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 사월하면 생각나는 꽃이 있다.
봄꽃을 대표하는 동백꽃이다.
지방에 따라 동백이라고도 하고, 산다비茶라고도 하고, 춘백이라고도 한다. 꽃이 2월에서 4월 사이에 피니까 동백보다는 춘백이라고 하는 것이 더 걸맞지 싶다.
밝게 윤기 흐르는 푸른 잎 사이에서 붉디붉은 빛으로 피는 꽃, 아름다운 동백꽃에는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한 청년이 두메산골에 잠시 머물면서 한 소녀를 사랑하게 되어 장래를 약속했지만, 얼마 있지 않아 그 청년은 마을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봄날, 소녀는 떠나가는 청년에게, 고향에 돌아가면 그 곳에 피는 동백꽃 열매를 가져다 주변 그 열매의 기름으로 머리를 예쁘게 치장하고
싶다고 하였다.
청년은 그리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떠나갔지만, 돌아올 수가 없었다. 날마다 청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소녀는 그리움에 지쳐 마침내 숨을 거두었고, 소녀가 죽은 뒤에야 그 청년은 소녀가 부탁한 동백 열매를 가지고 돌아왔지만 허사였다. 청년은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하면서 동백 열매를 소녀의 무덤 주위에 뿌리고 다시 멀리 떠났다.
그 뒤 청년이 뿌린 동백 열매는 싹을 틔우고 자라서 꽃을 피웠고, 그리하여 마침내 소녀의 무덤이 있는 동산은 동백 동산이 되었다고 한다.
본디 겨울에 피는 겨울 꽃이지만 한을 안고 죽은 소녀의 넋이 죽어서라도 그 한을 풀려고 봄에 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동백꽃은 주로 해안 섬 지방을 중심으로 많이 피는데, 사람들은 봄이 되면 산과 들에만 꽃이 피고 지는 줄 알고 있어, 바다에서는 봄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남해안, 서해안 부근에 많이 자생하는 꽃.
풋풋한 갯내음처럼 더 강하게 오르는 봄바다에서만 그 꽃을 피워낸다.
산과 들에서처럼 그리 분주를 떨지 않으면서도 화려하게 곱게 핀다.
하늘이라도 맑은 날은 산빛보다 더 강한 바다빛으로 푸른 잎에 둘러싸여서 빨간 꽃이 아름답게 활짝 핀다.
얼마 전 이른 춘백이 보고 싶어 선운사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한 두송이 간혹 피기는 했지만 내 눈에는 푸른 잎도 하나의 꽃이라 할 만큼 아름다웠다. 선운사는 동구에 미당 시인의 시비詩碑가 있어 시인들의 발걸음을 잠시 머물게 한다. 두런두런 혼자서 시를 되 뇌이면서, 나도 뒤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이런 한편의 시를 지장보살님 전에 올리고 왔다.
선운사
동백 꽃이
4 월 하고도 중순에
만개를 한다기에
갔더니
꽃은 꽃답게
골짜기를 두르는데
지장보살 친견하는
속마음은
꽃이 아니더라
꽃이 다 피고지기 전에 가까운 서천 마량리에 있는 동백정에라도 다녀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