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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고치려다가 소를 죽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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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원철 2001년 03월 229호
안동과 경주는 유교와 불교라는 한국전통사상의 양대 흐름의 본고장이라는 데 별다른 이의가 없다. 그리고 두 도시는 단일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곳인지라 한국의 문화재 정책의 척도 구실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두 도시는 개발과 보존의 정책 속에서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경주는 ‘이미 손 볼대로 다 손 본 곳’이지만 안동은 아직까지 ‘손을 덜 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영국대사관에서 ‘가장 한국적인 곳은 안동’이라고 본국왕실에 추천하였다. 그래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곳을 찾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의 객관적인 입장에서는 그냥 두는 것이 결과적으로 최선의 문화재 보존책이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안목이라는 것이 얼마나 근시적인지 지금도 경주에서는 고속철도와 경마장을 유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자치단체장이 탈당을 하는 등 중앙정부에 대하여 시위도 벌이고 있다. 거금을 들여 막은 시화호가 눈 앞에서 썩어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다르다’며 위정자의 공약사업이요, 주민의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새만금호를 밀어붙일 기세이다.

해인사 사하촌을 정비할 때 위치선정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결국 ‘절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최선안’이라는 것이 지역주민의 대세인지라 현재의 치인리(신부락)로 이주하게 되었다. 수십년이 지나면서 자가용이 보편화되자 마을이 사찰진입로보다도 위쪽에 있는지라 상권이 급속도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허허벌판이던 해인사 십리 밖 가야산 입구인 가야?백운동 지구는 날로 번성을 더해가고 있다. 설사 사찰과의 거리가 좀 멀더라도 사하촌을 옮길 때 미래의 상권형성까지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부락이 형성된 지금 그것을 신상권으로 옮기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니 그냥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 한 번 잘못된 것을 고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59호 도로가 두고두고 어떤 우환을 만들어낼지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홍류동 계곡을 지키기 위한 신부락의 정수처리장 하나도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없는 지자체를 믿고 59호 도로 건설과 그 이후 부작용의 해결까지 맡기기에는 뭔가 안심이 되지 않는다. 더불어 총림의 임회 결의나 수좌회 결의문이 대내외적으로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선 사찰과 승려 개인개인이 솔선수범하여 문화 및 자연환경 보존을 위한 모범을 보여 왔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함께 반성해야 한다.

어쨌거나 이제까지 사찰?지역주민?지자체의 문화환경에 대한 안목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 가야산과 해인사가 어찌 현재의 지자체와 지역주민만의 것이겠는가?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해인사 스님들만의 것이겠는가? 잘 보존하여 자손 대대로 물려 주어야 할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것이다. 당장의 편리함과 눈 앞의 몇 푼의 이익 그리고 ‘선거 표’ 몇 장 때문에 ‘신부락 옮기듯’ 졸속으로 59호 도로건설까지 처리하여 가야산으로 하여금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어리석음을 또다시 밟아선 안 될 것이다. 이를 두고서 소뿔 고치려다가 소를 잡는 격이라 할 것이다.□원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