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텅 빈 산방을 지나며
그 속에 뛰어 노는 투명한 햇살과
푸른 솔향을 본다.
빈자리에 여과 없이 펼쳐지는
푸른 풍경의 물결들
오래 비우지 못한 가슴속에서
세월들이 부딪치는 파열음이 들린다.
비우면 하나가 되는 거리
그러나 비우지 못했기에
구속이 되는 아득한 거리
그 길을 인생이라 하며 우리
지친 표정으로 걸어왔다.
이제 내 속에 담긴 것들을
하나하나 밖으로 던져 내며
마지막 파열음까지도 던져낸다.
산방을 닮은 깊은 고요
빈자리에 돋아나는
맑은 햇살과 푸른 솔향이
오랜 친구처럼
내 가슴 속 얼굴을 내민다.
사진/주명덕
글/성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