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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해방과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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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백기완 1988년 09월 79호
1. 민족의 해방과 통일의 알짜
우리나라 통일운동의 주체적 맥락은 외세의 분할 강점•통치를 거부하는 민족의 해방운동에 있다.
통일운동이 민족의 해방 통일의 문제로 되는 이유는 한반도 분단의 역사가 외세에 의한 지배•수탈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현 시기 조국의 통일문제에 있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통일의 알짜(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조국 통일의 알짜는 분명히 분단으로부터 직접 피해받고 있는 전 한반도 민중이다. 따라서 민중이 외세의 지배로부터 자기를 해방시키고 통일의 주역으로 역사의 전반에 등장하여야 함은, 분단•수탈의 역사를 깨뜨리고자 하는 민중적 의사를 바탕으로 한 시대적인 요청을 말하는 것이다.

2. 분단독재 통일론의 두 얼굴
그러나 최근 민족의 자기 해방을 위한 민중주체의 해방통일 운동은 두 가지 변에서 커다란 방해를 받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분단독재가 자행하고 있는 반통일의 음모이다. 노태우 7.7 선언이나 남북 최고 책임자 회담 제의 등을 두고 혹시 이를 노태우 정권이 민중의 통일운동을 일부 받아들이고 양보한 것으로 잘못 파악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있을 수 있다. 특히 6.10, 8.15 학생회담이 분단독재의 가혹한 탄압에 의해서 좌절되고, 민족적 대단합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기 위한 공동올림픽개최가 난망한 상태에서, 이러한 사고가 유포됨은 통일운동의 이정표를 바로 세우기 어렵게 하고 또한, 실패의 분위기를 조성하여서 민중을 좌절의 늪으로 몰고갈 소지가 다분히 있다.
분단독재정권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민중주체의 통일운동에 절망감을 주게 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분단독재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통일 기만책의 본질이다. 7.7 선언은 그야말로 민족적 자주성의 문제를 감추어 둔 기능주의적 남북교류론의 환상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보기에 속하며, 이른바 최고 책임자 회담 제의도 과거에도 주장하던 것으로서 결코 새로운 것이 없다.
남북의 경제•문화교류가 얼마나 통일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독일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들은 ‘두개의 국가’ 고착론에 불과할 뿐이다. 게다가 민중수탈의 실체인 분단독재정권이 통일의 알짜로서 최고 대표성을 갖는다는 말은 더구나 어불성설이다. 어찌하여 분단의 피해 당사자인 민중이 통일 논의에서 들러리로 밀려나고 가해자인 분단독재만이 유일하게 대표성을 갖는다는 말인가?
여기에는 민중이 통일 논의를 확산하고 자기 주체성을 자각해가는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요구를 거꾸로 역류시키려는 분단독재정권의 분단고착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바로 보아야 한다. 현실적으로도 이러한 분단고착의 음모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진정으로 현 정권이 통일에 대한 열망과 양심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민중의 통일 논의를 완전히 보장해야한다. 그러나 현 체제가 바로 분단체제이며, 분단 독재정권이 남쪽 사회를 지켜서고 있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깨닫는다면, 그리될 수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분단독재가 통일을 운운하는 일 자체가 통일을 하고자하는 전 민족의 의사를 통일이라는 이름을 빌어서 자신의 정권 내로 수렴하여 와해해 버리려고 하는 분단고착의 음모이기 때문이다.
7.7 선언 어쩌고 하면서도 정작 학생회담이나 공동올림픽개최건에 대해서는 단호히 탄압하는 분단독재의 두 얼굴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단 44년이라는 기나긴 고통의 역사가 왜 지금까지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회피한 채 개인주의에 안주하려는 회색적 반통일형의 인간이고, 아니면 분단체제의 외래지배문화와 분단교육에 철저히 포로가 되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반통일의 실체는 분단독재에 기생하여 자신의 독점자본을 살찌우고 있는 악덕 재벌과 정치권력이라는 아편에 혈안이 되어 있는 권력주의자 들이다.
