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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꾀꼬리 한창 울어댈 때를 기다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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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 일엄 _ 해인편집장 2017년 01월 419호
편집장 일엄입니다. 희뿌윰한 푸른 새벽에 글을 씁니다. 산중에는 조금 전 동안거 7일 용맹정진에 들어갔습니다. 동지가 조금 지난 이 절기는 마치 새로운 날이 밝아오는 새벽처럼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밤이 길고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이지만 해가 조금씩길어지며양의기운이움트기시작합니다.“ 동짓날 풍광이 따사롭기 그만인데 제방 버들은 언제나 마음껏 피어날까? 삼동의 쌓인 눈이 핍박하건 말건 희미하게 불어오는 양기는 막지 못해.”《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월간 해인의 기대와 다르지 않고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선 국민들이 새날을 기대하는 마음과도 또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다리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과 달리 어차피 오는 변화는 없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희망을 찾기 위해 나를 돌아보고 새로이 하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월간 해인은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월간해인의 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2017년 한 해는 월간체제를 유지하는 속에서 월간해인의 가능성을 모색해 볼 기회를 얻기는 하였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2017년 신년호는“월간해인, 길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역대편집장이나 주요필진이 어떻게 해인지를 만들어 왔는지를 듣고 지금 해인지가 나아갈 방향을 묻는 특집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계삼소>에 주지 향적 스님을 모신 것은 특집에 부합하는 나름의 생각이 없지 않습니다. 향적 스님은 해인지 초대편집장입니다. <호계삼소>의 글 속에서는 시치미를 떼고 있는 듯 보이지만 통주저음으로 깔려 있는 해인지에 대한 애정과 진로에 대한 고심이 들리는 듯합니다. 법연 스님
이 말씀하신 해인지의 발전과 개인의 성장이 함께 한다는 말씀 또한 여전히 귀에 쟁쟁합니다. 관암 스님, 현진 스님, 김선주 작가의 조언과 회고담 또한 좋은 양식이 될 것입니다.

해인지의 기본 편집방향을 재정립하면서 개편을 시도하였습니다. 해인지는 불교의 정법을 구현하고 선풍을 진작하기 위하여 발행하는 해인사의 포교지로서 수행공동체인 해인사 스님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 왔습니다. 수행과 현실의 문제를 놓고 의견을 개진하고 활발한 토론을 벌이는 공론의 장이었고, 창작의 산실로서 유려하지 않을지라도 진정성 있고 치열한 성찰이 담긴 글과 작품을 발굴하여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어 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많은 스님들의 잠재성이 드러나고 확장되었다는 것은 해인지의 큰 자랑이며 한국불교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간 도정 권상호 선생님께서 맡아 주셨던 <소림원>은 방장스님 법문과 수행담을 싣는 란으로 성격을 조정하였습니다. 해인사는 선종총림으로서 방장스님을 중심으로 선원, 율원, 강원을 갖춘 종합수행도량입니다. 해인지 또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속에서도 방장스님의 수행지침을 핵심으로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호계삼소>는 여전히 섬세한 필치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정영 작가와 함께하고, <유마의 방>은 재가 거사, 보살님의 탁견을 듣는 란으로 개별적 자아와 사회적 주체가 둘이 아닌 근대 민주시민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정채희 작가가 연재해온 <염화시중>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혀 계속합니다. 이번호는 여공 스님의 작품 중에 기획특집과 부합되는 작품을 표지에 게재하고 내밀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해인공감>은 해인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란으로 이번호는 해인사 성보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 관련 사진전을 소개합니
다.

