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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갑사 관음삼십이응신도道岬寺 觀音三十二應身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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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의 미소 - 편집실 2003년 02월 252호
도갑사 관음삼십이응신도道岬寺 觀音三十二應身圖 세상은 높고 낮음이 있어 평탄치 않으며, 음지陰地와 양지陽地가 있으므로 대지大地의 빈貧과 부富가 유별有別하다. 태양이 일년을 두고 하늘을 오르내려 한서寒暑가 생겨나는 것이니 태양의 온기에 의지하는 사바세계 두두물물頭頭物物에 어찌 공평함이 있을 것인가. 다만 태양의 오르고 내림을 모르는 중생이 하늘의 불공평을 탓할 일이요,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지 않을 뿐이다. 그러므로 눈이 있으되 보지 않고, 귀가 있으되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 중생의 이목耳目이다. 이러한 소견으로 어찌 손을 쓰고 또 발을 쓸 것인가. 짚으니 불섶이고, 닿는 곳 마다 천길 낭떠러지가 아니겠는가.
보살의 눈은 천지의 삼라만상을 있는 그대로 보며, 있는 그대로 들으니 자신이 있는 자리를 언제나 돌아보고 또 알고 있음이라. 보살은 그러므로 입을 열면 묘음妙音이 되고, 손을 들어 집어들면 연꽃 송이며, 발길이 닫는 곳마다 정토淨土 아닌 곳이 없다. 보살이 있는 곳과 중생이 있는 곳이 다르지 않을진대, 한 곳은 극락이고 또 한 곳은 지옥이니 무엇으로 극락과 지옥을 나눌 것인가.
중생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관觀하므로 관음보살은 폭풍과 혹 낭떠러지에 처한 중생에게 천 눈과 천 손을 내어 구제할 방편을 보인다. 부처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부처의 몸으로 제도하며, 동남동녀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동남동녀의 몸으로 제도하고, 집금강신執金剛神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그러한 몸으로 설법하니 이러한 공덕을 성취하여 갖가지 형상으로 여러 국토에 노닐고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는 것이다.
도갑사에 봉안되어 있었던 관음삼십이응신도觀音三十二應身圖는 이러한 관세음보살의 서른 두 가지의 응신應身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명종明宗 5년(1550) 인종비인 공의왕대비恭懿王大妃가 인종의 명복을 빌기 위해 발원하여 조성하고 도갑사에 봉안한 것으로 정교하고 아름답기가 그 정성만큼이나 지극하였으니 근 오백년을 뛰어넘어 지금 그 모습을 보는 이에게도 지극한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
불화에 그려진 관음보살이 벽지불支佛의 모습에서 시작하여 혹 부녀자의 모습으로, 혹은 용의 모습으로, 동녀의 모습과 야차와 건달바의 모습까지 마다하지 않는 것은 중생을 바로 보아 구제하는 보살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중생의 염원이라. 하지만 부녀자나 건달바까지도 한 마음을 내어 세상을 바로 관하는 자가 있다면 그 곳이 곧 관세음의 자리인 것을 다시 말해 무엇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