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합동 징수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6년 09월 175호
민족재산으로서의 성보
종교의 내용이나 형식을 불문하고 모든 종교에는 귀의 대상이 있다. 곧 그 종교를 상징하는 존재가 있다는 말이다. 그 상징적인 존재가 신격화된 인간일 수도 있고 또는 인간임에도 절대적인 신으로 환치된 종교도 있다. 또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가 갖는 한계로 인해 자연을 귀의의 대상으로 삼는 종교도 있다.
종교의 범주에 있으면서도 종교로서의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무속신앙’으로 치부하는 미신에도 귀의의 대상은 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신을 모시고 사당을 짓고 일정한 의식을 통해 종교의 형식을 지켜가고 있다.
종교든 미신이든 그것을 믿고 따르는 ‘신도’가 있어야 한다. 또 이 신도와 귀의대상자와의 사이에서 교리와 의식을 통해 그 종교를 전파하는 ‘중개자’가 있어야 한다. 종교를 구성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종교가 있는 국가나 민족에게는 빠짐없이 종교적 유산이 남아있다. 무형의 유산은 ‘민족적 정서’라는 정신적 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으며 유형으로는 각종의 기념물이나 잘 조직된 종교의식으로 전수되고 있다. 이것은 곧 그 민족이나 국가의 정체성을 이
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삼고 있으며 인류 공통의 자산으로까지 승화되어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보존해야 할 가치를 갖게 된다.
이 유산을 우리는 성보라고 한다. 성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정한 물질적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형상화한 모든 물질을 가르치는 말이며 동시에 그 물질이 예술적 가치와 역사성을 갖고 있어야 성보로서 받들어지게 된다.
우리 민족은 민족의 태동기부터 불교를 받아들어 지금까지 유, 무형의 문화적 자신을 창조하고 전수하고 있다. 국토의 곳곳에 문화적 유산이 널려 있고 지난한 역사로 땅속에 묻힌 유산도 숱하게 많다. 여타의 민족에게 우리 민족이 자긍심을 갖는 것 역시 이 불교문화유산이 풍부하면서도 그 뛰어난 예술성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에 국가가 성보의 일부를 특별하게 선정하여 ‘국보’로 삼아 관리하고 있으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보존과 보수의 책임을 맡고 있다.
성보의 일부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와 보존의 노력을 기울어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불타의 가르침을 형상화한 것이므로 부처님을 따르는 불제자들의 신앙과 유리시킨 박제품으로 둘 수는 없다. 비록 그것이 허물어진 절터에서 발굴된 것이라 어쩔 수 없이 박물관에 유치시켰다 하여도 신앙의 상징물임을 명확히 해야한다. 또 국가가 보물로 지정한 문화재라 하여도 사찰에 존치하고 있다면 정부는 행정적인 지원을 통해 보존과 보수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사찰
민족문화유산의 대부분인 성보는 그 거의 전부가 사찰에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그러나 외적의 침입과 전란 그리고 식민지 등을 겪으며 사찰을 떠나 박물관에서 관람객의 호기심을 받는 소장품이 된 유물이 상당수에 달한다. 하지만 그래도 거의 전부는 사찰에 있으며 살아있는 신앙의 형상물로 숭앙받고 있다. 탑과 벽화 그리고 의식장구와 부처님의 형상이 일체가 되어 도량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도량은 일찍부터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화엄의 세계를 말 없는 가운데 대중에게 보여주고 있다.
흔히 명산에는 명찰이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서양의 종교처럼 창조주의 의지에 부속하는 관계로서의 인간을 강조하지 않고 중중무진의 연기 관계 속에 중도의 세계를 깨닫는 과정으로서의 불교는 자연을 소중히 한다. 따라서 일찍부터 훌륭한 기품을 갖고 있는 산과 들에 수행의 도량을 지었다. 결코 그 기품을 더럽히는 일없이 그저 자연의 일부로 녹아든 인위적 조형물을 갖다 놓았다.
후대의 사람들은 선인의 그 지혜를 감탄한다. 어찌 그리 있어야할 곳에 그렇게 적절한 그리고 자연을 닮은 집을 지금의 사람들이 지을 수 있을까. 명찰이 있으면 명산이다.
