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떤 수익사업을 추진할 것인가
현재 진행 중인 생수 사업이나 개별 사찰에서 진행 중인 기복적 성격을 가진 사업(축원 대가기도, 사주팔자), 불교적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된장·고추장 사업에 대해 말들이 많다. 크게 보면 종교적 원리가 조금씩 들어가 있고, 적절히 미화되어 있지만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보일 수 있다. 좋은 게 좋은 것이고, 뜻은 다 통하게 되어 있다는 식의 해석이라면 마치 음주운전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모바일 앱 개발 회사 사장이 대중적으로 지탄을 받으니까 본인들의 제품을 ‘건전한 음주문화 확산과 교통사고 방지 효과를 가진 사회적 이익이 큰 착한 물건’이라고 얘기하는 것과 진배없다.
과연 불교가 대기업처럼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보여주는 것이 맞을까? 승가가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불교 내부에서 치열한 고민과 기준 설정이 있어야 한다. 단순한 개인적 호불호, 이해관계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분명한 원칙을 정하기 위해서 다양한 구성원들로 위원회를 만들고, 삼장(경, 율, 논)과 대덕 고승들의 말씀을 참고하여 나름의 원칙과 철저한 규정을 정립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불교의 사업을 그 목적에 따라 구분하고 각각의 재정의 출처를 정해야 하며, 불교가 원래 목적했던 바가 아니라면 단호하게 거부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소탐대실이란 말이 있다. 대중이 불교에 승가에 원하는 것은 ‘거대한 부로 폼 나게 사는 것’이 아닌 ‘부족하게 살아도 청정하여 맑은 향내가 나는’ 모습이다.
5. 불교의 수익사업,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세상이 불교에 대해 감탄하고, 존경하고, 배워야 하는데 도리어 불교가 세상보다 못한 경우가 간혹 있다. 조직의 운영이 그렇고, 구성원들의 품행이 그렇다. 재정사업 역시 그렇다. 세상의 기업들도 다 지키는 법규와 원칙, 그리고 윤리적 책임을 불교계 사업들이 잘 지키는지 의문이다.
자본주의 기업들의 부정적 운영 특성을 ‘개같이 벌어서 개같이 쓴다’라고 본다면 비록 사업은 일반적이지만 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은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불교의 사업이라면 당연히 ‘정승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써야 한다.’ 즉, 수익사업을 운영하고, 수익을 배분하고 사용하는 방식 모두가 사회의 귀감이 될 정도로 투명하고 도덕적이며, 시대를 앞서는 절대적 청정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미국 구세군에 방문했을 때 해당 지역 사령관과 사관들(목사)이 자부심을 가지며 하는 얘기가 있었다. “미국의 조직 운영 체계는 대부분 구세군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구세군의 조직 운영 철학과 원리, 체계가 우선 군으로 전파되고, 군의 것을 정부가 가져다 쓰고, 정부의 것을 기업이 응용하는 프로세스입니다. 사실 구세군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많지만 보이지 않는 이런 체계를 만드는 데에 대해 우리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무척 부러웠다.
한국 사회에서 불교가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던가. 수익사업을 불교가 한다면 정말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투명한 운영, 지혜로운 경영, 가치와 이익을 동시에 달성하는 현명함 등, ‘역시 지혜의 종교가 손을 대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라고 생각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역시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지혜로운 이들의 사례가 절실하다고 본다.
6. 어떻게 하면 수익사업이 성공할 것인가
이왕 일했으면 성공해야 한다. 특히 수익사업은 무엇보다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현재 많은 불교 내 수익사업들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수준이라 들었다. 왜 그럴까? 잘못된 사업 아이템의 선정, 비즈니스 모델의 잘못된 설계, 전문 경영 인력의 부재, 의사 결정권자의 독단과 오류, 지나치게 많은 사공, 고객 중심이 아닌 생산자 중심형 운영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많은 준비를 하는 일반 회사들도 사업을 하면 성공 확률이 20% 미만이다. 이 확률보다 많은 성공을 거두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당장 불교 내부에 수익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전문 경영 교육프로그램도 없으며, 관련 경영 전문가들도 없다.
단기간에 매년 700억 원 이상의 모금 단체로 성장한 ‘컴패션’의 경우도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목사가 총책임자로 부임하여 철저한 마케팅적 관점(고객 지향)을 조직에 도입하면서 기부금이 수직 성장했다. 특히 월드비전이나 기아대책 등 이미 교회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쟁쟁한 경쟁사가 있었음에도 이런 성과를 낸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 수익사업에 성공할 것인가. 이 부분 역시 구체적으로 불교계 사업 성공의 조건과 원리에 대해 탐색하고 각 사업별, 분야별, 주체별로 그 부분이 무엇인지 정리해볼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우선 사찰이나 가치 지향적 조직들의 구체적 성공과 실패사례를 정리, 분석하여 구성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종단과 각 사찰의 사업들을 살펴보고 재조정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7. 스님들의 참여와 역할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경영에서 리더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수많은 비즈니스 변수를 다루면서 사업을 이끄는 마인드와 리더십, 출중한 역량을 갖춘 경영자의 존재는 사업의 시작이자 끝이다. 모두 알다시피 승가에서 스님의 권위와 역할은 절대적이다. 사람의 마음과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 공부하는 스님들께서는 본질을 파악하고 핵심을 꿰뚫는 지혜가 남달라서 실제 일반 사업가보다 경영 능력과 비즈니스 감각이 훨씬 뛰어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업의 운영을 위해서는 좀 다른 구조가 필요해 보인다. 경영과 소유의 분리가 일반 기업의 화두라면, ‘경영과 지배의 분리’가 승가 수익사업의 화두이다.
그 해법의 단서가 생협인 아이쿱(icoop, 자연드림)에 있다. 친환경 유기 농산물을 판매하는 아이쿱은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5천3백억 원(2015년도 기준)을 일궈냈다. 여기에 일반인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그 전에도 수많은 생협들이 ‘생명 사상과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
하면서 사업을 했었지만 경영 면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이쿱은 처음부터 경영 조직(매장 판매, 생산자 관리)과 가치 조직(생협연구소, 협동조합연구소)을 분리했다. 경영은 철저히 비즈니스 측면에서 접근하여 성과를 내고, 가치 조직은 가치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경영 조직과 외부에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비록 기존의 생협들에게 비난을 받는 부분도 있었지만 국내에서 가장 큰 생협으로 성장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애용할 수 있게 하였고, 수많은 유기농 생산자의 판로를 열어주는 귀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경영 활동을 해보면 지배구조와 의사결정구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에 스님들의 수익사업 참여에 대한 기준과 방식을 정해놓아야 한다. 지면으로 다 논할 수 없지만 단 하나의 원칙이 필요하다. ‘맡기려면 믿고, 믿었으면 제대로 맡기라.’ 스님의 영향력 아래서 자율권과 결정권을 가지지 못한 경영자가 성과를 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운영 구조를 운영책임자 격인 CEO(Chief Executive Officer)와 COO(Chief Operating Officer)를 전문 경영인이 가치 책임자 격인 CVO(Chief Value Officer), CCO(Chief Culture Officer)를 스님께서 맡는 것이 어떨까.
승가의 바른 삶 영위, ‘정명(正命)’의 직접적인 모습인 ‘승가 내 수익사업’이 본래 불교의 모습에서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현실과 대중의 요구를 무시하는 편협함에 빠지지 않길 바라본다. 본래 불교의 답은 극단을 벗어날 때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