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화신불和身佛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죽비의 소리 - 경성 1999년 05월 207호
영원한 생명, 절대무변의 진리로서의 부처님은 본디 오고 감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역사적인 회신化身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천오백여 년전 이 세상에 오셨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은 절대적으로 위대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 일대사一大事 인연은 단순히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성인 한 분에 탄생하심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오시는 것은 욕망과 이익과 권력을 위해 맹목으로 치닫는 우리에게 부처님의 지견(佛知見)을 열어 보이고자{開示} 하심이며, 이를 인연으로 중생은 진리를 깨닫고 실현함(悟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오심이 더욱 진실하고 절실하려면, 나와 우리의 이익보다는 나와 마주서 있는 저사람, 우리와 마주 서 있는 저들과의 화합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개인과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화되어 가다 보니 윤리의 사고와 시선도 좁고 깊어만 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게다가 선과 악의 구분마저 개성이라는 미명 아래에서 모호해지고, 정正과 사牙의 개념 또한 개인과 집단의 이해와 이익에 따른 해석으로 논란의 대상으로 전략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의 천년, 이십일세기에 즈음하여 이제 요질 부처님을 맞는 지금 우리의 자세를 점검해야 할 터이다. 무욕無慾과 무소유無所有의 마음을 회복하고 또 다른 집단을 포용하는 넉넉함,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헐뜯음보다는 모두의 도약을 위한 비판과 조언, 나에게 돌아오는 보상에만 급급해 남과 북으로 동과 서로 구분짓는 옛 모습일랑 떨쳐 버리고 더 넓고 깊은 안목으로 이루는 진정한 통일과 화합의 실현, 더 커다란 이익과 더 소중한 이해를 위한, 노勞와 사社와 정政 모두의 양보, 이런 것들이 정녕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이고 나아갈 길일 터이다. 그리하여 입으로 뜻으로 몸으로 계율과 도덕으로 나와 네가, 우리와 그들이 화쟁和諍하고 화합和合하는 자리에 부처님이 오시면 더욱 빛나고 더욱 환하고 더욱 찬란하지 않겠는가. 화합 그 자체로, 중생의 화합을 위하여 이십세기의 끄트머리에 오시는 부처님을 맞이하는 등불을 밝히 며 두손 모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