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이표金界易標 사찰을 세우기는 쉬우나
주륜난형珠輪難瑩 불도를 밝히기는 어렵다.
여혹유심불렴如或有心不斂 혹 마음을 수렴하지 않음이 있다면
기유무시욕비其猶無翅欲飛 그것은 날개 없이 날고자 함과 같다.
세심왈재洗心曰齋 마음을 씻는 것을 ‘재’라 하고
방환왈계防患曰戒 우환을 막는 것을 ‘계’라 한다.
유유여차儒猶如此 유가에도 오히려 이와 같거늘
석기도연釋豈徒然 불가에서 더욱 힘쓰지 않으랴.
이상은 고운의 결계장 기문 가운데 두 단락이다. 고운은 불도를 밝히기 위해 마음을 수렴해야 한다고 하고 그 방법으로 ‘재계齋戒’를 제시했다.
이 글은 물론 글의 성격상 고운이 당시 해인사에서 수도하는 승려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이즈음 유석儒釋과 승속僧俗의 경계를 넘어 경건한 삶의 자세를 추구하는 이라면 누구나 ‘재계’를 삶의 화두로 삼지 않을 것인가!□
※필자 주:결계結界란 ‘제한된 경계境界’라는 뜻으로서 불도를 수행하는 데 장애를 없애기 위해 비구의 의식주를 제한하는 것, 또는 ‘결계지結界地’의 준말로 수도에 방해가 될 만한 것을 들이지 않는 곳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