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날리는 날엔,
산죽(山竹)에 눈발이 흩뿌리는 날엔
그대 백호친 중이 아니어도 좋도다.
켸켸한 한지종이 화엄경을 내동댕이치고 법당문을 벌컥 차라.
눈발이 거칠어져 끝내 앞 뒷산을 가리고
그대마저 잊어 눈을 뜰 수 없을지라도
그대는 취해야 한다 술이 아니면
무한천공(無限天空) 그 무섭도록 내리는 눈발과 같은
사랑을, 그리운 그리운 자유를 그대 가슴에 흥건히 받으며
단단한 겨울일수록 더욱 푸르른 함성을 지르는 소나무들 처럼
눈이 날리는 날엔, 설해목 무너지는 소리 우렁차게 메이리치는 날엔…
사진작가/ 주명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