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길을 걸었다
달빛이 사라진 어두운 길에 이르러
나는 길을 기다렸다
새벽이 오기까지 어둠에 갇혀
두려움과 초조와 긴장을 보았다
우르르 - 꽝, 내 시간의 저편에서
천둥처럼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때 나는 알았다 내가
저만치 걸어갔을 때에도 뒤에서는
역시 무너져 내릴 내가 있다는 것을
나는 길을 버렸다
그리고 부처님 곁에서 무너지지 않는
길을 걷고자 했다 그러나 그 길은
평탄한 수평의 길은 아니었다 그 길은
오를수록 미끄러지는 수직의 길이었다
담장에 기대어 햇살을 쫓아 오르는
담쟁이 넝쿨 오늘도 미끄러져
망연한 내 눈빛을 조롱하듯
투명하게 담을 오르고 있다
글/성전·사진/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