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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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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88년 08월 78호
세칭 ‘봉은사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되간다. 지난 6월 23일 새 주지로 임명된 중앙승가대 시무처장 성문스님측의 스님과 신도가 새벽에 봉은사를 강제 진입한 사건이 각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스님 및 신도들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사건의 추이를 궁금해 하던 세인에게 7월 중순에 다시 난투극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새 주지(성문스님)는 구속되고, 구주지(밀운스님)는 전국에 지명 수배중이며, 봉은사 경내에는 중앙승가대 1학년 학생들이 봉은사를 수호(?)하고 있고, 밖에는 극성신도가 텐트를 치고 철수할 기미를 보이지 않을 뿐만아니라 간간이 법회와 경내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매일 봉은사 바깥측과 경내측 사이에 경찰을 배치해 놓고 있다. 과연 봉은사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봉은사 사태를 보는일반적 시각
봉은사 사태가 크게 물의를 일으킨 것은 6월 23일 새주지측의 강제 진입을 계기로 해서이지만 그 이전부터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봉은사 전주지 밀운스님은조계종 총무원장직을 위해 많은 공을 들여 온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작년 대통령선거 때는 민정당대통령 후보 노 태우씨를 지지하는 법회를 젊은 소장스님과 청년불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여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또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정당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서 뜻있는 불자로부터 빈축을 샀다. 이렇듯 주위의 많은 우려에도 밀운스님이 공개적으로 친여성향을 지속하는 것은 종권도전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어쨌든 밀운스님의 종권에 대한 강한 집념에 미루어 보아서, 현 서의현총무원측에서는, 작년 10월 중앙종회의원 정도스님의 현 총무원장과 당시 5부장을 상대로 법원에 낸 임명무효확인청구소송 및 가처분신청, 올해 3월28일 제92회 중앙종회에서 발생한 종회장 폭력사태 등을 밀운스님이 배후에서 조정한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4월초, 종회 폭력사건을 이유로 보문사 주지 황종진 스님을 해임한데 이어 4월 13일에는 밀운스님을 봉은사 주지직에서 해임하고 부주지였던 대운스님을 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밀운스님과 대운스님이 한차례 공방전 끝에 공존공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 총무원측에서는 6월 2일 봉운사 주지에 중앙승가대 사무처장 성문스님을 발령했던 것이다.
즉 서의현 현 총무원장측과 반(反)서원장측의 알력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서총무원장이 도제양성의 명분과 함께 반대파를 제거하려는 의도에서 봉은사를 중앙승가 대학측에 맡겼다는 해석이다. 말이 많은 재원을 교육사업에 쓰게 한다는 대외적 명분과 150여 명의 스님이 운집해 있는 중앙승가대학이라면 봉은사를 충분히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서총무원장으로서는 과감한 승부수이며 묘수라는 평도 있었다.

불일치의 둥앙승가대학 입장
5월 28일 중앙승가대학「운영위원회 및 교직원연석회의」에서는 3일 전 총무원에서 통고받은 봉은사 운영을 승낙하기로 하고 3일 후에는 동회의에서 성문스님을 봉은사 주지로 추천하기로 했다고 한다. 학장, 교수, 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이 회의의 결론과 학생회측의 입장은 좀 달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은 전체 총의를 모으는 과정에서 대화와 협상에 의한 평화적 • 비폭력적전제 아래 인수를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6일자 중앙승가대2학년 스님 50명 연명 성명서에서)
봉은사 인수를 찬성했던 입장은 ①봉은사를 둘러싼 종단분규 종식 ②백년대계인 교육의 발전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은 종단 분규 불개입 등을 주장했다. 이렇듯 처음부터 견해가 다른 두 입장은 6월 23일 사태가 발생하자 매우 첨예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인수를 찬성했던 1학년 스님들은 6•23에 동참했으며, 반대하는 스님들은 이소식을 듣고 곧바로 승가대 교무처 등을 점거하여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였고, 26일에는 2학년 스님 50여 명이 연명으로 봉은사 사태에 대한 반대입장을 성명으로 발표하고, 7월 4일에는 석룡스님 등 3명이 자퇴서를 제출하며 승가대학이 봉은사 사태에 반성하고 대학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것을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6•23때 봉은사에 진입해 있던 스님들은 들어와 있지 않은 승가대 스님들을 향해 동참을 촉구했었다.

