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다.
앞서간 자의 발자국을 밟아가며
8월 그믐날 오후
수많은 애환이 드리운 당산나무 그늘에서
모든 길은 인연의 길이라고 외치는
매미의 애끓는 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는다.
회한이 일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저 수많은 나뭇잎들
인연의 길에서
살짝 벗어나버린 이들의 초상일까.
마주 오고 앞서가는
벗을 떠나 벗을 만나는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진
길을 걷는다.
이미 아라한의 그늘에 젖어버린 마음이
저 길의 어디쯤엔가 다시 있을
당산나무 그늘을 그리고 있는 사이,
세월은 또 한 움큼 흘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