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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을 떠나며- 유심唯心과 해인海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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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진각 1996년 07월 173호
우리나라 잡지는 개화기 근대화운동과 맞물려 나라를 위태로움에서 구하려는 구국운동과 함께 태어났다. 그 가운데에는 「조선불교 월보」를 비롯한 종교지도 적지 않았는데, 일제가 무단통치를 통해 암흑정책을 펴는 바람에 대부분의 종교지는 명맥을 유지하기도 힘에 겨웠다.
이즈음 만해스님이 창간한 「유심唯心」지는 단순한 종교지를 벗어나서 우리 민중의 눈과 귀를 열기 위해 애썼다. 불교적인 글뿐만 아니라 항공기 발달소사, 과학의 연원, 청년의 수양 문제, 가정교육이 교육의 근본이다 들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다루었는데 그 내용이며 필진, 편집 솜씨가 승려가 만든 잡지이면서도 일반 종합지의 역할을 훌륭하게 아우러고 있었다.
민족의 전통문화를 잇고 발전시켜 그 민족 고유 정서를 앓지 않게 하려는 것은, 민족의 일체성을 고취 함양시키고 민초의 일상에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 유심지는 3호로서 너무나 짧은 생명으로 종간되었지만 척박한 상황에서도 민족의 정신 문화를 선도한 사상지로서 자리매김하였다.
해인지를 이에 견줄 수는 없지만 해인지도 이제 십오 년의 경륜이 쌓였다. 한갓 사보의 격을 넘어선 지도 이미 오래다. 정신문화를 지향하는 종합 월간지로서의 뜰르 갖추어야 할 때가 지나기도 했다. 세계 축구 제전인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2002년이면 해인사는 개산 1200주년을 맞는다. 가야산 해인사가 개산 1200주년을 맞는 크나큰 사건을 이 나라 불교사 뿐 아니라 민족문화사에서도 참으로 기쁘고 의미있는 민족의 축제로 승화시키려면 무엇보다도 해인지가 많은 역할을 해 내야할 터이다.
그러나 지금의 해인으로서는 그런 역할을 떠맡기에는 발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해인지가 발전해 가려면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지금까지 관심을 씻지 못했던 독자 활성화와 편집위원 스님들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역할 분담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조직 구성원의 체제는 다양한 소질을 소유하고 있는 편집위원 스님들의 능력을 사장시키고 있다. 또 소임자에 따라 편집장에게 너무 많은 짐이 지워져 있다 보니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결국 해인지의 발전에 저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바라건대 해인지가 정신문화의 구심점으로 발돋움하려면 서울에 해인사 분원을 설치해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재가자들과 함께 하는 일체감을 부여해야 한다. 문제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은 해인이다. 암울했던 시절의 「유심」지 역할을 이 시대에는 해인지가 활발하게 펼쳐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품 하나를 우수한 차원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모든 부대 조건을 뛰어넘는 정신 사고가 앞서야 한다는 문구가 새삼스럽다. 산적한 문제를 풀어내지도 못하고 새 편집장 스님에게 물려주고 떠나는 것이 못내 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