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높여 부르지 않아도
가을 새벽 찬 이슬은 안다.
떠날 시간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안개가 길을 가리고 있어도
새벽빛은 와야 할 길을 걸어 온다.
어둠 괸 창가에 어김없이 내려 앉는 새벽빛
일어나야지, 새벽빛이 오기 전
이슬이 땅에 머리 박아 지구가 흔들리기 전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의 사이에서
두 팔을 벌려야지 그리하여
한 손에 사라지는 것의 슬픔과 겸손을
다른 한 손에는 살아있는 것 기쁨과 오만을
배워야지.
기쁠 땐 반대편의 슬픔을 보고
오만할 땐 다른 손의 겸손한 목소리를 들어야지
꼭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을 풀만큼만 살아야지
부드러운 햇살에도 유혹되지 않고
차가운 바람에도 머리 꺾지 않는.
사진/주명덕
글/성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