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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숲으로 가 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불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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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곽철환 1996년 10월 176호
내가 부처 팔아 밥 먹고살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불교책 을 정독하면서 불교의 핵심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발전, 전개되었지를 명확하게 알고자 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는 점이다.
그러고도 속이 편한지 알 수 없는 일 이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불교를 알고 싶으니 필독서를 한 권 소개해 달라고 한다면, 딱히 권할 만한 책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릇 어떤 분야를 처음 배우려면 개론서부터 읽어야 하는데, 추천할만한 개론서 한 권 없는 것이 지금 우리 불교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이 요점을 정리해 나가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여기에 소개하는 책들은 우리말로 된 입문서로서, 내 불교 공부에 도움이 되었던 책들이다. 덧붙여 불교를 학습하는 방법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하고자한다. 먼저 불교의 기초 개념과 철학용어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아두길 바란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고의 혼란은 곧 언어의 혼란이기 때문이다. 요즘 불교학을 서술할 때, 철학용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사용함으로써 글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 마술에 걸려든 듯하다.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 꼭 메모해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메모하는 과정에서 의문점나 자신의 견해를 적어두면 더욱 좋다. 먼저 의문점을 적어두면 그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책을 찾게 되고, 또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는 것은 일종의 비판인데 , 비판은 어떠한 글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하더라도 읽고 그냥 덮어 버리면 얼마안가서 잊어버리게 된다. 잊어버리고 또 다른 책을 읽고, 잊어버리고 또 다른 책을 읽고, 이렇게 되풀이하다 보면 혼란만 더해질 뿐 개운하게 정리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먼저 인도사상 전반을 간략하게 알 수 있는 책이「인도사상사印度思想史」(中村 元 著, 金容植 朴在權 共譯, 서광사)이다.
이 책은 리그 베다 에서 현대의 인도사상까지를 쉬운 현대말로 간결하고 명료하게 서술한 개설서이다.
처음 불교를 배울 때 중요산 것은 불교의 텍스트인 불경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성립되었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알기 쉽게 서술한 책이 「경전의 성립과 전개」(미즈노 고겐 지음, 이미령 옮김, 시공사)이다. 이 책은 \'경전 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이 년여에 걸쳐 잡지에 연재되었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 앞부분에서는 경전에 대해 총체적으로 해설하고 있다. 경전이란 무엇인가, 원시불교 졍전은 어떻게 성립되었는가, 대승경전은 불설佛說인가 비불설非佛說인가, 불설 이란 무엇인가, 경전의 언어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뒷부분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한역경전漢譯經典은 어떻게 변역 되었고 유포되었는지를 여러 방면에서 구체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무릇 공부는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
불교의 기초는 초기불교이다. 따라서 초기불교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확립하지 않고 불교를 공부한다는 것은 마치 썩은 나무로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초기불교를 쉽게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책이 「불교개론」(마스타니 후미오 지음, 이원섭 옮김 , 현암사 ) 이다. 이 책은 연기緣起와 사제四諦)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쉽다고 해서 대충 읽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연기와 사제는 불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이 연기와 사제의 동어반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초기 불교 , 특히 연기와 사제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철저하게 공부하길 바란다.
이 부분에 대한 또 다른 책으로는 「아함경 이야기」(마스타니 후미오 지음, 이원섭 옮김, 현암사),「붓다-그 생애와 사상」(마스타니 후미오 저, 반영규 옮김 , 대원정사)「붓다의 가르침」(원폴라 라훌라 지음, 진철승 옮김 , 대원정사),「붓다의 옛길」(피아닷시 지음, 한경수 옮김 , 시공사 )등이 있으니 꼭 읽고 정리해 두길 바란다.
