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나 부끄러워
등짝에 적요로이 내리쬐는
가을 햇볕에 부끄러워
이십여 년 동안 입은 먹물옷 솔기마다 색바래 희고
중도 소도 아닌 절집 축생으로
암자 툇마루에 앉아
쓰르라미 울음 강물되어 흐르는
이 가을 나 부끄러워
첩첩한 앞산 뒷산
만산홍엽 진진도 한데
그 어떤 색깔로도 나앉지 못한 채
마당에 널린 고추 속을 뱉아 내는
가을 햇볕 매워
이 가을 나 부끄러워
으깨어진 홍시나마 하나 주어 먹을까
감나무 아래 서면
일찍이 나 떫은 감으로 떨어져 버린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