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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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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정기용 2003년 02월 252호
진실의 건축13세기 또로테 수도원 프랑스 알브레(Arbreles) 지방에 있는 뚜레뜨(La Tourette) 수도원은 13세기 중세에 지어진 또로네(La Thoronet) 수도원을 현대적으로 변용시킨 현대건축사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르꼬르뷔제라는 건축가와 꾸뜨리에 신부의 만남으로 훌륭한 현대식 수도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르꼬르뷔제(Le Corbusier)는 66세 되던 해 꾸뜨리에 신부님의 간청을 받아들여, 뚜레뜨 수도원을 설계했다.
꾸뜨리에 신부는 1950년대 종교예술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던 큰 일꾼이기도 했다.
이 계획은 야니스 제나키스(lannis Xenakis:현대음악작곡가)등과 함께 작업을 하였다.
전체 건물은 사각형 평면에 가운데 중정을 두고 경사진 대지에 필로티로 구축하였다.
꾸뜨리에 신부는 참고로 또로네 수도원을 방문하기를 권장했고, 르꼬르뷔제는 중세수도원(13세기)인 또로네 수도원을 방문하고 경탄하여 《진실의 건축》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뚜레뜨 수도원은 전체가 콘크리트만으로 설계되었고, 그래서 현대건축사에서 브루탈리즘(brutalism)으로 대표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뚜레뜨 수도원은 수도승들을 위한 교회와 수도승들의 개별적 숙소와 기도실, 도서관, 식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금은 세계의 방문객들에게 관광명소로 제공되고 있다.
특히, 이 전체 건물은 또로네 수도원에서와 같이 절제된 빛, 필요한 곳에 필요한 빛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섬세한 노력들로 충만하다.
옥상은 수도승들의 명상의 장소로 활용되도록 설계되었다.
교회 내부의 지하 기도실에는 춘·추분, 하·동지 정오의 빛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천장에 방추형 창들이 마련되었다.
중정 회랑의 벽면은 기둥과 유리를 교차 배열하여, 마치 빛으로 음악을 작곡한 모양을 보여 준다.
르꼬르비제는 자신의 작품 경향에 대하여 “건축은 빛 아래 모인 볼륨의 집적이고 정확하고 장대한 조합이다. 우리들의 눈은 빛 아래로 형태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명암이 형태를 떠오르게 한다. 입방체, 원추, 구, 원통 또는 각추 등의 위대한 원초적인 형태의 빛을 선명하게 떠올린다.”고 하였으며, 루이스 칸(Louis l. Khan)은 “건축체는 빛을 주고, 빛은 공간을 준다(Structure gives light, makes space).”라고 평가하였던 것이다.

꾸뜨리에 신부가 르꼬르뷔제에게 보낸 편지는 건축주의 안목이 어떠해야 할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친애하는 나의 친구!
제가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또로네 수도원에 다녀오셨으리라 생각하며, 또한 그 장소를 좋아하셨으리라 짐작합니다. 내 생각에는 어느 시대에 수도원을 짓는다 하더라도, 바로 그 곳에 수도원이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가 하는 요체들이 있을 것입니다. 공동체 생활 속에서 침묵과 기도와 명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의 삶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평면의 법식에 따라, 중정 회랑 주위에 세 개의 커다란 덩어리 -수도원 성당, 맞은편에는 식당, 기도실-와 마지막으로 네 번째 면에 두 개의 커다란 집회실을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1층에는 대형 도서실도 필요합니다. 건물의 나머지 공간들은 수도승들의 독방으로 배치하고, 몇 개의 크고 작은 방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함께 또로네 수도원에 직접 가서 한두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 쉽게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외람된 생각이 듭니다. 이 편지에 첨부한 스케치를 보면 당신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로네에서 아마도 2층에 숙소로 사용하던 큰 방을 보셨을 것입니다. 도미니크 수도회에는 합동 숙소와 같은 기숙사가 없고, 작은 독방들이 나란히 배열되어 있습니다. 바로 그 곳에서 우리들은 많은 시간들을 보내게 됩니다.
나의 이런 설명과 스케치가 미진하고 열악한 점을 용서해 주십시오. 아마 제 손의 상태가 어떤지 모르실겁니다만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가 예측하기로는 당신은 도면을 직접 그리시기 전에, 머리 속에서 이 계획을 서서히 익혀 가고 있겠지요.
저에게는 이 계획을 당신이 하시게 된 것이 내 인생의 커다란 기쁨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우리 시대에 가장 순수하고,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될 것임을 앞질러 생각하게 됩니다. 당신도 역시 내 생각과 같을 것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보내 주신 당신의 작품집 5권을 잘 받아보았습니다. 결국 그 속에서 나는 당신을 다시 한 번 존경할 수밖에 없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멍청한 바보들에 의해 당신의 많은 계획들이 실현될 수 없었기에, 많이 화가 났습니다.
끝으로, 당신과 당신의 부인에게 나의 충직한 신의와 최상의 기억을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1953. 7. 28 파리에서

이런 건축가와 건축주의 환상적인 만남이 있었기에 환상적 건물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제2의 르꼬르비제 건축가와 꾸뜨리에 신부님이 다시 가야산에서 환생·상봉 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