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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무원장과 불교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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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3년 02월 252호
지난 1월 24일 정대 스님이 총무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조계종은 새 총무원장을 뽑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총무원장 선거 관련 종법에 따르면, 총무원장 궐위시 30일 이내에 총무원장을 뽑아야 하지만, 이 기간이 동안거 중이어서 2월말쯤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시기가 언제로 결정되든 곧 새 총무원장이 뽑힐 것이다.
선거에 나선 출마자들에게는 상대와의 중대한 경쟁이고, 이겨야 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이겠지만, 유권자나 선거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가 더 큰 관심거리이다. 조계종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후보가 조계종단의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지난 1994년 개혁종단 출범과 그 이후 총무원장 선거를 전후한 시기에는 개혁, 안정과 화합, 깨달음의 사회화, 자비의 대중화, 이런 말들이 조계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화두로 떠올랐다. 그리고 각 분야의 종책들이 공약으로 제시되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들이 종도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주목된다. 환경의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인지가 우선 궁금하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진지하고 실현 가능한, 무엇보다 큰 의지를 담은 공약들을 내주길 기대한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 사회도 그렇거니와, 불교에서만큼 환경이라는 말이 널리 화제가 되고 관심사가 되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되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은, 수많은 사찰들이 환경 훼손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사찰환경 침해 사례집》(총무원 사회부, 2001. 1)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0년까지 환경분쟁을 겪은 사찰이 90곳에 이른다. 사회부에 접수된 사례 외에 미접수 또는 해당사찰과 환경피해 가해자와 조기에 합의해 문제를 해소한 곳까지 합친다면 《사례집》에서 집계한 숫자보다 최소 3배는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찰환경 침해 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찰 인근에 위락시설 조성, 고층건물 건축, 도로와 댐 등 공공시설 공사 등이다. 위락시설 조성과 고층건물 건축은 주로 민간업자들에 의해 이뤄지며, 도로와 댐 등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의 투자기관에 의해 이뤄진다.
대부분의 사례가 사찰과 총무원측의 항의로 해결되었지만, 지금도 분쟁을 겪고 있는 곳도 적지 않으며, 2000년 이후에도 사찰환경 침해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북한산 관통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부고속철도 금정산·천성산 통과, 통영시의 미륵산 케이블카, 용문사 앞 위락시설, 통도사 앞 위락시설 등으로 40여 사찰이 고통을 겪고 있다.
환경이 불교의 주된 관심사가 된 둘째 이유는 사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법령의 개정에서 찾을 수 있다. 1999년 3월 정부의 규제개혁심의위원회가 건축법 8조 4항을 폐지했다. 건축법 8조 4항은 “건축물 주변의 경관문제 등에 영향을 미칠 경우 허가권자가 시, 군 건축심의위원회를 통하여 불허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사찰 주변의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는 기능을 했었는데, 규제개혁위원회는 이 조항을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한 것이다. 결국, 건축법의 재개정 대신 전통사찰보존법 6조에 전통사찰보호구역의 보호를 위해 사찰환경에 영향을 미칠 경우 건축심의위원회를 거쳐 불허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다만, 전통사찰보존구역의 보호지역은 시, 군 조례로 제정케 함으로써 지역의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 처리에 대한 법률’에 의해 2002년부터 강화된 수질보전 원칙에 따라 사찰도 오수처리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건축물로 포함됐다. 미설치 및 무단 방류하고 있는 사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고, 이로 인해 사찰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환경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며,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그 심각성 인식의 정도가 높아진 것도 원인의 하나이다. 개발시대와 달리 우리 국민들은 환경의 문제를 매우 중요한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불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경제발전 속도를 늦추더라도 환경문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개발에 의한 혜택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구입할 용의가 있다’는 제시문들에 90% 이상의 불자들이 공감한다고 밝히고 있다.(중앙승가대 불교사회과학연구소, 불교환경연대 공동 설문조사, 2002. 3)
리우네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의제 21’(21세기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전 인류가 논의하고 실천해야 할 과제의 수립과 점검)의 영향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주요한 원인이다.
이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각 나라와 사회의 운영시스템에 포함시키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의제 21에 따라 각 나라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의무적으로 환경 보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점검토록 했다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2002년 현재 113개 중앙정부와 6,416개 지방자치단체가 의제 21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는 2001년 6월 31일 현재, 248개 지방자치단체 중 60%인 149개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제 21을 수립하였다. 48개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제 21을 수립 중에 있어, 79.4%의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제 21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방의제 21 전국협의회 홈페이지) 아직 만족스런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환경보전은 지구적인 흐름이 되었다.
환경문제의 발생 원인에 대한 파악과 불교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불교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계기로 작용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환경의 문제가 나무 몇 그루 심고, 풀 한 포기 가꾸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나무를 심고 풀을 가꾸는 소중한 마음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환경 문제의 근본 원인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를 반복하는 생활의 틀에 있으며, 이에 따라 지금의 생활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환경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인식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연기緣起와 대자대비라는 불교의 인식론과 실천윤리, 소욕지족했던 불교의 오랜 전통은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활·환경 윤리와 실천지침으로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삼의일발이 수행자의 소유물의 전부였고, 쌀 한 톨 흘려보내지 않았던 시주물에 대한 엄격함, 그러면서도 궁핍하지 않은 수행자의 삶의 모습은 물질이 가득해 오히려 가난한 지금 시대의 삶에 신선한 충격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큰 기대에 부응할 만큼 불교의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환경문제를 전담하는 총무원의 부서가 있기는 하지만, 인력과 예산은 태부족이다. 중장기적인 종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환경단체도 대여섯에 불과하다. 그나마 연륜이 짧을 뿐 아니라 단체 운영의 기본적인 조건인 운영비를 걱정하지 않는 곳은 한 곳도 없으며, 활동가 2~4명이 신심과 사명감으로 버텨내고 있다.
총무원장을 맡을 스님들은 환경에 대해 어떤 공약들을 제시할까.
수행환경 훼손에 대응하는 기구의 강화, 환경전문가 및 활동가 양성 및 지원, 환경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수행환경을 지키기 위한 법의 제·개정, 환경단체 지원 및 협력 강화, 친환경적 국가정책 수립을 위한 활동, 정기적인 환경 종책의 개발, 이런 것들에 대한 논의가 이번 선거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선거인단에게도 당부를 드린다. 이번 선거를 종책 경쟁의 장이 되도록 하는 책임과 권한을 종도들로부터 부여받았음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