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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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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로 가는 길 - 박원순 1996년 08월 174호
사례1 서울 경찰청은 수입 소갈비를 한우갈비로 속여 팔아온 혐의로 음식점 금강산 대표등세 명을 구속했다.(6. 21 중앙일보)
사례2 서울경찰청은 마장동 도축장에서 병든 젖소 와 한우가 도축 되어 일반 쇠고기에 섞여 시중에 대량유통 되고 있다는 첩보에 중간상인 둥을 연행 조사했다.(6. 22 한국일보)
사례3 서울 성동경찰서는
폐기 해야할 소가죽을 소머리국밥에 유통시킨 혐의로 이율복씨 등을 구속했다.(6. 29 조선일보)
지난6월 한 달 동안 쇠고기에 관련하여 보도된 우울한 소식들이다.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속인 것은 그렇다 치자. 죽거나 병든 소를 팔아 먹거나 피혁제품으로 넘겨야 할 쇠가죽을 식용으로 팔아먹는 것은 정말 비인간적이다. 병든 소를 파는 병든인간의 모습이다. 최근 어느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다가 묘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참기름을 팔러 온사람이 참기름 대신에 팜플렛만 하나 달랑 들고 있었다. 그는 고객이 직접 보는 앞에서 기름을 짜준다는 점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진짜 참기름 외판 사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 안전한 식품은 무엇이 있는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고추가루에 발암색소를 넣어 빨강게
만든 업자가 구속되고, 공업용기름을 써서 만든 라면이 문제된 적이 있다. 부자들이 이용하는 백화점에서 조차 기한 지난 식품들이 버젓이 진열되었다가 고발당한 적도 있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이 정도라면 믿을것은 아무 것도 없다. 국보로 지정된 총통銃簡이 가짜로 밝혀져 충무공을 욕되게 한 일도 최근의 일이다. 온통 가짜 투성이다.
형법에 \'신뢰의 원칙’ 이라는 것이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은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는 멈추어야 한다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 신뢰를 깨뜨린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교통사고 운전자를 벌하는 형벌권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그와 정반대의 ‘불신의 원칙’ 이 지배하고 있다.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것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활 법칙이다. 신뢰를 깨뜨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바보다.
소득 일만 불 시대에 살고 있다. \'부자클럽’ OECD 가입이 임박하였다고 전한다. 금세기 내에 G7에 진입한다는 청사진도 제시되고 있다. 모두가 부자가 될 꿈을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사기가 횡행하고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이라면 그 재산인들 안전할까. 허술하게 지붕을 잇고 엉성하게 담을 친 창고속에 금은보화를 넣어 둔 것이나 진배없다.
자신의 작은 이욕에 눈이 어두워 못할짓이 없는 사회에서는 재산도, 생명도, 아무것도 안전한 것은 없다. 그런 사회는 홉스가 이야기한 \'만인데 만인이 투쟁하는 사회\'가 되고 만다. 만해 卍海 선사는 그 구제책을 공익심의 함양에 두고 말하기를 “공익심의 유무는 개인의 인격에서 비례되고 사회의 승침昇沈이 거기에서 규정되고 국가의 융체隆替가 거기에서 분기分岐된다’고 하였다. 뇌물과 부실로 지어진 우리 사회의 상징 삼풍이 무너지고 그 속에 오백 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을 묻은 뒤 일년을 지내면서 우리가 다짐해야 할 가장 절박한 일. 이 땅에 ‘공익심’을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