니까. 차라리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바라보며 관조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어딘들 더위가 침투할 수 있을 것인가?
고암 스님 사리탑 우측으로 새로 뚫은 흙길을 따라 백 미터가량 오르면 사명대사 사리탑이 보인다. 새로 단장한 이곳은 주위의 숲이 우거지고 수십 년 묵은 소나무 고목들이 즐비한데다 인적이 드물어서 가히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못해 썰렁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이곳을 내려와 우측으로 계속 가다보면 홍제암 계곡이 나타난다. 취수장까지 오르는 숲길은 왼편으로 계곡물이 시원하게 흘러내리고 그늘이 계속 이어져 아침저녁으로는 골바람이 차갑다.
골을 따라 돌아 내려와 홍제암 앞의 미나리연못 개구리 울음소리를 지나치다 보면, 계곡물소리가 유난히 커지고 시원스럽게 느껴지는 곳에 달마선원 표지석이 서 있다. 이 표지석을 쫓아 무생교를 건넌다. 무생교 아래의 계곡 그늘도 서늘하다. 이곳에서 잠시 발을 담그고 마지막 더위를 쫓아낸다. 이쯤 되면 몸의 시원함은 충분히 느꼈을 법하다.
더 나아가 마음의 시원함까지 느끼고 싶은 이는 원당암 쪽으로 잠시 오르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왼켠으로 잘 다듬어진 정원수를 따라 오르면 가파른 오르막길이 잠시 나타난다. 심검당을 지나 미소굴 쪽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드디어 가야산 제일의 전망대라고 하는 운봉교가 그 모습을 나툰다.
이 운봉교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면 속이 툭 트이면서 후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왼편으로는 가야산 정상이 신비스러우면서도 정기 서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면에는 해인사 큰법당인 대적광전과 팔만대장경을 모신 판전이 보이고, 돛대바위를 대신해 세웠다는 수미정상탑까지도 보인다. 그 우측으로는 새로 지어진 선원 건물이 자못 근엄하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가야산의 설경과 동 틀 무렵의 새벽 일출은 가히 일품이라고 한다.
어쨌든 봉황의 머리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는 듯한 운봉교의 광대한 전망은, 진정 가야산의 정기를 온 몸에 받으며 가슴 속까지 툭 트이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