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없는 빈 골을 떠돌다 어두워 돌아온
핏빛 사랑을 나는 보았다
아침이면 다시 메아리를 찾아 휘청이며 떠나는
아플수록 빛나는 사랑을 나는 보았다
살아 다 부르지 못한 이름
목 터지도록 부르는 절규의 사랑을 나는 보았다
님 가신 길 여태 가지 못한 안타까움에
눈물 그렁그렁한 순정의 사랑을 나는 보았다
사랑도 원죄가 되는 세상 속에서
죄가 된 사랑을 안고도 기쁨으로 넘치는
지독한 사랑을 나는 보았다
삶이란 자취 없는 것
흔적 없는 자리에 삼백예순 날
사랑은 비로 내려 그 이름 깊게 새기고
사랑의 긴 역사 끝으로
햇살을 거느리고 연꽃이 핀다
떠나면 그뿐인 사람들 속에서
떠나지 않는 긴 사랑을
안은 이는 고독하다
사랑이 새가 되어 날 때까지
사진/주명덕
글/성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