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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육십갑자(六十甲子)와 사주론(四柱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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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 - 진열 1988년 08월 78호
지난 호에서는 대강이나마 ⊖⊕오행(五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상생법과 상극법, 그리고 10간(干) 12지(支)의 ⊖⊕오행법을 다루었다. 이는 다시 강조하지만 반드시 외워두어야할 기초이다.
다음으로는, 그 10간(干) 12지(支)가 서로 어우러져서 하늘과 땅을 잇는 하나의 기둥을 세우는데, 그때 반드시 ⊕간과 ⊕지, ⊖간과 ⊖지로 짝지어 간다. 즉 甲乙內丁I戊己庚辛壬癸의 12지가 각각 차례대로 甲子 乙丑 丙寅 丁卯 戊辰己巳 辛酉 壬戌 癸亥로 모두 60개의 갑자가 성립하는데, 이를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 말한다.
인생을 흔히 육십평생이라고 하듯이 인생의 한 과정〔一期〕이 육십갑자이다. 그래서 다시 갑자가 시작하는 때를 환갑〔回甲〕이라 하여 인생의 재탄생(출발)을 기리는 축하를 하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나이 육십부터 인생이 시작한다고도 하지만, 그때쯤 되면 풍부한 경험과 철학이 배어 공자님 말씀대로 어떠한 이야기를 들어도 모두 이해하는〔耳順〕 경지의 삶이 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수년간 불교만 공부하면서 ‘오행’까지할 줄 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어떤 지인(知人)들이 나에게 묻곤 한다. ‘사주 같은 운명론이 정말 맞아요?. 나는 과학의 노예가 되어 버린 알량한 그들의 인식을 향하여, ‘당신은 지금까지 항상 슬픔이나 고통을 느낀 적이 없는 매우 행복한 나날을을 지내셨읍니까?” 하고 되묻는다.
세상이 자기 뜻대로만 이루어진다면 누구에게나 기쁨과 성공 그리고 행복만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기의 이상과는 달리 빗나감과 좌절 그리고 고통 등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바라는 꿈은 이루어지지 않고, 바라지 않는 고통거리들은 왜 생기는가. 우리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명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의 삶은 반드시 이성과 지식 그리고 과학적인 토대 위에서만 영위되논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삶의 구조를 휘어잡는 큰 원동력은, 비이성적이며 보이지 않는 ‘강력한 느낌’ 같은 기운(氣運)으로서 우주에서 작용하면서, 포괄적인 의미로는 대우주의 축소판인 소우주 인간의 삶 속에서도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기운의 정신원리 같은 것이 바로 ‘천기(天機)’로서, 그것은 우주의 신비에 속하며 인간의 생태적 행위와 윤리적 삶까지 포함된 ‘그 무엇’이라고 할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해야 할 몫을 충실히 해야하는 사회적 존재이다. 서로 엉키고 설킨 그물망 같은 사회 구조 속에서 ‘나와 너’의 정당한 몫과 가치를 누리기 위해서, 곧,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성의 간계(奸計)를 삼가고 겸허한 자세를 갖추어 정의와 복지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주와 인생의 신비스런 세계를 옛 성인이 거룩한 인간의 상징체계인 십간십이지의 묘용의 계시를 통해서 우리에게 나타내 보이시려고 한 숭고한 덕과 정신에 대하여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를 배워 실생활에 응용해야 하는 것이며, ‘미신’ 운운함은 재대로 알지 못하여 잘못된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본래 주재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면, 앞에서 말한 육십갑자의 순서와 그 조직을 일단 외우도록 할 일이다. 이는 모든 역할을 배우고 활용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六十甲子早見表
조견표에서처럼 올해는 戊辰년, 내년은 己巳년, 다음 해는 庚午년… 이런 식으로 순서가 정해져 있는 육십갑자를 잘 외우도록 노력할 일이다.
일단 이것이 상당히 익혀지면, 시중에 나와 있는 「만세력」이란 책을 구입해서 자기의 생년월일시를 찾아 본다. 년외 갑자, 월의 갑자, 일의 갑자, 시의 갑자(시의 간지를 정하는 법은 나중에 나온다)를 각각 하늘과 땅을 잇는 기운(氣運)의 기둥(柱)으로 친다면 년주, 월주, 일주, 시주라는 네 기둥(四柱)이 성립한다. 이 사주에 의해서 인생살이의 이모 저모를 분석, 종합하고 처방하는 것이다. 그래서 알면 약이 되고 모르면 병이 되는 것이다.