미궁에 빠진 봉은사 사태
종단분규를 종식하기 위해서 봉은사에 들어간다던 스님들의 행위는 종단의 분규를 심화시킨 폭력사태라는 여론의 지탄 속에서 사태를 더욱 깊은 수렁에 빠뜨린 느낌이막 현직 주지는 구속상태이며, 전주지는 전국에 지명 수배중이고, 경내에 있는 중앙승가대학 스님들과 일주문 밖에 있는 밀운스님을 지지하는 신도들이 전투복을 입은 전경들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채 한 달을 지내고 있는 것이다. 평화와 자비의 상징인 사찰에 수행 기도하는 불제자의 걸음은 끊기고 욕설과 폭력이 판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어느 누구도 탁월한 수습책을 못 찾고 설왕설래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
봉은사 문제에 불을 당긴 승가대가 내부의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봉은사 신도 또한 밀운스님측과 대운스님측 및 반밀운스님측으로 복잡하게 얽히어 있다. 종단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불교대중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기는 커녕, 종권유지를 최우선의 과제로 두는 까닭에 잡음없이 이 문제를 풀기에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더군다나 그동안 교계의 양심세력으로 불리우던 재야 불교권마저도 바라보는 시각과 해결방식이 제부분마다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세력이 더욱 미약한 형편이다. 여기서 각 단체의 입장을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대불련, 서울불청, 대불청 서울지구 등 5개단체가 6월 25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 의하면 이들 청년단체들은 ①조계종총무원의 봉은사 사태에 대한 조속한 해결 ②봉은사 폭력분규사태 당사자의 모든 종직에서의 즉각 퇴진 등을 촉구하고 매종세력과 매종행위에 대한 단죄를 결의했다. 이는 이번 봉은사 사태를 총무원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듯한데, 문제의 해결보다는 원인과 분석에 치중하였으며 부분적으로 다소 편협한 사실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6월 26일에는 승가대 2학년 스님 50명이 ①승가대학의 봉은사 기득권 포기 ②봉은사 내의 학생스님 철수 ③성문스님과 밀운스님의 퇴진 ④총무원의 적법한 절차에 의한 사태 수습 등의 입장을 발표했다.
대승불교승가회도 6월 27일 「전불교도는 참회와 화합과 정진을」이라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좀더 구체적인 수습방안을 내놓는다. 즉 종회를 소집하여 종단 원로와 중진 스님을 추천하고, 봉은사 신도대표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승가대학과 밀운스님 그리고 대운스님측의 대표가 참석하는 「봉은사중흥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①봉은사 재정문제 등의 실태 조사 ②사태 당사자들과의 합의와 조정 ③봉은사 발전을위한 장단기 계획 수립 및 백서발표 ④신도대표들이 참여하는 새 봉은사 운영체계출범 ⑤사과문과 참회발원문 채택 등의 일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조속한 시일 내에 불교의 지주화를 천명하고 이를 실현할 ‘범불교도 실천대회’를 개최할 것도 제안했다.
이러한 입장들이 천명되고 얼마 있지 않은 6월 30일「봉은사에 입주한 승가대학인 일동」은 ‘우리만의 순수성이나 순결성을 고집하며 대책 없이 철수하면 종단은 일엽편주를 면치 못하리라”고 말하며 “이 문제는, 전종단의 여법한 여론을 수습한 가운데 종단 발전에 책임있는 당사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것만이 그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고 입장을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또한 교직자 스님들 중심의 「중앙승가대학봉은사 사태 수습 대책위원회」도 “우리가 희생될지라도 승가교육을 위해 봉은사를 인수하는 것이 불교의 내일을 위하는 길이라 믿으며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사태가 일어난 뒤 오랜시간이 흐르도록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지난 7월 12일 민불련은 분규책임자를 제외한 원로스님과 재가자 대표로서 ‘비상종단 운영대책위’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고, 사찰재정과 그 운영의 공개화•대중화를 결의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종단은 무얼하고 있나
6•23 봉은사 사태 이후 27일의 제9대 중앙종회 당선자 자격심사에서는 진경스님등의 당선을 사고로 처리하고 정계회부되어 있는 밀운스님의 당선도 보류시키는 등 대체로 현 서총무원장의 구도대로 되어가는 듯하다. 그리고 7월 4일 교구 본사주지회의에서 현 총무원장 중심의 화합과 안정, 성문스님 석방촉구, 봉은사 예산의 종단 목적사업에의 집행촉구 등을 결의했다.
밀운스님은 7월 8일 「봉은사입장경위서」를 「해명서」에 이어 불교관계 신문에 광고로 게재하여 자신의 정당함을 설명하고 항간의 소문에 대한 해명을 하였다. 또한 밀운스님을 지지하는 극성신도가 총무원이 있는 조계사로 몰려가 현총무원장을 규탄하는 집단항의도 지난 5월부터 몇차례 있었다.
어느 누구도 미궁에 빠진 이번 봉은사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교계의 총론인 가운데, 7월18일 중앙종회는 분과위원장 회의를 갖고 중진스님들로 「봉은사대책 5인소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한다. 과연 이 소위원회가 어느 정도의 활동으로 이 사태를 원만히수습해낼지는 미지수다.
또한, 조속한 9대 종회의 개원을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며, 승려대회 개최의 주장도 일부에서는 있다고 한다. 백가쟁명, 중구난방인 가운데 대체로 전•현 주지가 아닌,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제 3의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에는 일치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누구를 내세워야 하는가이다. 우리 교계에는 권위와 신망을 받고 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매우 드물며 설령 있다해도 힘을 갖고있지는 못하므로, 이로 비롯되는 어려움이 매우 크다.
좀더 근본적으로 말하면, 우리 불교에는 아직까지 불교발전과 사회발전을 실현할 주체세력이 매우 미흡하다는데 그 한계가 있다. 또한 세칭 진보적 세력 또는 민중불교권이라 불리는 단체에서조차도 불협화음을 내어 한계를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사태의 본질이 분열통치를 예사로 하는 식민지독재권력의 음모에 있음에도, 본질을 호도하고 시각을 흐리게 하는 부분도 있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 불교도는 참여와 관심 속에 중지를 모아 봉은사 사태를 원만히 수습하고, 역사와 민족 앞에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불교를 건설하기 위해 정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