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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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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해인사 개산 1,200년 - 원철 1996년 07월 173호
개산 1200년이 되는 해, 곧 해인지 편집실의 십칠 년 역사의 미래를 어떻게 가꿀 것인가. 척박한 불교출판물을 오늘처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온 견인차 역할을 그 때는 어떤 방법으로 담당해갈수 있을 것인가. 미래의 조망은 현재의 점검을 통하여, 현재의 가능성은 과거의 반성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미래를 알고 싶다면 현재를 볼 것이요, 현재를 알고 싶다면 과거를 돌아보라는 경전 이야기 그대로이다.
먼저 해인지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지어야 하겠다. 그래야만 잡지의 제작방향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잡지는 사보 형태에서 잡지로 나아가게 된다. 해인지의 경우사보의 형태는 면하였으나 아직 잡지 대열에는 끼지 못한 어정쩡한 형태이다. 한쪽에서는 사중의 홍보를 충실히 하는 사보의 기능에 치중해 주기를 바라는 의견도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읽을 거리가 없다고 야단이다. 이래저래 어느 쪽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것 같다.
능력이 닿지 않아 본격적인 잡지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사보의 기능을 강조하는 건 잡지의 퇴보를 의미한다. 대기업에서 나오는 사보가 자기 회사홍보, 제품자랑으로 일관되어 있다면 누가 읽겠는가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다. 따라서 해인지가 해인사 및 불교의 이미지를 바르게 세우고 높이기 위한 종합문화잡지-「대중불교」 또는 「생이 깊은 물」 정도으-형태로 가야하는 것은 필연이다.
둘째, 형식적인 문제의 한 부분인 판형을 포함한 디자인 문제이다. 초창기만 해도 불교의 구닥다리 사보 문화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하였으나, 이즈음은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 수준의 사보가 난립하다 보니 해인지의 고유성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열어졌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 모본임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모방이거나 그 아류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자리에서 자족하는 것은 결국퇴보를 의미한다. 과감한 판형 변형, 페이지의 획기적 증면, 디자인의 혁신 등을 통해 21세기 위상에 걸맞는 자기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셋째, 누구를 주 독자층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제 잡지는 전문화, 세분화시대로 접어들었다. 불교신도 속에서도 어느 계층을 주 목표로 세울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불교라는 전문화, 세분화로그 영역이 규정지어져 있다. 세간 잡지와는 달리 판매부수의 변화가 거의 없는 영역이라 하겠다. 어찌보면 부수의 증감으로부터는 이미 자유롭다 합이 맞을 것이다. 따서 이것을 오히려 제작의 행동 반경을 넓혀 주는 요소로 이용해야 한다. 이는 곧 편집자의 선지자적 능력을 소신껏 발휘할 수 있으며 또한 그래야 함을 전제한다.
넷째, 그 내용을 불교문화 및 민족문화에 비중을 둘 것인지, 신행 활동에 비중을 둘 것인지도 결정하여야 한다.
둘 다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불교문화의 지평 확대를 통한 민족문화 계승 유지 발전을 통하여 이 시대 문화 흐름을 주도하는 한 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한 불교문화 민족문화의 근본적인 추진력인 신행 영역도 종교 표방 잡지의 고유 영역이니 포기하여서는 안된다. 신행이 빠지면 불교문화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며, 따라서 민족문화 역시 제몫을 다해낼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이다. 따라서 기도하는 방법, 경전 보는 법, 참선하는 법 등의 구체적인 수행 방법도 아울러야 한다. 불교문화와 신행을 상호연기 관계에서 파악해야 하며, 불교문화와 민족문화도 상호보완성 위에서 이해해야한다.
다섯째, 구독료는 가능한 싸게 해야한다. 해인지의 독자 구독료는 스스로 소속감과 일체감을 심어주는 수준에서 끝나야한다. 포교지라는 성격은 이미 베푼다는 뭇이다. 구독료라는 형식은 그냥 나누어 주면 귀한 줄 모르니까 의식의 변화를 위한 최소한의 방편일 뿐이다. 최근 대기업의 사보들은 과감한 투자와 수준 높은 기사로 일반인들에게 교양지로서의 몫과 기업 이미지의 개선,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해인지가 나아갈 방향도 이것과 다르지 않다. 해인사라는 큰 사찰의 위상에 걸맞는 모습이어야한다. 이제 월간잡지로 수지를 맞추는 시대는 지나갔다. 오히려 수익면에서만 본다면 출판부의 활성화가 훨씬 더 승산이 있다. 현진스님의 「삭발하는 날」같은 수필집은 판매 전략을 제대로 세우고 광고만 시의적절하였다면 주목받는 히트작이 되어 ‘효자노릇’을 단단히 했을 텐데 전략 부재로 일찍 열기가 삭아들어 참으로 아쉬운 경우이다. 출판부는 대중기호의 흐름 파악과 대중성 있는 필자 발굴로 팔리는 책 위주로 사업을 꾸려가야 한다.
여섯째, 그러기 위해선 경제적 기반의 확립이 있어야 한다. 종교 잡지의 경제적 기반은 신도나 후원회를 말한다. 그러한 신도 내지는 후원회가 일체감을 가지고 지속적인 조직을 갖추려면 공동의 신앙공간이 필수적이다. 곧 해인지를 위한 사찰이 있어야한다. 해인사 서울포교당 형태로 견지동이나 인사동 근처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물론 서점, 찻집, 미술관, 채식식당, 생수 및 기타수익사업도 하며 아울러 해인사 서울사랑방 구실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예언적인 희망사항 하나 있다. 2002년 개산 1200년이 되는 해에는 고려대장경 제작을 진두지휘한 수기守其 대사가 눈빛이 푸르고 이마가 넓은 원력 보살로 다시 우리 곁에 오는 것이다. 그의 수행력과 뛰어난 예지와 복력, 추진력, 화합력 그리고 화주력을 가지고 해인 편집장 모습으로 환생하여 현재 국유지이며 탑골공원인 원각사터를 인수하여 메머드 도시형 사찰로 복원한 다음, 해인사 서울포교당 겸 해인지 편집실로 사용하는 것이다. 거
기에서 한 걸음 더나가 해인사에 근거를 두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모든 단체들이 함께하는 공간-각 사무실 임대료는 없음-인 ‘해인불교회관’을 부설로 만든다. 그리하여 해인사가 수행(산중)과 교화(도시)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21세기 사찰로 다시 태어나서 새시대 새불교를 열어가는 모범 사찰의 전형을 제시하리라.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