이 네 기둥의 복합적인 기구조와 연관체계에서부터, 그를 바탕으로 한 삶의 무궁한 형태와 경향들이 기(氣)의 흐름 곧 운명과 상보적으로 맺어져 있기에, 천차만별의 ‘인간시장’이 비롯되는 것이다. 이것은 배우지 않고는 모른다. 배우면 배울수록 절묘하고 신성한 우주의 영성(靈性)께 고개숙이지 않을 수 없으며, 거기서 인륜(人倫)의 가치를 한없이 드높이는 사회학이 세워질 수도 있다.
네 기둥 즉 사주에 대해선 이 강좌의 목적대로 그 의미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것이지만 우선 기본적인 네 기둥의 함축의를 알아보자.
예를 들어 l958년 6월 25일 아침 7시 20분에 태어난 여인이 있다면, 그녀의 사주는 다음과 같다.

이 사주는 60갑자 중에서 년주는 戊戌, 월주는 庚申, 일추는 己未, 시주는 戊辰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각 주(柱)마다 두자씩 있으므로 2×4=8자(八字)가 된다. 그러므로 사주나 팔자나 같은 말인 셈이다. 〔四柱=八字〕 다시 말하면 어느 사람이고 모두 자기의 생년월일시라는 사주팔자를 타고나는데〔天禀〕, 이 여덟 글자 속에 자기 일생의 희비애락 쌍곡선이 들어 있으며(초•중•장•말년), 자기〔日干〕를 중심으로 주위의 등장 인물〔六親, 일가 친척〕들과 관계를 맺으며 인간의 5가지 추구 대상-음식, 성(性), 재물, 권력, 명예-을 따라 인간 각자의 ‘제위치’와 사명 의지가 스케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는 l00% 완성된 상품이 아니라 죽는 그날까지 자기 고유의 고급 상품을 완성해 가는 완성가능인으로서 저마다 제시된다. 만약에 100% 완성체로 이미 결정된 삶의 구조라면 무엇 때문에 인간의 고군분투가 필요하겠는가. 중생은 저마다 닦아온 습성이 다르므로 이 세상에 날 때도 그 닦아 온 경향에 따라서 같은 기질이라도 사람마다 20%, 50%, 80%, 90% 등 가능능력 Capabilities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의 능력을 개발함과 동시에 환경도 개혁해 나가는(개인×환경) 중도주의적 인생관을 값어치있게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사주팔자란 개인에게로만 함몰된 선험적 결정론도 아니고 외부조건만을 중시하는 환경결정론도 아니다. 사주는 이 둘을 모두 수용한 동양인의 지고한 생활철학의 하나이다. 인생을 과일나무의 일생과 비교한다면, 나무가 뿌리-묘목-꽃-열매라는 과정을 밟듯이 인생의 과정도 조상의 뿌리를 통해 부모 형제와 함께 있다가 결혼하여 애를 낳아 키우는 일반 인륜(人倫)이 성립할 것이다.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예외보다는 가장 일반적인 자연법과 인간법의 구조철학을 먼저 익혀야 한다.
그래서 이 사주팔자의 구조양식을 이해함에 있어 약간의 인류문화사적인 배경을 알아야 한다. 중국 고대에 이루어진 이 사주는 인류 최초의 영위조직인 모계제를 반영하고 있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한방의 근원을 형성하는 제반여건들도 모두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그 철리도 모계제의 질서체계를 밟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을 이루는 오장육부의 구조와 기능은 물론 서로 유기적인 상보관계이지만, 그 근본은 ⊕이 ⊖을 위해 존재하는 모계적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한방의 견해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므로 여기서는 우선 역학이나 한방의 학체계가 모계제의 구조철리에 의해 전개됨을 알아두어야 겠다. (그래서 ⊕⊖이라고 하지 않고 ⊖⊕이라고 한다. 또 오장(⊖) 6부(⊕)도 마찬가지의 언어표현이다.)
이와 같이 사주구조는 모계적 질서를 밟되 다시 역사•사회적인 조건에 따라서 부계적 가부장제의 영향이 겹쳐서 재설정되어 이루어졌다. 곧 시주의 구조체계는 모계제를 기본으로 하는 바탕에 변용적 부계제가 강력하게 정착하여 마침내 전형적인 왕정양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부장제도의 충효를 바탕으로 인륜의 장이 펼쳐지며, 그것의 현대적 변용이 오늘날의 현대적 역학(사주)이 되기도 한다. 체(體)는 그대로 있으되 용(用)과 상(相)이 역사•사회적 조건에 따라 수용되는 이치가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생활 양식이 바뀌면 성(性) • 식(食) • 재(財) • 권(樓) • 지(知)라는 인간의 수용방법도 변해서 적용될 것이니, 인간의 운명에 대한 판단도 매우 역동적인 변수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