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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식부터 바로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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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리영희 1996년 08월 174호
반세기 동안 분단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 각 분야의 조직, 집단, 단체, 기업들이 저마다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저마다의 고유한 분4베서의 특수적 기능과 역할이 소망스러운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공통적요소가 필수적으로 전제된다.
어떤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지, 어떤 생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지에 따라서 그 작용과 노력의 결과는 서로 보완적일 수도 있고 서로 정반대로 상쇄적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남북한 문제나 관계 또는 통일 문제를 대하는 관점에 따서는 남, 북한간의 긴장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고 화해를 촉진할 수도 있다. 어떤 상식으로 민족문제를 접근하는가? 이 \"어떤 관점”, “어떤 생각\"... 둥의 주체적 자세를 결정하는것이 “의식”이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염원하는 사람은 무엇을 할까라는 구체적 및 외향적 행동을 하기에 앞서서 자신의 \"의식”부터 반뜻하게 정리하는 노력과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들의 의식에 어떤 문제가 그에 해당하는가? 한번 냉엄하게 검증해 보라. 그리고 자기를 비판해 보자.
\"냉전冷戰의식\"
세계는 \"탈냉전”시대라고 하는데 한반도 만이 아직도 ‘냉전시대를 살고 있다. 미, 소 양 초강대국의 국가 이기주의적(패권주의의) 표현인 냉전(또는 한반도에서는 “열전”) 사상은 우리들의 사고와 행동을 언제나 \"싸워서 말살해야 할 적대자\" 는 북한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이 적대자 의식”부터 청산해야 한다.
광적 반공사상
같은 반공사상이라 해도 남한의 그것은 지구에서 가장 반이성적이고 극단적이었다. 일정한 정도의 “공산주의 비판의식”은 민주주의와 휴머니티를 위해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우리의 그것은 지난날 군부독재체제의 정권 유지책 이었을뿐만 아니라 민족간 화해를 거부하는 이데올로기로 악용되어 왔다는 이유에서 우리들의 머리에서 시급히 정리되어야한다.
맹목적 애국주의
오랜 민족사를 통해서 외세에 시달렸고, 특히 일제식민통치를 겪은 우리들의 정서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잘 잘못이나 합법성, 정당성... 등의 여부를 냉정하게 가리는 이성적 태도를 거부하고, 무조건 한국(남한, 우리)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서 이와 같은 태도는 결국자기 부정적일 수 있다.

문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이해
모든 일어나는 일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이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없으면 그 일의 전모와 뜻을 알수 없다. 그 가장 적절환 예가 몇 해 전의 이른바 \"북한 핵\" 문제이다. 1960~70년대에 남한이 북한에 비해서 모든 면에서 열세일 때 박정희(남한) 대통령이 원자탄과 미사일 생산 계획을 추진한사
실과, 이십 년 뒤인 1990년대에 그 위상이 완전히 역전하여 모든 면에서 북한이 남한보다 열세해진 상황에서 핵미사일 계획을 추진하는 역사적 배경을 인식하면 문제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과관계의 구조
남, 북한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의 경우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작용 적이었다. 다시 말하면 서로가 원인을 제공하고, 그에 반응하고, 재 반응하고, 재재 반응하고... 식으로 확대, 격화되었던 것이다.
휴전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놓고 상대방만을 원인 제공자로 비난하는 남, 북의 태도는 그 어느 쪽도 옳다고 할 수 없다. 서로가 원인 제공자라는 사실 인식이 중요하다.

동일 사실에 대한 판단의 이중 기준
남, 북한 사이에서는 동일한 성격과 정도의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때마다 우리(남한)에 원인이 있을 때는 합법, 정당하고, 저쪽(북한)에 원인이 있을 때는 \"침략, 위반, 범죄”로 규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것은 동일 사실에 대한 가치 판단에서 이중 기준을 적용하는 행위로써 비논리적일 뿐 아니라 민족 간 화해와 통일에 역행하는 것이다.

북쪽 입장에 한번 서 보는 마음
남한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인 “팀스프리트\"는 이십만 이상의 병력과 미국 핵 항공모함과 핵공격함대가 대거 동원되는 훈련이다. 과거에 소련에 대항하던 북대서양 동맹군 (NATO)도 이런 대규모 훈련은 하지 않았다. 팀스프리트 훈련 때에 북한의 반응을 비난하기는 쉽다. 그러나 만일 막강한 소련 극동 해군의 핵공격함대와 북한군이 휴전선 바로 북방에서 여러 날을 두고 남한을 공격 목표로 하는 ‘조, 소 합동 팀스프리트\' 훈련을 이십 년 동안 해마다 전개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북한의 국가, 사회, 대중, 문화... 등에 대한 공평, 공정한 지식과 이해심
북한 내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은 제한되어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한국의 매스컴이 으레 선정적으로 과장하거나 일면만을 선동적으로 강조하는 악습을 꿰뚫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이질화\" 문제
\"이질화\"의 판정 기준은 무엇인가.
우리 남한 사회에 통용되는 이것저것의 상태가 북한사회 그것들의 옳고 그르고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남한 시회가 인간성이 숭상되고 민족적 주체성이 고양된
사회일까? 우리는 \"우리\"가 아니라 \"절반 미국인\"이 된 개인과 사회는 아닐까? 우리 사회는 도덕, 윤리적으로 북한보다 \"건전한\" 사회인가? 그밖에 우리 자신(들)과 한국의 사회상을 객관화해서 냉정한 마음으로 따져볼 의식과 자세가 필요하다. 이 의식적 자기 비판은 남, 북간의 \"합일\"을 위해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이다.

미국의 국가 이기주의와 패권주의
우리들은 해방 이후 반세기에 걸쳐 오랜 세월 동안 미국식 가치관, 사고방식에 동화해 버렸다. 군사, 정치적으로, 과거의 예속성은 아니더라도 아직 다분히 추종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이 하는 일은 모두 옳고, 북한이 하는 일은 모두 그르다는 식의 민족 허무주의적 미국 숭배의식으로 남북 관계와 남북 문제, 한반도 상황, 통일 문제를 대하는 한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은 저만큼 요원하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통일된 국가는 어떤 사회여야 하는가? 남한에는 선택의 자유와 물질적 풍요가 있는 반면, 일상화되어 버린 사기, 절도, 강도, 강간, 폭력, 횡령, 부정, 부패... 인간 소외, 극단적 이기주의, 상호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북한은 1인 숭배, 1당 독재, 폐쇄적 사회통제, 개인 자유의 억제가 제도화 된 반면, 종교가 없는 속에서 오히려 나눔과 \"서로 아낌\"과 정직, 순박, 믿음...이 생활화되어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남한 사회의 \'물질적 풍요 속의 인간적 빈곤\'과 북한의 \'물질적 빈곤 속의 인간적 풍요\'라고 할까.“통일된 국가는 어떤 사회여야 하는가?\" 우리는 이 질문을 하면서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