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분절은 불교의 4대 명절 중의 하나이며 더불어 우리의 민속 명절이기도 하니, 흔히 백종(百種)이라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우란분절을 불교 행사로, 백종을 민속 행사로 따로 떼어 논하는 사람도 있으나, 미루어 짐작하건대 우란분절을 백종(백 가지 음식 공양)이라고 해석하여 일컬었던 듯하다. 우란(盂蘭)이란 범어를 한자로 옮긴 것인데 ‘지극한 고통’을 뜻하고 분(益)이란 ‘그릇’을 뜻하는 것이니, 우란분은 풀이하면 ‘고통을 구제하는 그릇’이란 뜻이 된다.
우란분절의 유래는 목련존자가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를 천도(天導)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불교도는 목련의 효성과 천도발원을 이어받아 조상이나 부모를 위해 제사를 드려 그들을 천도하는 날로 정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불교의 의례가 이 땅에 들어와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민중들과 습합하였다. 곧, 농경을 주업으로 하는 우리 민족의 조상숭배 사상과 접합하였으니, 백종날이 되면 제사를 지내기 위해 자연히 일에서 해방되고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었다. 이러한 해방의 날을 맞이하여 당시의 민중들은 일에서의 해방감과 그들의 염원을 담은 민속 놀이를 창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민속 놀이는 바로 불교적 사상의 기조가 되었다. 백종 민속 행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최하층 노동자인 머슴과 양반이 전변되는 과정으로 하루 동안만큼이나마 진정한 해방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마을에서 제일 일을 잘하는 머슴을 뽑아 소 위에 태워 마을을 돌게 한다.)
이와 같이 백종은 전통적인 조상숭배 사상에 접목되기도 하고 하층민들에게는 해방의 날을 제공하기도 하였으며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따로 없는 평등세를 이룩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란분절은 그보다 적극적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우란분경의 효(孝)의 의미는 단순히 어버이와 자식 간의 효라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부모라는 광의적 해석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우란분경에서 부모에 대한 은혜의 지중함을 밝힘과 더불어 삼보의 공덕의 힘을 설함은 중생의 고통의 깊음과 업장의 두터움을 한 사람의 힘으로는 구제할 수 없음을 목련존자를 통하여, 상징적으로 설한 것이다. 또한 우란분경신소(盂蘭益經新疏, 智旭)에 의하면 삼보는 곧 일체 중생의 자성이라 하였으니, 위에서 말한 삼보의 공덕의 힘은 바로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려 하는 현세 인간의 동지적 대비(大悲)의 힘이다.
그러므로 우란분절 곧 백종은 죽은 자와 산 자들이 고통에서 해방되려는 대원(大願)의 만남이 어우러지는 날이요,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盂蘭)을 해방시키려는 대발원의(益) 날(節)인 것이다. 따라서 우란분절은 고통받고 있는 모든 생명의 해방의 날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민족은 남북으로 분단된 아픔을 겪으며 독재의 그늘에 자신의 생명을 유린당하여 왔다. 그동안 군부독재에 항거하다 쓰러져 간 민주열사들, 아직도 감옥에서 풀려나지 못한 민주투사들, 저임금에 시달리며 공장에서 밤낮이 없이 작업하고 있는 노동자들, 저곡가 정책에 시달리는 농민들…이들 모두는 바로 우리가 해방시켜 주어야 할 목련의 어머니들이며, 우리의 어미이다.
이제 우리는 우란분절에 조상이나 부모만을 위해 제사를 지내 천도한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 날은 제국주의의 침략 과정에서 민족해방을 위해 싸우다 간 고혼들, 전쟁으로 쓰러져간 사람들, 분신과 고문으로 산화한 민주열사와 같은 모든 무주고혼과, 살아 있으면서 삶의 참자유를 빼앗겨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민중들과 민족민주화의 깃발 아래 투옥된 모든 민주투사들을 위한 해방의 날이 되어야 한다. 또 남과 북이 하나되고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하나되어 너와 내가 하나되는 진정한 해방의 날을 열기 위한 날이어야 한다.
그를 위해, 이제, 우리는 신식민지화의 과정 속에서 말살된 전통적 의례와 습속을 오늘에 되살리고 재해석함으로써 민족종교, 민족불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터이다. 따라서 백종날을 생명 해방의 날로 바로잡아 민족 명절로서 확고하게 자리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교는 더 이상 불교의 가르침을 신비화하거나 고립시키거나 화석화해서는 안된다. 중생들의 삶의 현장에 온몸으로 뛰어들어, 그곳에서 불교의 참된 세계를 꽃피우고 그곳에서 불교운동의 이론과 실천 방향을 제시하여야 한다.
지배 이데올로기의 모든 허울들을 분쇄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존재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해방을 맞게 해야 한다. 불교를 타락시키는 것들, 불교를 왜곡하는 것들, 불교를 추상화시키는 것들을 쳐부수고 민족에 대한 헌신과 봉사로서 민중들의 삶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 그리고 민족통일의 그날까지 민족해방의 그날까지 쉬임없이 전진해야 한다. 그리하여 고통받고 있는 모든 생명들을 해방하는 그날이 올 때 비로소 우리는 생명해방의 대축제를 열 수 있으리라.
우란분절, 단 하루만의 생명 해방의 날이 아니라, 일년 365일을 두고 억압과 수탈, 핍박과 착취의 고통 속에 있는 모든 생명들의 해방을 위한 날로 있어야 하리라.
*일반적으로 음력7월 15일을 우란분절이라고도 하고 백중(百衆, 百中) 또는 백종〈百種)이라고도 부르는데 필자는 불교사전에 의지하여 ‘백종’이라 하였다. 왜냐하면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하여 백 가지 음식을 승려들에게 공양하였다는 상징적 의미로 백종이라 함이 올지 않을까 생각되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