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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자의 소리 - 이영철
1987년 09월 67호
모든 생명체의 빛이시며, 제국주의 체제적 억압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구현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민중의 자부이신 부처님께 예배드리옵니다.
미 ·일 제국주의의 강점(强占)으로 분단된 조국 강토에서 반외세 자주화 투쟁과 민주적 제권리 쟁취 투쟁을 통한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위하여, 수십년동안이나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눅눅한 보호소에서 어느 밀실의 고문대에서, 소값 폭락에 못 이겨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농민의 아들 묘지에서,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몸을 불사른 노동자의 아스팔트 묘비 위에서, 그날의 해방을 염원하며 민족의 재단 앞에 몸을 나투신 제불(諸佛) 보살님들께 예배드리옵니다.
자비하신 부처님, 조국 강토가 민족 성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방’이라는 미명 아래 제국주의의 주구 미제에 의하여 허리잘라운 지 마흔두해를 맞이하였읍니다. 실로 원통하고 가슴이 빠개지는 고통을 36년 간 쪽바리에게 당한 것도 비분강개할 일이거늘, 42년 간 또 다른 마구니 양키들에 의하여 민족이 피눈물을 흘리니, 만주벌판에서 무장독립 투쟁을 하다 대륙의 황토진에 백골을 묻은 선열들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읍니다.
그러나 애국, 애족세력의 각인과 가열찬 투쟁으로 급기야 미제의 간담을 서늘케 하여, 6월 29일, 이른바 ‘노 태우 선언’이 발표되었읍니다. 광주의 이천여 애국 시민을 탱크와 총칼로 살육하였던 5적와 1인이, 불교 정화라는 미명 아래 전국사찰에 군화발로 난입하여 스님까지 고문 후유증으로 입적케 한 지옥 중생이, 민주화 운운하며 대통령 후보를 논하고 있읍니다.
시련에 가슴 아파하고 좌절할 때 힘을 주시는 부처님, 당선께서 2500여년 전 압제자의 폭압에 대하여 “정의의 깃발 앞세워 감쪽같이 믿게 하고 뒤에서 나쁜짓 히는 양가죽을 쓴 강도에게는 죽음으로 응징하게 하며’ (자아타카), “계를 깨뜨리고 포악한 짓을 하며 정법을 비방하는 자에 대해서는 책망하고, 고쳐주고, 배척해야 한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그는 불법을 거역하는 것이다 (열반경 장수품)라고 하셨는데도, 작금의 불자들은 민족의 철천지 원수, 불교 탄압의 주구인 미제 꼭둑각시 ‘노-데바닷타’를 불교인이라는 껍데기를 두르고 있다 하여 민족의 지도자로 운운하고 있읍니다.
부처님, 당신의 자비로써 이들을 섭수하옵시며, 절복도(折代刀) 현현케 하시어 이러한 세력에 대하여 결연히 웅징하사, 민중과 함께 민중의 압제자를, 짓밟히는 자와 함께 짓밟는자를 다같이 두리뭉실하게 사랑하고, 특권의 전횡 밑에 신음하는 민중의 고난에 외면하면서, 비법적(非法的)인 특권과외 결탁을 대화합의 이름으로나 부처님의 자비로 분석하여 사실상 마구니들과 한 통속인 비불교적 매국, 매족 세력을 통해 바다에 수장케 하옵소서.
9월 7일, 사회의 만주화와 반외세 민족자주회를 이루는 길만이 불교 중흥을 이루는 첩경임을 천명하고, 오늘의 불교 현실이 민족적 현실과 결코 둘이 아님을 직시하여, 가야산 해인사 기슭에서 파사현정의 자세로 전 종도에게 호소하던 가슴벅차던 날. 이제 그날의 함성을 애국과 매국의 애족과 매족의 분기점으로 승화시켜 전 불자가 민족 해방의 대오에서 정토구현의 전군을 행해야 할 때, 제불 보살님들께 합장 발원하옵니다.
저희 모든 불자들이 당신의 해방 이념을 수호, 홍포하여 조국 한반도가 불국정토의 길로 진일보하는 자주적 민주정부가 수립될 수 있도록 가피 바라오며, 저희들이 폭압에 좌절하고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을 때 당선의 찬란한 빛을 저희들에게 비추시어 힘과 용기를, 그리고 대동단결할 수 있는 강고한 애국의식을 발현케 하여 주십시오.
감응하옵소서. 지심으로 저희들 귀명정례하오니, 이 지극한 합장을 받으옵소서.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이본사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