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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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6년 08월 174호
뭘 하자는 것인가
법원의 판결 하나가 불교계는 물론이거니와 환경 관련 단체를 비롯하여 민족문화에 애정을 갖고 있는 단체나 사람들에게 심각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6월 19일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7월 15일 정부가 취소한 바 있는 해인 골프장 사업계획에 대해 법적인 하자가없다는 이유로 \"취소결정을 취소\" 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주식회사 가야개발(대표 김 선 국)이 1994년 12월 24일-그러고 보니 날짜도 참으로 공교롭다 경상북도 지사의 승인을 받아 추진하던 가야산 해인골프장은 승인 직후부터 교계 안팎의 심한 반발을 샀다. 유구한 역사와 함께 민족의 혼이 담긴 법보종찰 해인사를 싸안고 있는 국립공원 가야산의 허리를 잘라내어 그 곳에 골프장을 만들고자 하는 돈 많은 사람 의 수작
도 수작이지만 그것을 지방재정의 큰 수업이라 생각하여 선뜻 승인해 준 지방정부의 옹졸한 처사를 용인할 수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도 광주군과 용인군 둥 일대는 골프장의 난립으로 산림이 훼손되고 독성 강한 농약으로 인한 수질 오염과 생태계의 파괴 등으로 큰 몸살을 앓고있으며, 기타 지역의 골프장도 역시 문제가 없는 곳이 없어 급기야 정부도 그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아 더 이상의 골프장 사업 허가를 금하고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목
적에 합당하게 그 국립공원의 보존을 좀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6월 국립공원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그 주요한 내용은 다름 아니라 국립공원 내에서 대규모 산림을 파괴할우려가 있는 골프장과 스키장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이다.
그런 때에 지방정부가 나서서 국립공원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산림과 민족문화유산을 파괴하고 망칠 골프장을 허가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할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경상북도 지사의 사업승인은 국립공원법 개정안의 입법 예고를 불과 몇 달 남겨 두지 않은 때에
전격 취해진 조치라는 점도 많은 의혹을 갖게 한다. 이미 국립공원만큼은 어떤 구실로도 개발로 인한 훼손으로 부터 방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워진 마당에 유독 경상북도만이 이런 합의를 무시하고 또 승인 뒤에 예상되는 국민적 반발까지 감수하면서 취한 조치였기 때문에 뭔가 흑막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한다.
정부의 사업 승인 취소에 대해 불복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가야개발이 내거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다. 자신들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도지사의 승인까지 얻어 사업에 착공했는데 왜 중앙정부가 나서 취소했느냐는 것이다. 법이 개정 되기전에 승인을 받았으므로 하등 하자가 없으니 당연히 취소결정은 번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등법원은 불복 사유를 받아들여 정부 결정을 번복하였다. 도대체 법의 취지 따로 절차의 정당성 따로 감안하여 정부의 결정을 번복하는 법원이나 지방 정부의 하는 짓이 모두 옛 중국고사에 나오는 \"원숭이 장삿꾼’ 같아 한심하기만 하다.
