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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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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6년 04월 170호
시장을 장악한다
경제 법칙 가운데 \'세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주장이다.
세이의 법칙이 가장 잘 먹히는 부분이 \'광고\'이다. 무한정한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면서 소비자의 소요를 만들기 위해 자본가들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엄청난 광고를 \'때린다\'. 개인이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 새로운 상품을 어쩔 수 없이 소비하도록 충동을 주는 광고는 이제 자본주의 시장의 꽃이 되어 광고할 능력이 없는 자본은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 세이의 법칙이 한국의 종교에도 적용되고 있다. \'무한정한 공급으로 수용를 창출한다\'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다. 다름 아닌 한국의 개신교가 지난 반 세기 동안 한국의 종교 판도를 바꾼 배경에는 시장 논리에 입각한 무자격 목사의 배출이 버티고 있다. 그들이 세이의 법칙을 알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해방 이후 이 사회에 우후죽순처럼 생긴 \'신학대학\'과 그 곳을 통해 배출된 전도사들은 스스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요를 창출하는데 첨병이 되었다. 그 결과 세계 개신교사에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그들은 성공했으며 침체 일로에 있는 국제 개신교계가 오히려 한국의 성공 사례를 배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품 시장에서 세이의 법칙은 공급의 양만을 따지지 않는다. 상품의 공급은 동시에 질적인 문제도 감안하여야 한다. 아무리 많은 상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고 하여도 소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질이 저하된다면 수요의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새로운 컴퓨터를 개발하여 시장에 내 놓고 동시에 막대한 광고전을 펼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컴퓨터보다 최소한 한 군데라도 질적으로 뛰어난 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종교 시장을 장악한 개신교의 물량 공세는 공급의 과잉이 질의 저하라는 부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장의 완전한 장악을 위해 거대한 교회를 짓는 일에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왜곡된 교리-그들 사이에서는 이단이라고 한다-로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좀더 심각한 문제는, 그들의 교리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배출된 선교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종교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그들 사이에서조차 양산되는 성직자들의 자질 문제를 거론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또한 난삽하게 들어 선 무허가 신학대학의 정리 문제도 심심찮게 거론되기도 한다. 팔십년 시월에는 당시 정부가 개입하여 사회정화 차원에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백여 개의 무허가 신학대학을 정비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철거반원이 지나가면 다시 무허가 집을 짓듯 그 뒤 곳곳에서 신학대학의 간판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개중에는 그들이 축적한 재력을 바탕으로 정규 대학이 된 곳도 부지기 수에 달한다.

궁색한 대안
대통령 자문기구로 설치된 교유개혁위원호는 지난 2월9일오전10시 청와대 세종실에서 이수성 총리를 비롯하여 관계 부처 장관과 교육개혁위원회위원, 대학 총장 등 교육계 인사 및 인력 개발 관련 단체장 등이 참석하여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계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 명색이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대비하는 교육개혁안인 까닭에 많은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보고한 내용 가운데 \'성직자 양성 전문 대학원\'의 신설과 \'사립 중등학교의 종교 교과목\'에 관한 사항은 세계화나 정보화하고는 거리가 멀다. 아마 짐작하건대 시장을 장악한 개신교의 성직자 공급 과잉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개선하고자 하는 충정이 있는 듯도 싶지만 글쎄 그것을 그럴 듯한 명분으로 포장하는 심사가 마땅치 않다. 차라리 솔직하게 \'개신교 성직자 교육안\'이라고 이름 붙인 별도의 안으로 상신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도대체 이 정부의 \'개혁안\'이라는 것이 대체 진정 개혁에 걸맞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또 그 개혁안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맡은 소임에 적절한 상식과 소견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정을 자문한다는 사람들이면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학식이나 양식이 최상급에 있을 터인데 비록 안이긴 하지만 국가의 중요한 교육정책을 세운다 하면서 성직자 양성을 운운했다는 것이 참으로 애석하기 그지없다.
하긴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지적했듯이 종교법인 수에 있어서 재단법인 사단법인을 합쳐 145(불교는 60, 천주교는 57개, 94년9월30일 현재, 문화체육부 자료)개의 단체가 난립한 개신교와 교단마다 인가 비인가의 신학대학이 난립한 현실, 그리고 통계조차 잡히지 않을 정도의 전도사 배출 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국가의 교육개혁안으로까지 상정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잘못된 종교관을 전파하는 반교육적 사례를 교정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지금 우리의 공공기관에 이런 표현이 버젓이 있다면 교육 개혁안의 내용이 어떠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의 남산 타워 해양박물관의 화석 표본에 대한 설명문에는 초, 중등학교의 자연, 생물, 과학 교육을 전면 부정하는 문안으로 채워져 있다. \"산 꼭대기에 물고기와 조개의 화석 발견-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옛날에는 물고기와 조개, 소라 등이 산에도 살고 있었을까요? 진화론으로는 이 사시를 결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성서는 지금부터 약 4,300년 전 대홍수로 인하여 지표면에 큰 변동이 있었음을 알려 주며 바다 밑이 산으로 변하였음을 설명해 줍니다.(창세기 7:1∼24) 산에서 발견되 이 물고기와 조개의 확석은 이 사건의 역사적인 사실이며 따라서 만물은 진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에 의해서 창조되었음을 묵묵히 증거해 줍니다.

종교 자유가 봉쇄
현행 교육법 제 102조와 제107조의 2및 동법 시행령 제68조 등은 국, 공립 사립의 구분 없이 중, 고등학교의 학생 입학을 지방 자치 단체가 학생을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평준화 조치로 이루어진 이 제도로 말미암아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하는 권한이 없다. 정 배정된 학교가 마땅치 않으면 검정고시를 거쳐 상급 학교로 진학할 수 있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는 이미 지난 92년 유엔 인권이 사회에 제출한 정부 최초 보고서를 반박할 인권 보고서에서도 밝힌 바 있다. \'종교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종교적 광신에 찬 학교의 책임자가 있는 교육기관에서는 교사나 교수 등에게 종교적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든가 또는 근무의 주요한 자격으로 삼는 곳도 꽤 많다. 피교육자에게 특정 교육을 강요하는 반교육적 행위는 이미 관례로 통용되고 있으며 얼마전에는 바로 이 점으로 불이익을 받은 학생이 헌법 소원을 세기한 바 있다.
이번 교육개혁안은 아예 사립학교의 경우 종교 재단이 설립하지 않았더라도 정식 교과목으로 특정 종교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 한창 세계와 사회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스 득하여야 할 청소년에게 종교 교육을 구실로 특정 종교의 주입이 제도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화와 정보화를 위한 교육이 모국어를 제대로 알기 이전부터 영어를 익히게 하는 부작용을 안고 있는 터에 성직자 양성 전문대학언을 세운다든지, 중등학교에 종교 교육을 강화한다든지 하는 계획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장 제고되어야 마땅하다. 차체에 교육 개혁위원들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그들이 좀더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부터 제대로 갖추기를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