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해 전 우연히 장작가마에 도자기를 구워내시는 분에게 녹차를 얻어 마시게 되었다. 나는 평소 차를 좋아해서 자주 마시지만 차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다.
그 분은 녹차를 우려내면서 ‘몇 잔만 드셔보세요. 등에서 열이 확 날테니’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의아해 했다. 녹차는 끓인 물을 약간 식혀서 뜨겁지 않게 해야만 차의 쓴맛인 탄닌성분이 적게 우려나는 것인데 보이차처럼 뜨겁게 빼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몸에서 열이 난다는 말인가?
그러나 따뜻한 녹차를 서너 잔 마시고 난 뒤에 말씀대로 등줄기에 열이 나면서 땀이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그 분의 말씀은 다구도 가스가마에 구운 것과 장작가마에 구운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하셨다.
차를 우려 마셔보면 같은 차를 넣고도 장작가마의 다구와 가스가마의 다구에서 우려낸 차맛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녹차도 불 기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차의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차마다 물의 온도가 높아야 되는지 낮아야 되는지 등의 성질을 잘 알아야 한다고 하시면서 기회가 닿으면 직접 차를 만들어 보라고 권유하셨다. 그리하여 나는 지난 봄 잘 아는 반연을 통해 소개 받아 혼자서 무작정 지리산 하동에 차를 만들기 위해 길을 떠났다.
낯선 곳에 혼자 가서 마을 사람들과 차잎을 따게 되었다. 산 능선 능선마다 차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 아래로는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어 정겨운 시골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 분들은 차잎 따는 전문가들이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허리도 아프고 힘이 들었다. 보살님들은 내가 딴 차잎자루를 보시고 양이 너무 적은 것이 안타까웠던지당신들의 자루에서 조금씩 덜어 넣어 주셨다. 점심 시간이 되어 다원으로 돌아와 점심공양을 맛있게 먹었다.
그댁의 음료는 녹차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항상 시원하게 마시고 있었다. 나는 오후가 되자 다원으로 와서 다원 보살님에게 내가 딴 차잎으로 차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우선 뜨거운 솥에 차잎을 넣고 덖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꺼내어 뜨거운 차잎을 약간 식혀서 멍석 같은 바닥에 놓고 손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친 후 차잎을 말린 뒤 다음날 아침 마지막 과정인 마무리 작업을 하였다. 마무리 과정은 뜨거운 숯불 위에 솥을 놓고 차잎을 넣어 타지 않게 1~2시간 정도 자주 뒤집어 주는 일이었다.
이것은 중요한 작업이어서 다원 보살님께서 직접 해 주셨다. 그리하여 50g들이 14봉지를 만들게 되었다. 그렇게 만든 차를 그 곳 식구들과 함께 우려 마셔 보았다. 다원 보살님께서 이번 차는 보관하면서 오래 두고 먹기 보다는 바로 먹어야 맛있는 차라고 하셨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는 몇 분의 스님들께 드리고 현재는 조금 남아 있다. 옛날부터 수행하는 스님들은 차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초의草衣 스님은 《동다송東茶頌》에서
“귀가 밝아지고,
눈이 밝아지고,
입맛이 돋아나며,
술을 깨게 하고,
피로를 풀며,
갈증을 멈추며,
추위를 막고,
더위를 물리친다”고 하였다.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에는 “차의 용도는 맛이 매우 차서 행실이 바르고 덕이 있는 사람이 마시는 데 가장 적당하고, 머리가 아프고, 눈이 찝질하고, 팔다리가 번거롭고, 뼈마디가 펴지지 않는 데 너댓번만 마셔도 제호, 감로甘露와 세력을 다툰다”고 하였다.
한 잔의 차를 마시기 위하여 처음 물을 끓이고 차를 넣어 다려내는 데까지는 지극한 정성이 깃들이게 마련이다.
그러한 차를 가까이 하면서 현대인들이 불안정하고 각박한 생활속에서도 차향을 음미하고 정서적인 메마름을 살찌우고 마음의 여유를 찾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는 벌써부터 봄이 되면 차를 만들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