분단독재는 바로 이러한 반통일의 실체를 등에 업고 통일 운운하면서 뒤로는 자신의 지배 논리인 분단•안보•반공 이념을 휘두르기 때문에 우리 민중이 이를 정확히 읽지 못하면, 분단독재의 마수에 정신없이 휩쓸린 지난 44년의 역사를 연장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3. 민중주체 해방통일의 한계와 발전
민중의 해방통일을 위한 분단독재와의 투쟁이 열화같이 일고 있다는 것으로 금년 한 해를 정리할 수 있다. 이처럼 통일에 대한 민중의 자기 각성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민중시대의 현실적 표현임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민중의 통일 논의 한쪽에서는 통일을 추상적인 남북 결합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남북한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사고가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통일은 추상적인 남•북한 당국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을 분단•억압의 현실에서 해방시키고 분단독재를 물리치는 민중의 현실적인 문제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통일문제를 민족의 해방문제로서 접근하지 못하면, 민중의 통일문제 자체가 질곡에 빠지게 된다. 가령 최근의 학생회담이 분단독재의 가혹한 탄압에 의해서 적절한 대책을 못 세우고 전체적으로 질곡에 빠져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실제로 사회 일부에서는 ‘학생들이 체육대회나 열어서 무엇을 할것인가’ 또는 ‘학생들이 회담을 해보아야 전체 민족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라는 생각도 있음을 가끔 듣는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학생회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분단현실에 안주하려는 사고의 소산임을 알아야 한다. 학생이 전체 민족의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회담을 무시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체 민족의 대표는 누구이며 누가 통일문제를 대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당면할 때, 우물쭈물하거나 자신이 기생하고 있는 현 분단독재정권을 지목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통일문제에 대한 책임성은 정권적 차원에서 접근할 때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매끈한 이런 논리는 현 분단독재정권이 민족적 정통성이 있는가.
통일할 의지가 있는가. 그들이 민족의 대표인가라고 반문할 때 가차없이 무너져 버린다.
현 분단독재정권은 반통일의 골자이지 통일의 알짜가 아니다. 따라서 분단독재 정권과 분단으로부터 피해 받고 있는 민중, 즉 반통일 세력과 통일 세력의 대립이라는 기본적인 모순의 표현이 한반도 통일문제의 핵심으로서 정작 통일의 실체가 되는 남북한 민중의 만남은 반통일세력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결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회담의 쟁취는 이와같은 통일세력과 반통일세력의 투쟁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고, 또한 이러한 차원에서 학생회담의 문제를 거론해야 하며, 학생이 민족적 대표성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로 학생회담을 바라보는 것은 민중의 통일 논의를 스스로 배격하고 반통일의 음모에 말려드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민족작가 회의, 남북한 제정당 사회민주단체 연석회의, 음악인 회담, 미술인 회담, 종교인 회담 등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학생회담과 공동올림픽쟁취를 위한 싸움은 분단독재의 탄압으로 또는 시기의 급박함으로 인해 앞으로 희석화될 소지가 있다. 학생회담의 경우는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민족의 대표가 아닌 학생 차원이라는 취약점을 극복해야 될 과제로 안고 있다. 또한 앞으로 민중의 통일운동은 이러한 이유로 상당한 전술상의 부재와 질곡에 빠질 염려도 있음을 충분히 생각하여야 할 일이다.
통일세력과 반통일세력의 모순을 전면적으로 부각시키는 민족의 해방통일운동은 이 모두를 극복해야만 통일의 그날을 앞당길 수 있다. 그 방법의 하나로 민중의 정치회담이 시급히 요청된다.
학생회담 등을 비롯한 모든 남북회담이 질곡에 빠져 있는 현상태에서 여러 민주 사회단체와 정당 그리고 노동자 농민등 각계각층 민중의 대표회담, 즉 남북의 민중정치회담은 조국의 자주성을 되살리고 허리가 잘린 나라에서 민족의 정기를 바로 잡으려는 민중의 통일운동의 최고 표현이다. 따라서 통일 달성을 놓고 반통일
세력과 피할 수 없는 승부를 가름해야 할 고비를 맞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통일은 바로 이와 같이 통일세력이 반통일세력을 물리치는 속에서 통일지향정권을 탄생시키고, 이 정권과 함께 모두가 민족의 통일을 최고의 목표로 놓고 통일을 결단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통일!
통일이라는 두 글자만 부여안고 싸운다면 우리 민족의 숙원인 자주적 민족통일은 꼭 달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