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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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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6년 09월 175호
우리 옷에는 본디 옷 자체에 물건을 넣을 수 있는 호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실용적인 면에서 따로 주머니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자질구레한 물품이나 돈 따위를 넣고 입구를 졸라 매어 허리띠에 차거나 손에 들도록 만든 주머니가 때로는 장식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삼국유사에 금낭金囊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주머니의 역사는 꽤 오래 된 듯하다. 일반적인 주머니로는 두루주머니와 귀주머니가 있고, 실용적인 젓으로는 수저집, 필낭筆囊이 있으며 장식적인 것으로는 노리개의 형태를 갖춘 향낭香囊과 침낭針囊이 있다.
주머니의 형태는 흔히 줌치라고 부르는 각이 진 귀주머니와 염낭이라 말하는 둥근 모양의 두루주머니 두 종류로 크게 나눈다. 재료는 곁감은 견絹이나 무명을 사용하고 안감은 무명이나 질이 낮은 견을 사용한다. 모양은 백, 옥, 적, 청, 자주, 남, 담홍색 등의 바탕색에 자수를 놓은 것이 많고, 각종 금은 세공으로 장식한 것도 적지 않다.
이들 주머니는 남녀를 막론하고 찼으며 그 신분에 따라 옷감과 색상, 부금付金이 달랐다고 한다. 주로 궁중에서 가례 때에 많이 사용되었으며, 종친들이나 나인들에게 하사하기도 하였다. 비록 작은 물건이지만 손질이 많이 가고 부적과 같은 뜻을 지녀서 무척 환영을 받던 물건이다.
스님네들이 차는 주머니는 업을 길게 접어 만든 귀주머니가 대부분이다. 색상은 적색이나 회색을 즐겨 쓰며 곁에는 옴자나 만卍자를 새겨 넣어 모양을 내기도 한다.
풋중 시절에 은사 스님이나 도반에게 선물 받은 주머니는 중노릇이 익을 때가지 반들반들 손때가 묻는다. 스님네의 주머니 속에는 아주 작은 호신불을 모시거나 염주를 넣어 두기도 한다.
극락전 노스님의 허리춤에 달려 있는 낡고 해진 회색 주머니를 볼 때마다 노老 수행자의 청빈한 구도의 삶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