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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을 맞기 위한 계획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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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해인사 개산 1,200년 - 차차석 1996년 06월 172호
2002년은 한국에서 월드컵을 개최 하자는 운동이 국내외에서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 만 오 년 뒤가 된다. 먼저 월드컵 문제를 떠나 21세기의 문지방을 막 넘은 시점에 해당하며, 정보화사회 속으로 문화의 중심이 전이되는 시기이다. 정보화 사회에는 정보가 부와 권력을 창출하는 시대인 만큼 누가 더 정보를 잘 활용하느냐 따라 흥망성쇠가 부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나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고급 정보가 특정 계층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되어 그들이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사람 위에 군림하였다. 이제 정보화 사회에서는 계층의 구별이 없이 정보자체의 비중과 그 정보를 좀더 정확하고 좀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테크닉이 필요한 것이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서양의 많은 지성들이 지적했듯이 세계 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옮겨온다는 사실이다. 문명의 주기가 일천 년이라 주장한 슐레징거의 말을 따른다면 21세기야말로 중요한 문명의 전환점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 가운데에서도 중국이 세계의 중심 축이 될 것이란 전망은 조심스럽기는 하더라도 동서의 공통적인 의견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2005년이면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진단이 있으며, 더러는 2002년이면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위협할 수준에 오리라는 의견도 있다. 이것은 거의 사실로 전망되며, 그렇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세계의 문화가 우리의 이웃인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국내외의 변화를 전망한다면 그에 따라 해인사의 5개년 계획을 설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들이 무엇인가 거창한 것을 상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출가자의 집단은 정치나 경제적 집단과 달리 좌구보리左求普提와 우화중생右化葉生의 깃발 아래 모든 것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수행하고 사회 속에 투영할 것인지에 모든 가치의 중점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고려한다면 2002년을 맞이하기 위한 단계적 준비는 몇 가지로 압축하여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해인사 내부의 역량을 결집하는 일이다. 운영과 관리를 시대에 걸맞게 전환해야 할 것이며, 도제교육의 제도나 내용을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해인 승가대학을 국가가 인정하는 정식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을 비롯하여 선원, 율원 등의 관리와 운영을 전산화하여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도제를 양성하는 것이다.
또한 산중에 거주하는 스님들에 대한 정보의 전산화도 필요하며, 해인사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신도들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 신도수련원을 만들고, 신도 전담부서를 설치하여 그들을 지역, 연령, 성별에 따라 분류하고 그들이 해인사와 운명공동체라는 의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단순히 오다가다 들리는 관광사찰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프로그램 속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해인사가 필요한 것을 요구해야 한다. 산업화의 결과는 현대인들의 소속감을 박탈하였다. 따라서 한국적 상황 속에서는 학연, 지연, 혈연이 점차 사라지는 대신에 종교연이 등장하리라는 분석도 있다.
둘째는 중요 도시를 중심으로 해인사 회관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그 곳은 물론 지역 문화의 중심지가 되어야 할 것이며, 해인사에서 개발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남녀노소 불문하고 부처님의 품안으로 들어오게 하여야 한다. 마침 서울의 능인선원이 새로운 모델의 도심 포교당을 개셜설하였는데 시사하는바가 매우 크다. 곧 유치원서부터 법회장소, 심지어는 장의예식장까지 구비되어 있다. 지난 시대 사찰의 모습만을 생각하다가는 어느덧 한국 불교의 설자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각 회관마다 댄스장, 노래방, 사교방 둥을 비롯하여 각종의 필요한 재교육프로그램을 시설한다면 불교가 지니고 있는 구태의연한 이미지는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여기서 사찰의 엄숙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나 수련을 원하는 사람들은 해인사의 수련장에서 진정한 해인사 신도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는 외호세력의 양성이다. 말하자면 양질의 승려를 만드는 일이 중요한 만큼, 양질의 신도를 양성해야하는 것이다. 신도는 자연히 생기는 것이란 소극적인 생각에서 우리 신도는 우리가 만든다는 적극적인 생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먼저 전국의 신도조직을 통한 우수한 인력에 대한 장학사업 내지 유학사업이 장려되어야 한다. 필요하면 독지가에게 위탁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대불련이나 교계의 청소년단체를 중심으로 우수한 인력을 발굴하여 육성하는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 세력이 한국의 근대화를 주도했다면 그것은 기독교계가 그에 오랫동안 대비한 결과라 할 것이다. 21세기에는 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옮겨오는 만큼 그에 대비하는 것이 불교의 내일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넷째는 정보화사회에 알맞는 대내외적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해인사는 장경연구소가 있고, 그 곳을 중심으로 대장경의 전산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인터넷에도 올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을 중심으로 세계 도처의 정보를 수집하여 활용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한국의 불교문화를 세계에 알려는 작업도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도 아니지만 결코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러므로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하여 활용 내지 보관하는 작업까지 생각하여 시행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이상의 일들이 아무리 시급한 것이라 하더라도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곧 시안의 경중과 우선 순위를 점검하는 일에서 세부 진행 계획을 수립하는 일까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결국 해인사의 종합기획실의 설치를 필요로 한다. 포교환경과 포교 대상의 변환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 수립 나아가 해인사의 백년대계를 수립하여 추진하는 일까지 말이다.
이상의 몇 가지를 제안해 보았다. 우리는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격언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과거 한국어나 중국의 불교사를 볼 때 내일을 준비하지 않는 교단은 시련을 겪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싶다. 종교도 정쟁이다. 경쟁의 대상이 종교든 정치권력이든 사회든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이든 도전에 쓰러진다면 무의 심연으로 가라앉는 것이다. 한 순간을 존재하기 위해 불교를 이용한 역사의식
도 없이 살다간 인간 밖에 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