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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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6년 04월 170호
한낮의 쨍한 밝은 햇살만큼이나 시끌벅적하던 산사에 서서히 어둠이 깊게 드리운다. 사람들은 저마다 집으로 돌아가고 어둠이 깊어질수록 하나, 둘 깨어나는 등불의 밝음은 두런두런 저들의 살아가는 얘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등불의 그 환함으로 차마 밝은 햇살 아래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아픔들을 보듬어 준다.
\'가난한 여인의 등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등불은 부처님의 밝은 지혜를 뜻한다. 우리 나라에는 언제부터 등을 켜기 시작했는지 잘은 모르지만 신라나 고려시대에는 연등회니 팔관회니 하는 행사를 크게 열었다. 등불을 환하게 밝히고 탑돌이를 하면서 저마다의 가슴속에 소망을 품고 그것들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은 부처님 오신 날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에만 등불을 밝히고 있다.
주름등, 팔각등, 수박등, 연꽃등 그 종류와 크기가 가지가지 많다. 주로 대나무나 철사로 뼈대를 만들어 곁에는 종이를 덧씌우는데 가끔 얇은 천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연꽃등을 만들려면 먼저 연꽃잎을 비벼야 한다. 이때에 손가락 끝에 곱게 드는 붉은 물은 마치 새색시의 볼에 살짝 부끄럽다는 듯이 드는 홍조처럼 마치 새색시의 볼에 살짝 부끄럽다는 듯이 드는 홍조처럼 예쁘다. 이렇듯이 연꽃등은 연꽃잎을 하나하나 비벼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 정성이라는 것은 직접 만들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삼백예순다섯 날을 한결같이 밝은 지혜의 등불을 켠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