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한 상징의 세계、의식儀式의 세계는 눈으로 가늠할 수 없이 은유적이고 상징적이다. 특히 생명력을 불상에 불어넣는 불복장 의식은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본래 비밀스럽게 행해지는 의식이라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없고 정기적으로 설행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복장물목의 형식화, 의식의 간소화뿐 아니라 법식이 어지러워질 것을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복장의식과 점안의식을 온전히 보존하고 후대에 제대로 전승하려면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이제 불가피하다. 수백 년 동안 사찰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던 것을 조심스럽게 내보여준다는 점에서 해인사성보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불복장 의식사진전은 의미가 크다. 불복장 의식 시연試演과정을 담은 사진과 더불어 복장에 들어가는 물목物目(복장품)들도 오롯이 내보여주었다.‘ 대한불교 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 보존회’의 회장 무관 스님께 의식세계에 대한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복장은 부처님의 만덕을 갖추게 하는 것이요, 점안은 부처님의 지혜의 눈을 갖추게 하는 것입니다. 귀의불양족존歸依佛兩足尊이라 할 때 두 다리는 하나는 공덕의 다리를 말하고 다른 하나는 지혜의 다리를 말합니다. 부처님의 형상을 갖춘 일반적인 조각품이 예배공경의 대상인 성물聖物로 전환되는 과정이 복장과 점안의식입니다. 부처님의 법신을 구현하는 의식이기에 설행設行원리는 신비롭고 작법 절차는 심오합니다.”
이어 물목들을 소개하신다. 복장의식을 설행하기에 앞서 중요한 과정은 여러 물목을 예비하는 것이다. 의식을 행하는 사람은 모든 물목을 항상 염두하여 사시사철 성심으로 필요한 물목들을 마련하는데 적게는 하루,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오보병에 안에 납입하는 물목에는 오곡, 오보, 오약, 오향, 오개자 등 여러 가지인데 각 방위와 계절, 색깔에 맞게 갖춘다. 각각의 물목들이 가진 상징성은 심오하다. 예를 들어, 오곡을 납입하는 것은 깨끗한 심전心田가운데서 오지보리五智菩提의 착한 싹을 자라게 하는 공덕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 한다. 씨앗은 싹을 낸다는 뜻으로 생명을 상징한다. 동방에 보리, 남방에 피, 서방에 벼, 북방에 녹두, 중방에 마자를 배치한다. 각각 신信, 주住, 행行, 향向, 지地의 다섯 싹이 나고 성장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것은 불佛, 법法, 지智, 보寶, 금강金剛의 종자를 의미한다.
의식은 <조상경造像經>을 근거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통 의식에서 불상에 오색실을 거는 것은 오색광명을 상징하고 부처님이 방광放光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점안의식에서 오색실은 또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바깥오척 장대로부터 오색실을 꿰어 단 안으로 들어와 불상에 결계하는데, 이는 도솔천에서 부처님이 실을 타고 불상안으로 강림하여 들어간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방광보다는 강생降生으로 본다는 것이리라.
불교는 의례를 통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득하도록 다양한 의식을 전승해 왔다. 좋은 향이 몸에 배듯이 그 속에 있으면 저절로 향기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불교의식이 보통 권청, 찬탄, 참회, 발원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의식 자체가 하나의 수행이라는 성격을 가지도록 고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복장·점안의식은 일반적인 조형물을 예배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의식이기 때문에 신성하고 내밀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평소 예배의 대상으로 모시는 불상이나 불화, 탑은 모두 이러한 내밀한 의식을 통해 성물로 전환된 신성한 존재이다.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면면히 전승되어 온 불복장·점안의식이 가진 상징과 은유를 보다 깊이 이해한다면 만덕萬德과 지혜의 다리를 갖춘 양족兩足의 존귀한 부처님은 우리의 실제의 삶 속에 보다 더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감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