과거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던 <영지>, <학사대>, <죽비의 소리> 란을 다시 부활시켰습니다. 김선주 작가가 오랫동안 선원을 중심으로 사찰을 소개했던 <영지>란은 문화재 또는 사찰 이야기 중심으로 명찰을 소개하는 란으로 성격을 조정하여 정영주 기자가 새롭게 맡아 주기로 했습니다. <학사대>는 해인지가 역점을 두고 투자하는 란으로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죽비의 소리>는해인사의 목소리라 할 수 있는 란으로 산중 어른 스님의 통렬한 경책의 말씀을 청해 듣는 자리로 마련했습니다. 첫 회는 해인사 율주이신 경성 스님께서“부처님처럼, 보살처럼, 별빛처럼”이란 제목의 글을 주셨습니다. 소개하신 영화‘비긴 어게인(Begin Again)’속의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어둠을 밝히려 노력하는 별(lost star trying to light up the dark)”이라는 노래 가사는 다시 시작하는 해인지를 격려하시는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신설된 고정란들도 있습니다. <해인고적, 옛길을 다시 오르며>는 경북대 전재동 선생님께서 해인사 및 가야산과 관련된 고전문헌들을 발굴 정리하면서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 <하지권의 일기일회>는 포토에세이로서‘일생에 단 한번 만나는 인연’이라는 일기일회一期一會란 말처럼 단한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기약없이 기다리던 작가가 독자에게 사진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2월 호부터 연재될 예정인 <채운 선생님의 철학이야기(가제)>도 있습니다. 채운 선생님은 고전비평 공간‘규문圭文’에서 동서양의 인문고전을 횡단하면서 빛나는 문장과 사유를 길어 올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불교사상은 많은 부분이 이미 불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보편적인 사상으로 스며들어 있다는 점에서 동서양의 사상가나 예술가의 삶과 사상을 불교의 개념을 가지고 풀어보는 것은 불교철학의 새로운 현대적 전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니체의 연기·영원회귀라든가, 보르헤스의 겹겹의 시공간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입니다. 그 외에도 아직 모양을 다 갖추지는 못했지만 기획 중인 몇 개의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화연연화란 말처
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해인사에서 보낸 스님들의 이야기를 해인지에 담아보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기대를 모으는 새로운 난이 있는 반면 아쉽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애틋함 또한 지울 수 없습니다. 가장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은《무비 스님〈화엄경〉사경》코너입니다.“ 언제끝날지모를기나긴〈화엄경〉사경의 여정에서 …… 발원합니다.”라고 하면서 연재를 시작하였고,“ 다음 호에 계속”이라는 꼬리말까지 붙였고,“ 사경에대한반응이생각보다아주좋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제한된 지면을 가진 해인지가 품을 수 없는 원력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별지로 첨부하는 방식까지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벽화이야기>는 그 원고가 이미 책으로 출판되어 있던 것을 다시 해인지에 싣게 된 것입니다. 반응은 좋았지만 이른 시간 안에 절판된 책의 개정판을 내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월간해인의 인적구성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편집위원과 편집자문위원을 새로이 모셨습니다. 해인사 대중의 관심과 참여 속에 함께 만들어 간다는 해인지의 기본방침을 부각시킨다는 의미에서 강원과 율원의 스님들을 편집위원과 편집자문위원으로 모셨습니다. 특별히 해인지의 빛나는 전통을 계승할 수 있도록 자문위원 위촉을 승낙해 주신 법연 스님, 관암스님, 현진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과거 주명덕 선생님께서 사진편집을 맡아 해인지의 품격을 높여주셨던 것처럼 그 이상의 역할을 해 주실 것을 기대하며 하지권 작가를 사진편집위원으로 모셨습니다. 정영주 선생은 책임편집을 맡아 기자팀, 디자인팀, 사무행정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새로 구성된 편집진은 불법을 전하고 선풍을 진작한다는 월간해인의 발행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협력해 갈 것입니다.
어쩌면 이번 겨울 추위가 혹독하고 길지도 모르지만 그럴수록 다가오는 봄은 더욱 찬란할 것입니다.“ 가지 밖 여린 자태 눈에 보일 듯한데, 잎눈의 싹틀 뜻 전혀 없진 않고말고. 섣달에도 봄소식 새어 나오긴 하겠지만 봄 꾀꼬리 한창 울어댈 때를 기다리리.”《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아울러, 그동안 편집장을 맡아 수고해 주신 은산 스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월간해인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갈 새 편집진에게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