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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심수골 석불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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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김대식 2003년 02월 252호
경주 남산 심수골 석불좌상 경주 남산을 사랑하는 어느 외국 사람 얘기입니다.
프랑스 르아브르라는 곳에서 대학 교수로 있는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혼자 경주 남산 칠불암을 올라갔다고 합니다.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칠불암 가는 길은 멀고 갈림길이 많아 초행길로는 매우 까다로운 길입니다.
그런 길을 외국인이, 안내자도 없이 다녀왔다면 그 열성을 알아 주어야 합니다.
어떻게 인연이 닿아 나그네는 그 사람에게 경주 남산을 구경시켜 주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한국에 온 그에게는 딱 하루의 일정이 비어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어떻게 하면 남산을 고루 구경시켜 줄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오전에는 동남산 쪽을
자동차로 돌고 오후에는 두어 시간 등산으로 서남산 삼릉 골짜기를 올라갔다가 내려왔습니다.
내친 김에 삼릉골에서 조금 더 가서 용장골로 내려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만 일정이 너무 빠듯했습니다.
그래도 그 날 저녁을 먹으면서
루피니 교수―그 프랑스 사람의 이름입니다―는 참 좋은 구경이었다고 나그네에게 고마워했습니다.
그 2년 후에 나그네는 경주 남산 부처님의 사진들로 프랑스 파리에서 전시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시장에 루피니 교수가 틈을 내어 찾아왔습니다.
그는 사진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전시장을 훑다가
심수골의 머리 없는 부처님 사진 앞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그는 이 사진의 분위기가 인상적이라고 했습니다.
인적 드문 곳에 고요히 앉아 있는 부처님. 그는 남남산의 독특한 분위기를 바로 짚어내고 있었습니다.

루피니 교수를 보내고 나그네는 다시 심수골 부처님 사진 앞으로 와 섰습니다.
물끄러미 그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나그네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이 부처님이 루피니 교수를 불러 올렸구나, 그보다도 당신이 자리하고 있는
남남산의 그 그윽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보여 주려고 이렇게까지 먼 걸음을 하셨구나.
부처님의 그 먼 걸음은 이 사람의 남산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사랑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