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재계齋戒, 경건한 삶의 화두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홍류동천 - 김홍영 2003년 02월 252호
이 달의 첫날은 공교롭게도 양력 정월의 끝을 이어 음력 정월이 시작되는 ‘설’로서 이제 참으로 계미년이라는 실감이 든다. 우리는 해마다 정월이면 나름대로 새해의 각오를 다지게 마련이다.
이 해의 정월에는 신라 효공왕孝恭王 2년(898) 정월에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쓴 <신라 가야산 해인사 결계장기新羅 伽倻山 海印寺 結界場記>[《동문선東文選》 권64에 실려 있음]를 통하여 새해의 새로운 삶에 대한 각오를 생각해 보려 한다.
이 기문記文은 해인사 창건 당시의 규모가 작았으므로 중창을 의논하여 드디어 효공왕 원년(897) 가을에 90일 동안 참선한 끝에 중창하게 되는 사연, 그리고 해인사가 앞으로 더욱 휼륭한 수행의 도량이 되기를 바라는 축원과 함께 수도자가 견지할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금계이표金界易標 사찰을 세우기는 쉬우나
주륜난형珠輪難瑩 불도를 밝히기는 어렵다.
여혹유심불렴如或有心不斂 혹 마음을 수렴하지 않음이 있다면
기유무시욕비其猶無翅欲飛 그것은 날개 없이 날고자 함과 같다.

세심왈재洗心曰齋 마음을 씻는 것을 ‘재’라 하고
방환왈계防患曰戒 우환을 막는 것을 ‘계’라 한다.
유유여차儒猶如此 유가에도 오히려 이와 같거늘
석기도연釋豈徒然 불가에서 더욱 힘쓰지 않으랴.

이상은 고운의 결계장 기문 가운데 두 단락이다. 고운은 불도를 밝히기 위해 마음을 수렴해야 한다고 하고 그 방법으로 ‘재계齋戒’를 제시했다.
이 글은 물론 글의 성격상 고운이 당시 해인사에서 수도하는 승려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이즈음 유석儒釋과 승속僧俗의 경계를 넘어 경건한 삶의 자세를 추구하는 이라면 누구나 ‘재계’를 삶의 화두로 삼지 않을 것인가!□

※필자 주:결계結界란 ‘제한된 경계境界’라는 뜻으로서 불도를 수행하는 데 장애를 없애기 위해 비구의 의식주를 제한하는 것, 또는 ‘결계지結界地’의 준말로 수도에 방해가 될 만한 것을 들이지 않는 곳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