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늪같이 질펀한 고요여,
긴긴 회랑을 돌아 나온 바람에 가까스로 따아 떨어뜨리는 한 점 풍경소리여,
뱀, 개, 소, 중음신 따위로 명명될 윤회의 미혹이여,
하여 시간은 압살되었네.
하늘 그 넓은 마당 가득 널려있는 구름을,
지었다 다시 펴는 꽃과 나비의 졸음을,
코흘리개 콧물갈이 머얼겋게 바라보고 있는 고요를 고요를
능지처참 할 때 시간은 드디어
검은 구름 속에서 잔뜩 도사리고 있는 천둥처럼
우르르 쾅쾅 장대비되어 쏟아질 것이네.
시퍼런 빛과 함께 개오(開悟)일 것이며 해일(海溢)같은 역사의 장은 시작될 것이네.
사진작가/ 주명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