돈 되는일이라면
말머리를 조금 돌려 강원도의 대표적인 탄광지역이었던 사북, 고한, 태백 등을 위해 제정된, 이른바 폐광지역개발지원 특별법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작태를 살펴보자. 이 법이 만들어진 뒤 지난3월 이수성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열어 폐광지역 의 자연녹지보전지역을 관광사업지역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의결하였다. 또한 이의 개발에 소요되는 경비 보조를 위해 통상산업부가 5년 동안 5백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폐광지역 개발의 핵심은 카지노 였다. 폐광지역특별법은 산업의 재편으로 석탄산업이 점차 사양화되고 그로 인해 폐광이 늘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폐광으로 인한 주민들의 생계를 보전하기 위해 관광산업지역으로 개발하고자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은 특히 내국인을 위한 도박장의 개설을 합법화하여 개발지역 내에 카지노호텔과 이에 연계된 스키장, 골프장 등을 건설 할수 있도록 하였다. 건 설 뒤 이익의 75퍼센트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5년 뒤부터는 50퍼센트를 지역사회 개발사업에 쓸수 있게 하여 지역 주민들에게는 대단히 군침을 흘리게 한다. 따라서 카지노의 건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실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특별법에 의한 개발계획 부지 총 1백29만 명 가운데 90퍼센트 이상이 월정사 말사인 정암사 소유다. 정암사는 부처님 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다. 경내 계곡에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노닐고 있어 청정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카지노호텔을 짓는다고 정암사의 땅을 내놓으라며 강원도와 지역 국회의원, 군수등이 안달이다. 뭐라든가. “불쌍 한중생들 먹고 살려고 하니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한다든가. 민족문화 유산의 최대 보고라는 경주지역에도 대규모 도박장 건설 계획이 잡혀있다. 경마장건설 계획이 그것이다. 천년의 고도가 간직한 유산을 발굴하는 작업이
아직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작업은 앞으로도 얼마나 더 걸려야 경주의 신비가 밝혀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 조상의 넋과 혼이 배인 땅을 도박장으로 묻어버려 돈을 벌려고 하는 심사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는 것일까. 돈 되는 일에 불교계가 주장하는 민족문화 유산의 보존과 자연의 보존이 그저 야속하다는 심정인가. 다시 돌아와서 국립공원 가야산을 보존과 전국에는 여러 곳의 국립공원이 있다. 하 지만 지금 가야산만큼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보존되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가.
“모든 국민과 후손들이 함께 이용하고 아껴야 할 공공 재산일 뿐 아니라 더 이상 개발의 대상이기보다는 보존의 대상으로 무성한 산림과 동.식물이 공생하는 생태학적 보고”라고하지만 정작국립공원이라는 곳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호텔이 무수히 들어서고 위락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동식물의 수난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오죽해서 특정 기간 동안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휴식년제를 두기에 이르를 만큼 상태가 극심하게 되어 있다. 거기
에 비해 가야산은 지극히 보존상태가 양호 한곳이다.
우공이산
지난7월 1 일은 개정된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발효되는 날이었다. 이제부터 국립공원 내에서는 스키장과 골프장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시행령은 소급의 강제성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미 승인된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다. 서울고둥법원의 판 결은 골프장사업에 대해 문화체육부의 취소결정을 백지화 하였다.
같온 7월 1 일 오전 9시 가야산국립공원 내 해인골프장사업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불교계, 환경운동계, 법조계, 정치계, 지역인사들 둥 110명의 성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서울 고둥법원의 판결에 대해 합의하고 경상북도와 가야가1발 쪽이 자진해서 사업을 철회하도록 촉구하였다. 회견 직후 대표단은 문체부를 방문하여 차관으로부터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며 지속적인 국립공원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해인총림대책위와 대구경북대책위가 꾸려지고 이들 공대위는7월6일 1,000여 명이 참석한가운데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에서 해인골프장 건설저지 범시도민 규탄대회를 열었다. 대회에서 골프장의 전면 백지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결사 의 자세로 운동을 펼칠 것을 천명했다.
해인총림대책위는 10일 서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방문하여 골프장 건설로 인한 인류문화유산으로 둥록된 팔만대장경의 훼손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세계적 여론의 환기로써 가야산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도 공감을 표시하고 대웅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해인골프장의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부와 사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에서 발단하였다. 단순히 해인사를 안고 있는 가야산만의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대로 묵인하고 넘어 간다면 국토가 어느 돈 많고 힘있는자 들의 손에 수시로 절단날 것이며 민족문화 유산 나아가 인류문화 유산은 향상 그 뒷전에서 부서지고 없어질 운명을 겪어야한다.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던 고속철도의 경주통과도 불교계를 비롯한 문화계 둥 국민의 여론으로 철회시켰다. 처음에는 커다란 벽이 가로막아 절대로 안되는 일이라 하였으나 일치된 힘으로 기어이 정부 정책을 바꿨다. 태산을 옮긴 우공의 의지로 국립공원과 성지를 지켜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