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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반 청살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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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본학 1996년 05월 171호
작되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날이 신심이 증장되고 천진불의 마옴이 솟아나는 행자 시절이라 청살모 녀석이 내 머리 위에 세 번이나 뛰어올라오지 않았는가 싶다.

그렇게 행자시절은 지나가고 동안거 결제가 끝난 뒤 여러 행자님과 함께 사미계를 받아 스님이 되었다. 수계 뒤 가을에 사미반에 방부 들여, 치문, 사집, 사교반을 거쳐 지금은 대교반에 몸담고 있다. 여러 해가 지난 지금, 졸업반문턱에 이르고 보니 예불과 운력 할 적에 게으름이 더해 가는 생활속에서, 청살모와의 야릇한‘도반관계\'는 추억 속으로 멀어져간다. 그 무렵의 신심도 멀어져가는 걸까.
사 년여 강원 생활동안, 같은 반으로서 논강을 하며 경도같이 보고,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면 축구하는 도반 스님들과 좌충우돌하면서, 짜증과 신경질, 즐거움들이 정신 사납게 교차한다. 그래도 그 누구보다 나의 흐트러진 생활을 꾸짖어 주며 게으름을 채찍질해 주는 \'선지식\' 이며, 모자란 나를 이끌어 주는 여러 불보살님들 이라고, 나는 엄숙히 다짐한다.
차담이 나오는 날이면 날마다, 승복주머니나 관물함 속에 별도로 신속 정확하며 쥐도 새도 모르게 빼고서 신심 불도저로 밀어부쳤다가 거품처럼 쓰러지는 \'빳데리 방전존자\' .
냉장고 속에 돌멩이처럼 굳어 있는 먹을 꺼내어 신당동 떡볶기보다 더 맛있는 해인 고추장으로 버무려 해인떡볶기 차담을 해오는 \'조실 노장’. 자리 지킬 적에 목청이 터져라 간경 소리를 내고, 축구할 때는 온몸으로 뼈가 구부셔져라 뛰어다니는 \'간경 앤드 발발이 존자\'...
그리고 남들 다 잠든 시간에도 늦은 밤까지 일본어와 영어 공부를 하는 그리고 새벽 예불은 빼 먹는‘닌자 거북이 존자\'.......
언제나 열심이며 어린이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대중생활을 하는 이들을 바라보노라면, 오백나한이 아니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 바로 앞에는 시시각각 스물 한 분의 나한님이 방편으로 몸을 나툰다. 조금 있으면 연중 행사인 단오절 체육대회가 열린다. 우리반 스님들은 치문, 사집, 사교반 때 단오체육대회 때마다 무섭게 우승을 휩쓸었다. 타이슨의 핵펀치처럼...
모두가 지는 것을 싫어하기에 운동장에서든 관중석에서든 \'잘한다 잘한다 지화자XXX’신바람나게, 아울러 울그락불그락 거리며,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이쯤 되면 스님의 위의가 질적으로 변모하는 오직 단결된 모습, 우리네 말로 대중화합뿐이다.
이제, 여덟 달쯤 지나 올해 동지가 되면 강원의 마지막 이력 과목인 화엄경을 종강하고서, 저마다 인연처를 찾아가야 한다. 청살모가 문득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듯, 저마다 그렇게 될 것이다. 벌써, 아쉬움에 배어나오는 건, \'감상적\'인 감정에만 기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졸업 뒤 생사해탈을 위해 선방에 앉아있거나, 경을 더 봐 위해 유학을 가거나, 어느 좋은 도량에서 기도를 하거나, 아니면 이런 여러 스님들의 시봉을 위해 어느 절에서 소임을 보게 되더라도, 과거의 여인처럼 유행 가사 떠오르듯 생각이 날 것이다.
그러다 어쩌다 만나면, 아랫반 시절 홍제암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막아 수영장을 손수 만들어 놓고 발가벗고 수영을 하던 얘기며, 추우면 나뭇가지 모아 모닥불을 피우고 배고프면 감자라도 한 바구니 짊어지고 와서 구워먹고 삶아먹고, 기왓장 엎어놓고 감자전이라도 해 먹던 \'아득한\' 강원 시절의 이야기를 솔솔 피워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