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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승가교육 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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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선우도량 1996년 04월 170호
역사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그 과정에서 변화에 따른 주체적인 자기 혁신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주체적으로 자기 혁신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한 역사를 이끌어 가기는커녕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되는 것이 냉엄한 역사의 진실이다.
오늘날 한국 불교 승단이 건강한 자기 모습으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혼란과 혼돈의 와중에서 표류하게 되는 까닭도 변화에 다른 능동적인 자기 혁신을 소홀리 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러니 만큼, 지금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승단이 역사 현장에 건강한 모습으로 우뚝 서서 역사의 흐름을 당당하게 이끌어 갈 자기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첫째도 둘째도 시대를 이끌어갈 올바른 수행자를 탄생시킬 승가 교육을 통해서만 그 길은 열리게 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견해에 대하여 승단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이는 승가 대중 모두가 승단의 현실 문제를 타개하고 밝은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승가교육 문제를 승단 제일의 과제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약속이자 강력한 요구임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역대로 보면 승단의 행정직 책임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승가 교육 문제를 들고 나왔고 안목과 의식을 갖춘 스님들도 승가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승가교육의 현실을 보자. 1992년 종무행정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승려의 14.1퍼센트가 기본 교육을 기피하거나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기본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선원에 입방한 초심자를 포함시키면 기본 교육을 받지 않는 승려가 30퍼센트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교재와 내용도 기존의 것을 아무런 점검도 없이 사용하고 있을 뿐, 근본적인 반성이나 새로운 모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전반적인 승려 교육의 부실로 인하여 수행자 자신이 올바른 불교 사상에 입각한 수행관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수행과 중생교화의 기반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승단 현실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 불교 승단은 총체적인 자기 변혁을 위해 먼저 승가교육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혁안을 이끌어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시점에 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승가교육 문제는 승단의 사활이 걸려 있는 절대절명의 과제인 만큼 더 이상 미루거나 기다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우원 종회의원, 본사 주지가 앞장 서서 승가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확고한 의지와 성실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승가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색이 있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승가교육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기초교육기관, 기본교육기관, 전문교육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기초 교육기관-행자교육원
기초교육기관은 수행자가 되기 위해 출가한 행자를 교육시키는 일단계 의무교육기관이다. 행자는 의무적으로 기초 교육 과정을 거쳐야 사미(예비 승려)가 될 수 있다.
예로부터 행자 과정(기초 교육)을 어떻게 밟았느냐에 따라 그 수행자의 일생이 결정된다고 해왔다. 기초 교육의 내용이 어떠한지에 따라 그 수행자 개인과 승단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멀고 먼 수행자의 길을 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는 1단계 과정인 만큼 기초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승단은 행자 교육에 대하여 불교 사상과 정신에 의한 통일된 지침도 없이 그저 사미승(예비 승려)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인식하는 실정이다.

행자 교육의 문제점
승단의 지도자를 비롯한 승가 대중이 행자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행자 교육을 담당하는 지도자의 전문성이 없다.
승가의 전통적인 가풍을 호지하며 참답게 수행하는 수행자가 드물어 인격적 감화를 주지 못한다.
인천人天의 사표가 될 인격자로서가 아니라 단순한 노동력의 확보와 문중, 세력을 늘리고자 하는 비승가적인 사고 방식이 짙게 깔려 있다.
시대에 맞는 교육 내용과 제도의 통일성이 없다.
지도 방법에 있어 맹목적인 권위 의식과 인습적 관행에 따라 형식적으로 교육되고 있다.
그나마도 총림과 몇몇 본사의 경우 그런대로 행자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그밖의 사찰에서는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으므로 대다수 환속하거나 그럭저럭 지내다가 수계를 받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
또 승니법 제7조와 9조에는 세속 학력 미달자, 실질적으로 세속 관계를 끊지 못하는 자, 금치산자, 형법상의 피의자, 질병이 있는 자 등 승니가 될 수 없는 자에 대해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적격자의 입산이 허락되고 수계를 받아 승려가 되는 경우가 종종 묵인되고 있다.

바람직한 기초 교육 방안
기초 교육만을 위한 상설 도량을 두어야 한다. 지금처럼 행자 교육을 행사 치르듯이 할 경우 내용이 빈약할 뿐 아니라 정착, 발전할 수 없다.
교육 책임자가 상주하여 기초 교육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와 지도를 하도록 해야 한다. 전문 인력을 형성해야만 체계적이고도 참신한 교육 내용과 일관되고도 바람직한 지도를 할 수 있게 된다.
기초 교육 기관의 교육 기간은 한 달로 한다.
승니법에 의거하여 출가 희망자가 수행자로서 적합한지를 엄격하게 심사하고 입방시켜야 한다. 수행자는 인천의 사표요, 대중의 지도자이므로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야 바람직하다.
기초 교육 기관에는 5개월 이상된 행자만 입방되도록 해야 한다-여건이 갖추어지면 출가 사찰에서의 행자 기간을 단축시키고 기초 교육 기간을 연장시켜가야 한다. 행자는 처음 입산한 사찰에서 습의와 의식을 익힌 다음 기초 교육 기관에 들어와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기초 교육을 이수한 다음 사미계를 수계하도록 하고 전원 기본 교육기관으로 입학하게 한다. 기초 교육과 기본 교육은 출가자의 의무 교육인 만큼 확고한 제도적 장치와 강력한 집행이 있어야만 된다.
기초교육기관은 남녀 행자를 구별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출가한 사찰에서 행자들이 배우고 익혀야 할 통일된 교재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총무원은 행자에 관한 행자 생활 기간과 전반적인 교육 내용 등 모든 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
기초교육기관의 교육은 연 4회 실시한다.