명산에 있는 명찰에는 참배객이 예나 지금이나 끊이지 않는다. 다만 예전에는 신심이 돈독한 사람들만이 신앙 행위를 하기 위해 그 곳을 찾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그 곳에 있는 성보를 보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같은 곳을 찾아들지만 불제자들의 목적과 관람객의 목적은 같지 않다. 후자의 경우는 민족문화유산의 관람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람들의 생활 형편이 나아지면서 관람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의 수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이들이 성보를 대하는 태도는 불제자의 태도와 사뭇 다르다. 성보를 함부로 대해 훼손하기 일쑤며 심한 경우, 배타적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고의적으로 사찰을 망치기도 한다. 그러므로 관람객이 늘수록 성보에 대한 경계는 더하게 되고 유지 보수에 따른 경비도 늘게 된다. 수행 분위기를 흐트려 놓는다는 경제외적 비용은 차지하고.
문화재의 관리를 위해 국가는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였고 그 법 제39조 관람료의 징수항목을 정해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 보유자 또는 관리 단체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에는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가지정문화재의 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 관람료를 징수하는 법적 근거는 여기에 있다. 절을 보기 위해 찾았는데 왜 돈을 내야 하는가 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에 따른 경비의 일부를 관람객이 부담하는 것은 부득이한 일이다.

관람료를 분리징수한다고
사람들이 편안한 휴식과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는 공원에도 입장료가 있다. 공원관리를 위해 돈 들어는 만큼 그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사설 시설에는 물론이고 공립 시설도 예외 없다.
그 전에는 가까운 산에 있는 절을 찾는데 돈을 내는 일이 없었는데 어느날 정부(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유료공원으로 지정하여 쓰레기 수거료다 뭐다 하여 입장료를 받고 난 뒤 순전히 참배를 목적으로 산속의 절을 찾아가도 입장료를 내야한다.
자연공원 안에 있는 절이 전통사찰로서 관람료를 받는 경우 통상 공원관리사무소가 통합하여 입장료와 관람료를 통합 징수하고 있다. 그 중 일정액을 문화재의 유지 보수에 따른 경비로 사찰에 돌려지고 있다. 행정편의 적인 면도 있지만 자연공원구역 안에 있는 사찰 재산에 대해 제한을 가하고 있는 점과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애정 등을 감안할 때 일단은 합당한편이다.
그런데 지난 85년에 설립된 국립공원 관리 공단이 최근 7월 19일자 공문을 통해 그 동안 관례로 내려왔던 통합징수 대신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별개로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이 71년 정부와 불교계가 합의한 사항이었던 ‘요금의 징수 분배는 공동으로 한다’는 조항까지 무시하며 개별징수로 나서게 된 까닭은 문화재 관람료를 일방적으로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올해 7월 1일부터는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이 발효된다. 해인사 골프장 사업의 전면 취소를 요구했던 지난달에도 지적했듯이 이 개정에 따라 국립공원 안에서는 자연 훼손사업의 일체 불허 등을 포함하여 문화재관람료는 문화재 관리자가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조계종에 소속한 문화재관람료 사찰은 관람료를 20퍼센트 인상할 것을 결의하고 일부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자 관리공단쪽에서 이용객의 원성을 자신들이 받게 된다고 분리징수하겠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관리공단의 이 조치는 종단의 반발을 샀고 이에 내무부가 ‘분리징수는 더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밝혀 금방 수습되고 있다. 90년 대비 96년 인상률이 무려 배가 늘어난 국립공원입장료에 비해 관람료는 19퍼센트에 묶여 있었는데 그것을 빙자하여 과도한 인상이라고 하는 관리공단의 태도는 합당치 못했기에 내무부가 즉각적인 수습에 나선 것이다.
자연공원입장료와 문화재과람료의 징수방법에 대한 시비는 일단락 되었으나 석연치 않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왜 7l년 정부와 종단이 합의하여 운영되어 왔던 징수 방법을 관리공단이 문제 삼았는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저의가 유치하게 징수 방법
의 변경을 통해 사철에 압박이라도 줄 수 있다고 여겼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관리공단은 명산 명찰의 의미를 잘 새겨 본래의 의무인 자연보존과 그 곳의 문화재가 추호라고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