그 다음, 부파 불교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사실은 정연한 체계를 갖추고 있는 이론이다. 이에 대한 책으로는 「아비달마의 철학-존재의 분석」(上山春平 ,櫻部建 著, 정호영 譯, 민족사)이 있다. 아비달마 불교에는 다양한 불교용어가 등장하는데, 그 용어들의 뜻을 정확하게 알면 불교 전반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대승불교의 개설로서는 「대승불교개설」(平川彰 외 저, 정승석 역 , 김영사), 「대승의 세계」(시즈타니 마사오·스구로 신죠오 저, 정호영 역, 대원정사)를 권하고 싶다. 중관에 대해서는 「공의 논리-중관사상」( 梶山雄)·上山春平 저, 정호영 역, 민족사) 가 있다. 내용이 좀 어렵기는 하지만 꾸준히 여러번 읽으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유식을 알기 쉽게 서술한 책으로 「유식철학唯識哲學」(橫山絆저, 妙柱 역, 경서원) 이 있다. 이 책은 유식학의 중심 용어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성립, 발전되었는지를 산스크리트 , 티벳어 원전과 한역본을 대조하면서 고찰하였고, 또 다른 학자들의 견해를 폭 넓게 수용, 제시하고 있다.
어려운 용어들은 현대말로 쉽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유식학 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으로 일본종교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다. 불교 입문자 들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불교논리학, 곧 인명因明일 것이다. 이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동양의 합리사상」(스에키 다케히로 지음, 이효상 옮김, 대원정사) 이다. 저자는 동경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지만 불교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출간된 여러 사전에 저자가 집필한 항목이 제법 있는데, 누구보다도 불교 용어를 명쾌하게 해설하고 있다.
저자의 이름을 기억해 두면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제 1부 깨달음에의 논리-인도의 논리사상, 제2부 중국불교의 논리사상, 제 3부
합리화 비합리-고대 중국사상의 논리로 되어 있는데, 불교학에 대해서도 간단 명료하게 언급되어 있고 논리학을 모르더라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정독을 권한다.
중국 불교는 너무 방대하여 누구에게나 부담이 된다. 그런데 중국 불교전반을 간략하게 알 수 있는 책이 「중국불교사상사」(木村淸孝 저, 장휘옥 역, 민족사)이다. 격의불교格義佛敎, 교판敎判, 삼론교학三論敎學, 천태교학天台敎學, 화엄교학華嚴敎學, 법상교학法相敎學, 밀교密敎,정토교淨土敎, 삼계교三階敎, 선禪 등이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선종禪宗에 관해서는 「중국선종의 성립사연구」(鄭性木 저, 민족사)를 권한다. 이 책은 고마자와 대학에 제출한 박사학위청구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인용문이 대부분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지 않고 방대하여 입문자에게는 좀 부담이 될지 몰라도 중국 선종사에 관해서는 이만한 책이 없다. 이 책이 어려우면「선의 사상과 역사」(柳山聖山저, 안영길·추만호 역, 민족사)를 읽어 보길 바란다. 또 선과 서양철학을 비교한 책으로 「서양철학과 선」(존 스태프니 외 지음, 김종욱 편역, 민족사)이 있다. 이 책은 서양의 여러 학술지에 발표되었던 논문들을 편역자가 번역한 것으로 , 제 1부 철학과 선 , 제 2부 하이데거와선 , 제 3부 비트겐슈타인과 선으로 되어 있는데, 특히 제 3부를 눈 여 겨 보길 바란다. 이와 더불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 「분석철학과 종교」(황필호 저, 종로서적)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제 1부 분석철학과 종교, 제2부 비트겐슈타인과 종교로 되어 있다. 내가 불교학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철학자가 비트겐슈타인이다. 그의 언어 비판은 불교학을 하는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언어의 속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는 언어의 마술에 흘려 언어의 미로에서 헤매게 될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불교에서 언어에 집착하지 말라고 한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 해 준다. 사실 언어의 속성을 모르면 불교 전반을 이해할 수 없게 되어있다. 왜냐하면 수행에 의한 직접 체험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그 체험을 아무리 언어로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 체험과 그에 대한 언표言表 는 전혀 별개인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대한 해설서는 많이 출간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비슈겐타인의 철학」(K T. Fanna지음, 황경식·이운형 옮김,삼일당)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