이상은 6개월 행자 생활 뒤 사미계를 수계하는 지금의 종단 현실에 입각하여 설정된 방안이다. 따라서 지금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하고도 실현 가능한 범주에서의 방안을 제시할 따름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시행 과정을 거치며 좀더 좋은 틀을 확립해야만 할 것이다.

기본교육기관-승가대학
기본교육기관은 수행자가 되기 위해 사미가 된 자를 교육시키는 두 번째 단계의 의무교육기관이다. 사미는 의무적으로 기본 교육 과정을 거쳐야만 비구(승려)가 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기본교육은 기초 교육의 연장선에서 수행자가 되기 위한 모든 것을 준비하는 의무 교육기관인 만큼 그 중요성은 기초 교육기관과 똑같은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오늘의 승단 교육의 현실은 교육 내용, 과정, 제도, 시기 등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들이 앞뒤와 좌우가 뒤엉켜 있어 어지러울 정도이다. 물론 교육을 위한 종헌, 승니법, 교육법 등이 성문화되어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마다 관행대로 또는 편의에 따라 운영되고 있을 뿐 종단적인 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다.
기본 교육은 인천의 사표인 수행승이 되기 위한 사미승 교육이라고 성격 규정을 할 수 있다. 수행자는 깨달음과 정토실현의 길을 가는 자이다. 이는 자기 실현과 함께 역사 흐름을 바르게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깨달음의 수행은 정토실현을 이끌어 낼 때 올바르다 할 수 있으며, 정토실현의 실천은 깨달음의 수행으로 심화될 때 그 정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깨달음의 길과 정토 실현의 길을 하나로 통일시켜내는 불교 세계관 확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이런 입장에서 수행자의 교육 내용을 다루려면 몇 가지 전제되어야 할 관점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이런 입장에서 수행자의 교육 내용을 다루려면 몇 가지 전제되어야 할 관점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불교 역사의 관점에서 불교 사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역사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불교 세계관으로 역사를 통찰하고 그에 대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승가대학(강원)의 교과 내용을 살펴보자.

승가대학 교과 내용의 문제점
350년 전에 확립된 교과목으로 중국화된 종파 불교의 한계가 있다.
불교 사상 전반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
선종의 종파적 주장을 경전의 가르침보다 높은 이치에 두려는 전도된 감이 있다.
불교사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이 전혀 없고 경전 성립사에 대한 검토가 없다.
교육 방법에 있어 훈고학적 방법론의 전근대성이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로 인한 병폐는 다음과 같다.
총체적이고 체계적이며 통일적인 불교관이 정립이 어렵다.
자기 완성의 깨달음과 정토실현의 보살행 정신이 통일되지 않는다.
총체적인 안목과 문제의식에 의한 역사 인식이 결여되었다.

이와 같은 한계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본교육 제도의 틀에서는 근본적으로 깨달음과 정토구현이라는 불교철학의 역사적 지향점을 창출해 내야 한다.

기본교육 내용의 기본 방향
현대 사회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사적 시각을 가지고 통일된 불교사상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이론과 신심信心과 실천이 일치되도록 해야 한다.
교재의 현대화를 이루어야 한다.
경전과 개론서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경전을 현대해석학의 방법론을 도입해서 가르쳐야 한다-고전 해석학, 철학적 해석학, 비판적 해석학
오늘의 언어로 불교를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교육은 전체적인 개설서 중심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경전 강독을 한다. 전통강원의 논강 방식을 계승해 활용하고 예불, 운력, 기도 등 이론과 신심과 실천이 통일되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교육 내용은 교육 제도와 함꼐 수행자 교육의 실질적인 문제인 만큼 전반적으로 과학적인 검토와 준비가 있어야 한다. 또 범승단적으로 승가교육 내용을 다룰 기구를 구성하고 종단적 뒷받침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전문교육-수의과, 대학원
전문교육은 의무 교육 과정을 마친 스님이 자기 전문성을 살려 하나의 경전 또는 어떤 한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성격 규정을 할 수 있다. 의무교육기관이 배우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면 전문교육기관은 연구하고, 그 내용물이 구체적으로 축적되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전문교육 내용은 각각의 단일 경전, 청규, 선학, 율장 등 무수히 많다. 지금 승단이 혼란에 빠져 있고 문제를 발전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사회적인 극복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전문 인력의 부재 또는 있는 전문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더더욱 현대사회는 전문화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전문 인력을 배출시키지 않고서는 승단 제일의 과제인 승가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전문교육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고도 절실하다.
전문 교육 내용에 대한 몇 가지 방향을 설정하면 다음과 같다.

전문교육 내용의 방향
연구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수학 풍토를 형성한다.
연구 내용을 객관적인 문건으로 정리해낸다.
연구, 토론, 신심과 실천을 일체화한다.
현대 수행자 또는 승단이 나아갈 방향과 내용을 창출해낸다.
이론과 실참을 병행한 수행자들에 의하여 시대를 이끌어갈 사상을 담은 저술들이 나오도록 한다.

앞으로의 과제
승가 교육 개혁을 위한 시급하고도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다.
교육부를 신설하여 기초, 기본, 전문, 특별 등의 승려 교육과 기타 신도 교유긔 제반 행정을 담당하도록 한다.
종헌, 종법에 규정된 교육위원회를 현실적으로 활성화하여 종단교육문제를 연구, 지도토록 한다.
종단 교육비-분담금, 특별분담금, 관람료 중 교육비, 기타 교육 헌금-와 교육 예산을 현실화하여 엄격히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 관련 법령을 대폭 개정하여 드러난 문제점을 바로 잡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다시 한번 상기하고자하는 것은 오로지 승가 교육 문제가 승단 제일의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범승단적으로 승가 교육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룰 기구를 발족시키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까닭인 즉 이 길만이 승단이 사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